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8. 15

예전에 한 번 봤을 때는 표현방식이 참 특이했다는 점이 기억 났다. 제목이 왕세자 실종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왕세자가 등장하지 않는.. 더군다나 왕세자가 실종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은 왕비의 몸종의 임신사건 이야기로 바쁜.. 왕세자를 진심으로 찾는 건 보모상궁 혼자였다. 아니나다를까 이 극을 다 보고 나가는데 처음 본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 "그래서 왕세자를 찾았다는 거야, 뭐야?" ㅎㅎ 나도 그 땐 그랬는데 말이다.


두 번째로 본 왕세자 실종사건은 다른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구동과 자숙의 이야기. 간택된 왕비의 몸종이라 어쩔 수 없이 궁으로 따라 들어와야 했던 자숙과 그 자숙을 따라 내시가 되어 들어온 구동의 이야기. 그 둘의 이야기가 너무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 둘이 소중히 여겼던 궁 밖의 어린 시절. 그것이 우정인지, 어린 풋사랑일지 모륵겠지만 궁 안의 힘든 일상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그 둘이 무참히 짓밟힌 것이 마음아팠다. 


그래서 왕이 참 미웠다. 이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가장 힘을 가지고 있던 이가 왕이었다. 자신의 몸종이 아이를 배었다는 이야기에 배신감을 느끼고 180도 달라진 왕비나,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갖은 모함을 해댔던 소인배 최상궁마저도 이해가 갔다. 그러나 왕은... 가장 힘이 있고, 이 상황을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을 수 있던 자가 믿을 만한 사람 없다며 외롭다고 노래를 부를 때는 참 가증스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너무나 속이 터져 이 이후의 자숙의 복수기라도 상상해봣을 정도로 참...


불쌍한 그네들의 삶이 참 가여웠다. 구동의 한 없이 맑게 웃는 얼굴이 너무나 슬퍼보였고, 시다 하면서도 살구를 맛있게 먹는 자숙의 모습도 눈물나게 했다.

참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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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8.15 



마로니에 공원에서 하는 "공원은 공연중" 프로그램의 하나였다. 밖에서 하는 연극에다가 무료공연, 더군다나 햄릿 정극. 색다르게 바꾼 것들은 많이 있다만 생각해보면 셰익스피어 정극은 그닥 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외국의 극단이라 알아듣지 못한다는게 걱정되기도 했지만, ㅎㅎ 어쨌든 처음에 줄을 섰던지라 정말 좋은 자리를 맡아서 보게 되었는데 보고나서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대사가 여자가 듣기에는 참 거북한 것들이 많이 있었긴 했지만 캐릭터의 느낌이 확 다가왔다. 특히 햄릿이 참... 그동안 햄릿이 우유부단함의 대표자라고 듣기는 했지만 그만큼의 느낌을 덜 받았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 연극에서의 햄릿은 정말이지 찌질하다. 어떻게 하다 망설이다 기껐 내세운 것이 미친척이라니.... 음.. 더군다나 오필리아에게 대하는 건 어머니에게 못했던 것을 다 푸는 느낌이랄까, 완전히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격. 

그런데 저 캐릭터가 저렇게 익살맞았던가 싶은 것은 오필리아의 아버지. 음, 연극이니 사실 그런 캐릭터가 이씩 마련이겠지. 그러나 정식으로 셰익스피어 희곡을 읽어보지 않았으니 저런 캐릭터인지 새롭게 알게되었다.  연극 장면도 꽤 익살맞았다는 것도 새로운 느낌.
중간중간 익살맞고 유머있는 장면이 있는 것 같은데 공교롭게도 나는 영어능통자가 아니라..ㅜ.ㅜ 더군다나 문화도 다르니 그 핀트도 못 맞췄지싶다. 왜냐면 옆에서 보던 외국인 한 무리는 깔깔대며 웃던 장면들이 몇 개 있었으니까.  다만 나를 비롯한 관람객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했으니...ㅜㅜ 

공연을 보면서 바깥 공연이다 보니 굉장히 왁자지껄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자리를 옮기는 사람도 많을 것 같고... 그런데 와, 굉장히 조용했고 다들 공연에 집중! 핸드폰 울리는 소리도 거의 없었고 중간에 사진 찍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극히 일부. 공연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이 왔구나 싶기도 하고, 이런 거 관람하는 태도도 굉장히 좋아졌구나 싶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즐겁고 기분좋은 관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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