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갔다오고 난 전체적인 소감부터 이야기하자면 정말 가길 잘 했다는 것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서도 정말이지 같이 갈만한 사람이 없었다.

한 두푼이 아니니 내가 대신 내 줄께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그래도 김동률 콘서트를 한 번 갔다왔으니 나름 배짱이 생겼나보다.

이젠 신승훈 콘서트도 가보니.


콘서트를 혼자 가기 뭐한 이유는 이승환 콘서트 때 한 번 데인 경험이랄까.

뭣도 모르고 연말에 한 번 가보자 신나게 스탠딩에 갔다가 주변이 다 커플들이야.ㅜ.ㅜ

그 때도 혼자였지 아마.(( 0.0)


그래도 가길 잘 했지. 

안 갔으면 후회할 뻔.



사실 팬 생활은 신승훈 팬부터.

그러나 지방 팬, 돈 없는 중, 고교생부터 시작이었으니 콘서트는 엄두도 안 났고,

취직하고 난 다음은 한참 김태우를 쫓아다녔고,

그러고서 그 달달한 분위기라는 인상 때문에, 또는 콘서트 시간 때문에 어째 이제서야 보는... 

그러고보면 20년 팬 생활 끝에 처음보는 신승훈 콘서트인가?^^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재미있다는 것도. 

좋다는 것도. 

어련할까. 노래도 좋지, 가수가 유머감각이 있지. 경험이 많아 노련하지.


근데 막상 가서 보게 된 공연은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안 그래도 말빨 좋은 건 알았지만,

깐죽, 왕자병, 잘난척, 겸손, 진솔함 사이를 오고가는 토크라든지,

노래의 배열, 콘서트 진행 등등

정말 시선하나 뗄 수 없었다.

마지막 곡이 흘러나왔을 때 이게 정녕 마지막 곡인가 하는 심정이랄까.ㅜ.ㅜ 


세 시간을 오로지 혼자서 했다.

중간중간 클럽음악, 응답하라 1993, 등등 약간의 영상이 옷 갈아입는 사이에 나왔지만 기껏해야 5분 정도.


지금 집에 와서 신승훈의 콘서트를 되새김질해볼수록 그가 대단하게만 느껴진다.

그의 콘서트는 자극적이지 않다. 아마도 그의 장르처럼. 

눈길을 확 끄는 불꽃쇼도, 억지 웃음 코너도 없다.

그저 자연스러운 웃음과 재미.


자켓 갈아입는데 보이는 맨 팔뚝에 환성소리가 들릴정도로 정말 자극적이지 않은 공연.^^


보는 내내 감탄했던 것 하나씩 짚어봐야 겠다.



     


  1.콘서트를 많이 보지 않았기에 비교는 못하겠다. 다만, 뒤의 전광판, 막, 핀 조명이 굉장히 잘 사용된 무대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명 때문에 눈이 부시지 않았던 것은 물론, 음악과 굉장히 잘 어울리는 조명이었다. 그저 현란하게 돌아다니지 않고, 노래의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조명이 들어간다. 그 효과는 안 그래도 신승훈과 노래에 집중하는 그 분위기를 더 고조시켜줬다. 뒤의 막은 어떤가.

영상 역시 색감이 굉장히 예쁜데다가 노래 분위기를 더욱 맞춰주는 영상, 그리고 신승훈을 비춰줄 때도 노래부르는 배경과 더불어 어울리게 색조를 바꾸는 것도 그렇고.

그리고 폰트! 글자가 참 예쁘게 들어가더라. 그렇게 영상과 어울리게 글자가 들어가는 건 또 처음 본 것 같다. 팝송 때의 해석한 그 가사마저 왜 그리 좋던지. Smile의 가사. 의역해서 나온 그 가사가 참 좋더라. 



2. 분위기 조성!! 보통 가수들이 일어서!!를 많이 한다. 때로는 투덜거린다. 왜 또 일어나래? 하면서. 실은 예전 지오디 콘서트에서도 그랬었다. 가만히 앉아서 감상하고 싶은데 말이지 하며. ㅋㅋ 그런데 참 이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아예 만들고 자기는 옷 갈아입으러 들어간다. 아주 고단수다. 난 내가 엄마야 춤을 출 줄 몰랐다.^^;; 물론 콘서트와서 가만히 있을 순 없지만, 그 엄마야 춤 안무 말고도 앞에 많이 와 봤던 신승훈 팬들의 모습을 따라하며 박수쳤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나름 따라했다. ㅋㅋ 헤이 걸 파도타기.... 처음엔 뭔줄 몰랐는데 그 모습보니 와~~ 그 공감이 대단하구나 했다. 그 모습도 재미있고...^^ 억지로 말로 따라하라고 하는 대신 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참....




3. 응답하라 1993. 꽤 세련된게 뽑아진 콩트 영상!! 신승훈 팬과 서태지와 아이들 팬 사이의 경쟁이랄까. 뭐, 그 때 대상은.. 음. 큭큭 완전 예상치못했던 대답. 맞아 그 때 대단했지. ㅎㅎ "널 사랑하니까" 노래가 무척 반가웠다. 이 노래 어려워서 잘 안 부른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그래서 더 반가워.



4. 무반주로 중간중간 들려주는 노래가 참 좋았다.ㅜ.ㅜ 특히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에 나왔다는 음악, 후에 가사를 붙인 Smile. 그 멜로디가 참 좋았다.. 그러면서 자기 가수라고..ㅋㅋ 



5. 발라드를 부를 때, 조용히 할 때 숨죽여서 노래듣는 분위기가 참 좋았다.... 사실 신승훈이 토크 중에 그런 걸 유도한 것도 있지만.... 아주 노련해요...



6. 애국가도 그렇게 활용할 줄 몰랐다. 하여튼 분위기 조성이라니까. 그 뜸 들이는 게 장난 아닌 재주.^^


7. Dream of Life 이 노래가 뜨지못했다고 했는데 난 이 노래 엄청 좋아했다. 10집이 나왔을 때 아침 출근길에 꼭 듣던 노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아무 일 없이 행복하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소중함을 깨닫게 되길
어리석지 않는 두 눈을 갖게 되고
항상 따뜻한 두 손을 가지길
옳음과 그름 앞에서 흔들림 없는 내가 되길

삶이란 바다 위에.


 내가 무척 좋아했던 가사. 멜로디도 그렇고, 가사도 그렇고, 새롭게 시작하고 마음먹는데는 참 좋았던 가사.


8. 세 시간이 지루하지도, 엉덩이나 등이 아프지 않은 것도, 적절한 타이밍에 스탠드 업! 그런 곡 구성이나 진행도 대단함. 관객들을 갖고 흔들어요... 문득 든 생각... 이벤트 강사(?) 해도 괜찮을 듯. 스쳐지나가는 생각. ^^;;   말 한마디로 좌지우지.



정말 좋았다.

신나게 즐기고 온 것 같다.

그리고 행복했다. 


마음 같아선 이천에서랑 하는 것도 갔으면 싶다.

그러나 차가 없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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