4/14일 공연


처음 본 윤한(이스마엘)과 퀴퀘그(지현준) 캐스팅.

스타벅 항해사의 유성재 캐스팅도 처음 보았다.


일단 중심이 되는 이스마엘, 윤한의 연기는 신지호의 이스마엘과는 정말 달랐다.

제일 흔한 이야기인 신지호의 이스마엘은 소년, 윤한의 이스마엘은 청년이라는 것이 그저 절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전체적인 인상 뿐 아니라 연기 역시 그랬다.

신지호의 이스마엘은 갓 소년 티를 벗은 남자를 연상시키듯, 어조나 감정 표현 자체가 솔직 그 자체. 원래 피아니스트니 연기에 비중을 두지 않더라도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연극을 하는 그런 느낌을 준다.

윤한의 이스마엘은 일단 키도 크고, 인상 자체도 청년 인상. 피아니스트지만 연기는 좀 되는 편. 캐릭터가 처한 입장, 캐릭터의 감정 어조, 대사 전달 등 성격에 맞게 연기를 한다. 연기에 디테일이 있다. 대사 어조에도 변화가 있고. 반면 신지호의 이스마엘은 방방 뛰는 그런 느낌.


그러나 연기뿐 아니라 이 두사람의 또 다른 중요한 차이는 연주 방식.

신지호는 클래식 스타일의 연주자. 반면 윤한은 재즈 방식의 연주자.

그래서 그런지 윤한의 연주는 변주가 꽤 많고 화려한 느낌이 들었다. 연주는 개인 취향이겠지만 난 신지호의 연주가 마음에 든다.

특히 첫 곡에서.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이니 오히려 좀 단순한 방식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튼 여러모로 대조되는 캐스팅.

연주, 연기, 인상, 키까지.


윤한의 이스마엘에서 제일 아쉬웠던 점은 퀴퀘그와의 화학작용.

키와 인상 때문일까? 왜 신지호에게서 받았던 그 두 사람의 절절한 우정, 친구의 느낌을 윤한에게선 받을 수가 없었다.

퀴퀘그는 식인부족 출신으로 아버지는 추장, 형제는 전사. 굉장히 강한 캐릭터.

더군다나 스토리상 보면 퀴퀘그는 돌풍을 맞아 바다에 떨어진 이스마엘을 구했고, 죽었음에도 자신의 관이 부표가 되어서 이스마엘을 다시 구하는 캐릭터다. 다시 말하면 이스마엘은 퀴퀘그가 지켜준다는 인상이 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윤한의 이스마엘은 어디다 던져 놓아도 자기가 잘 살 것 같은 인상. 퀴퀘그에 대한 애절한 우정이 그닥 느껴지지 않았다.

1부는 윤한의 새로운 디테일 연기와 독특한 연주방식 때문에 그래도 잘 봤지만 2부로 넘어가서는 윤한의 이스마엘에게 감정을 이입하지 못했던게 아쉽다. 퀴퀘그가 죽을 때 울부짖는게 왜 그런지 좀 오버스럽다는 느낌을 받았고, 왜 저렇게 외치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이게 참 슬픈 장면인데 음... 난 오늘 눈물이 나긴 했지만 이건 순전히 퀴퀘그의 지현준 덕분이었고.


그리고 멤버들과 약간 호흡이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도 문제. 다른 배우들에 비해 처음 하게 된 공연이라 그런지 호흡 면에서 조금 안 맞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퀴퀘그의 손과 이스마엘이 발을 내밀어 악수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게 착착 맞아야 되는데 순간 멈칫. 그런 식으로 조금씩 뭔가 안 맞는 그런 것이 느껴져 조금 아쉬웠다.


하여튼 신지호와 윤한의 이스마엘은 정말 많이 달라서 개인 취향을 탈 수 있을 것 같다. 나한텐 신지호의 이스마엘이 더 좋았던 거고.




어쨌거나 오늘 내게 있어 베스트는 에이헙 선장의 황건.


첫 줄인데다가 지난 번 자리와 똑같은 자리에 앉았고, 2부에 들어서는 윤한 대신 다른 쪽에 시선을 많이 돌려서 그런지 오늘 유난히 배우들의 세부적인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항상 본 장면도 뭔가 새로운 느낌이 드는....


특히 오늘 에이헙 선장은 참 연기가 그야말로 내가슴에 쏘옥...

모비딕에서 배우가 필요한 역이라면 에이헙 선장과 스타벅 항해사. 

특히 에이헙 선장은 광기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확실히 연기력이 필요한데 오늘 유난히 그 연기가 눈에 콰악.

2부에서 에이헙의 망상 때부터는 완전히 빠져듬. 계속 선장만 본 것 같다.

항상 선장의 연기는 안정적이고 그 광기를 제대로 표현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더더욱 그 감정이 격렬했다

아니면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새롭게 재발견했다거나.


첼로는 에이헙에게 의족의 역할. 그런데 그 끄는 소리나 감정이 오늘 유난히 강렬했다. 모비딕의 광기, 망상 때 망루에 올라서서 첼로를 흔들며 노래불렀을 땐 기둥에 부딪치는 소리가 나기도 했고. 

새로운 스타벅 항해사 유성재의 연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더 드는 것 같기도 하다. 이승현의 스타벅은 상당히 절제된 항해사다. 반면 유성재의 스타벅은 감정을 밖으로 표출. 그래서 그런지 스타벅 항해사를 대할 때 몸을 친다거나 멱살을 잡는 식의 몸 동작이 더욱 과격해진 면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오늘 눈에 정말 들어온 것은 퀴퀘그가 죽어가는 장면에서 노래가 흘러나올 때 스타벅과 선장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선원 한 명이 죽으니 에이헙은 뭔가 회상하는 듯 스타벅과 대화를 한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 스타벅 항해사의 눈에서 자신의 아내와 자식을 본다고. 스타벅은 꼭 자신의 가족에게 돌아가라고. 그러면서 지금 자기 모습을, 모비딕을 쫓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유감스럽게 이야기한다. 이 때 눈가에 눈물이 반짝하는데... 모비딕에 대한 집착. 강한 복수심에 사로잡힌 그 이면에 있던 자신의 가족에게 화만 내고 잘 대해 주질 못했던 것을 후회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할까. 그리고 다른 배가 모비딕을 보았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려 갑판으로 나가려 할 때 스타벅이 함께 돌아가자고 선장을 부르지만 한 번 스타벅을 쳐다보고 결국 모비딕을 선택하고 나갈 때 그 표정들. 정말이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지현준의 퀴퀘그에 대해서도 오늘은 왠지 새로웠다. 상대방이 바뀌어서 그런가. 신참 훈련 때 퀴퀘그는 플라스크의 동작을 따라 움직인다. 그 춤추는 스텝. "당삼" 그런 것들. 그런데 코믹적으로 만든 그런 장면인가 싶었다. 사실 플라스크나 스텁 항해사의 모습은 코믹적이다. 스토리상 봐도 가볍고 즐거운 부분이기도 하기에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는 그런 장면인가 싶었다. 근데 퀴퀘그의 처음 표정, 그리고 어우러지는 과정을 오늘 느꼈다. 퀴퀘그는 이방인. 그렇기에 작살잡이라 해도 배의 분위기는 낯설다. 문화도 모르고. 처음 퀴퀘그는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따라한다. 나중엔 배의 일원이 된다. 그게 퀴퀘그의 표정으로 느껴지더라. 한마디로 신참훈련은 퀴퀘그의 적응활동. 그리고 퀴퀘그가 죽어갈 때. 이스마엘이라 부르짖는 그 장면. 울고 있는 이스마엘에게 퀴퀘그는 미소를 띄며  자신의 물건을 가지라고 한다. 그 때의 표정 역시 아... 죽인다. 그 표정을 오늘 제대로 보았는데 아.. 너무 좋았다.ㅜ.ㅜ 


연기자가 아닌데도 이젠 완전 배우가 된 콘트라베이스 스텁 항해사 황정규. 아 이분 너무 좋아.ㅜ.ㅜ 이 분의 코믹연기는 정말이지 너무 자연스럽다. 뒤에서 보여주는 반응도 깨알같은 재미. 근데 이 분만큼 극에서 분위기가 달라지는 분도 없을 듯. 스텁 항해사로서 나설 때와 연주자로서 조명 밖에서 설 때 말이다. 특히 조명 밖에 설 때는 대다수의 음악이 뭔가 불길하거나 진중한 느낌을 주는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에 성격 자체가 달라져 그런 탓도 있는 것 같다. 그 중 제일 백미는 스텁이 모비딕에게 당해 죽었을 때. 그 때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천천히 갑판 위에서 내려온다. 그리고 모자를 벗고 겉 외투를 거의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나서 흔들거리며 연주한다. 바로 내 눈 앞에서 연주하시는데 와우. 더군다나 배가 난파당하고 불이 다 꺼지고 오직 파란 조명 아래에서 콘트라 베이스의 연주는.... 정말 멋있으시다.ㅜ.ㅜ 


왜 이렇게 보면 볼수록 더 좋고 새로운 걸 찾아내는지...ㅜ.ㅜ 

아, 4월은 완전히 모비딕에 빠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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