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항해도 끝났고, 그들을 보며 즐거워하며 피쿼드 호와 함께 할 날을 기대하며 일주일을 기다리던 내 항해도 끝났다.

여러 의미에서 참 아쉬웠던 공연.


이번 모비딕 공연은 배우들마다 너무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캐스팅이라도 골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여러 배우들을 좋아했고. 그런데 막판에 가서....음... 


일단 예상했던 대로였고 기대한 만큼 했던 공연. 좋은 의미에서이든, 나쁜 의미에서이든. 


1부는 너무나 즐겁게 봤다. 막공답게 갑자기 튀어나온 지 퀴퀘크부터 고래종류 노래할 때 나온 여러 배우들의 모습. 반갑기도 했고, 곡의 원래 의미나 극의 흐름도 깨지 않는 즐거운 이벤트라 굉장히 즐겁게 보았다. 콘 퀴퀘크와 윤한 이스마엘은 역시 연주자이기에 연주가 굉장했고. 웃으면서 박수치면서 즐겁게 ^^


2부는 워낙에 심각한 분위기라.... 퀴퀘크와 죽을지경인데 어찌 웃을 수 있겠는가. 네레이드는 강렬했다. 그런 네레이드를 퀴퀘크는 정말 떨쳐버릴 수 없었을 것 같고. 왠지 죽어야 될 것 같은...ㅡ.ㅡ 게다가 잡아주는 사람도 없잖아!  그리고 내 시선은 또 하나의 중심커플인 스타벅과 에이헙 선장에게로.


생각해보면 참 여자에겐 그림이 되는 멋진 공연이다. 등장하는 여배우는 네레이드 하나. 나머지는 남성들로! 게다가 그냥 남자냄새만 나는 것도 아녜요. 둘 둘 둘 커플이 묶여져요. 이스마엘과 퀴퀘그. 플라스크와 스텁. 스타벅과 에이헙. 플라스크와 스텁은 왠만하면 잘 묶여져요. 워낙 스텁 항해사가 잘 받아주니. 플라스크의 경우 자신의 유머(?) 취향에 따라 약간의 선호가 달라질 수 있고.


어제는 신지호 이스마엘과 지현준 퀴퀘크에게서 시선을 못 떼더니. 오늘은 스타벅과 에이헙 선장에게서. 역시 내 취향은 이승현 스타벅 항해사였던 것이야! 스타벅과 에이헙이 아슬아슬한 시소, 줄타기의 느낌을 이뤄야 하는데 그게 오늘은 정말 좋았다. 사실 에이헙 선장의 경우 최근 들어 연기가 지나치게 오버되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늘은 그 사이를 잘 조절하신 것 같고 더군다나 같이 날뛰는게 아니라 냉정하고 이성적인 스타벅이 한 쪽에서 눌러주니 정말 보기가 편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커플에 완전히 시선 집중.


초반 스페인 금화 때 에이헙과 스타벅의 대립. 그러면서도 선장에게 항상 예의를 갖추는 스타벅. 속이야 어쨌든 결정적으로 대립하지 않는다. 그러니 플라스크가 "용기는 대체 어디에 쓰나" 라는 말을 듣기까지 하지. 가혹한 운명에선 완전히 스타벅의 심정을 이해하겠음. 적절한 세기. 분노. 답답함. 등등 여전히 몸 상태가 조금은 안 좋아 보이시는 이승현 스타벅 항해사이지만 그래도 잘 하시더라. 아 정말. 유능한 1등 항해사 스타벅. 풍랑 때의 지시가 완전히 또렷하다. 그리고 그 절정. 에이헙 선장이 죽고 그 다음 자신의 가족 사진을 보며 눈물이 또르륵. "소중한 사람에게 돌아가지 못하는구나. ... 미안해..." 라는 말이 왜 그리 마음에 콱. 


그리고 다시 한 번 느낀 거지만 피쿼드 호가 모비딕과 부딪치고 난파된 건 에이헙 선장의 기도가 너무 강해서였다. "모비딕에게 최후를,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에게 죽음을." 또한 중간 중간 첼로 활과 첼로가 십자가를 이루는 건 물론이고 선장의 모비딕을 찾아헤매는 광기 부분에서나 가슴을 치면서 기도하는 부분이나 신은 내려다 보고 있었는걸. 참 묘하게 조명이 돛대를 십자가 모양으로 비추고 있는 부분에서 다시 이 모비딕 팀의 연출, 조명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선장의 그 광기어리고 절실한 기도가 결국 신에게 닿았다. 그래서 피쿼드 호는 난파 된 것. 스타벅의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은 열망은 선장의 그 광기어린 기도와 독단적인 제물 앞에선 어쩔 수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


스텁 항해사의 죽는 장면은 강렬했다. 굉장히 강렬한 연주였다고 했는데 거기에 오늘은 비명까지 지르셨구나. 난 그걸 연주로 들었다니 내 귀는 막귀. 어쨌든 정말 격렬. 저렇게 스텁을 보내는 구나 싶었다.... 그리고 난파 후의 모비딕의 연주는 왜 그리 구슬프게 들리던지. 그 부분을 들을 때마다 모비딕은 무슨 기분일까....그런 생각이 든다. 가만히 있는 자신에게 달려든 사람들이 불쌍해서인가. 아니면 유유히 살아가는 고래가 물줄기를 뿜으며 먼 바다로 다시 여행을 돌아가는 모습인 걸까.. 그리고 사람들이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는 걸까.... 참 뭐라 짚기 뭣하다. 내가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가 싶지만.... 몇 번을 봐도 콘트라 베이스의 소리는... 그 모비딕의 소리는 의미를 말하기 어렵다. 다만 헛된 싸움에 휘말린 피쿼드 호의 선원들이 불쌍하지만....


왠지 막공 같지 않아...ㅜ.ㅜ 


뭔가가 더 아쉽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보러, 또는 들리러 가던 연강홀. 모비딕이었는데.

그 배의 모습을 못 본다는 것도 아쉽고.

고래,여자, 술을 부르며 어깨동무하는 그 선원들의 모습도 못 본다는 것도...

가족을 항상 그리워하던 스타벅의 모습도.

모비딕에 미쳐 있던 선장의 모습도.

그리고 그 넘쳐나던 음악. 웃음. 울음을 다시 보지 못한다는 것도 그렇고.

다음에 또 이 공연이 올라올 것 같지만 이 중 몇명을 그 공연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약 두 달동안 정말 즐겁게 봤던 공연.

뭐, 이리 저리 나름 뭐라 궁시렁궁시렁대긴 좋은 공연이었고, 그런 공연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에 고마울 뿐.

모비딕을 만드신 모든 분. 배우들 뿐 아니라 연출, 무대, 음악, 조명 모두모두 감사드릴 뿐.

배우들에게도 그 연기, 공연, 연주에 감탄을 하지만...

언제나 감탄하는 것은 그 기울어진 배의 무대. 묘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조명.(이렇게 적재적소에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조명은 참말이지 볼 때마다 감탄...). 그리고 음악. 아.. 정말..ㅜ.ㅜ 음악은 진짜 매일 출퇴근할 때마다 들어요. 진짜.


이번 주말엔, 금요일엔 뭐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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