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뮤지컬로 볼 거라 생각을 못했습니다. 대작인 덕분에 관람가가 무지하게 센 이유도 있었고, 내용 자체를 알고 있는데다 영화로도, 책으로도 접했기 때문에 굳이 뮤지컬로 직접 찾아가서 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죠. 음악 자체가 좋아서 많이 듣기도 했고, 그 유명한 샹델리에 장면도 많이 접했고, 흠.. 굳이 직접 찾아가서 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뭐, 딴 이유를 다 집어치우고 솔직하자면 너무 비싸서..ㅡ.ㅡ

어쨌거나 초대권을 구한 덕분에 보게 되었습니다. 먼 끝, 3층에서 보는 자리였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아, 이래서 대작을, 비싼 값을 내면서 보는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무척이나 감탄했던 점은 무대장치였습니다. 사실 영화니까, 저 안에서 저렇게 표현할 수 있었던 거야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부 무대 위에서 이루어지더군요. 온 공간을 활용하는 무대장치들. 화려했던 가면 무도회 장면. 음침하면서도 신비로웠던 지하호수의 모습. 배를 타고 둥실 떠내려오는 그 모습이 그야말로 저 평평한 무대위에서 이루어지다니. 게다가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그다지 신비하지도 않는 두 장면이 겹쳐지는 모습이 이 무대 위에서 높이와 거리를 달리함으로써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한 무대 위에서 두 개의 장면을 표현하는게 몇 장면이 있었는데 그 중 마지막에 유령의 모습, 바깥으로 탈출하는 라울과 크리스틴의 음성과 지나가는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그 순간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저의 감동을 더 자극시키더군요. 또한 스피커의 활용. 어찌보면 단순히 버튼을 누르면서 채널을 변화시킨 거죠. 근데 이게 팬텀의 음성을 들려주는데 사용되어서 마치 팬텀이 사방군데에서 스르륵 지나가면서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소름을 쫙 돋게 하더군요. 뒤에 없는 것을 알면서도 은근히 계속 뒤돌아보게 되더라구요.

뮤지컬에 대해 잘 아는게 없지만서도 오페라의 유령의 그 화려한 무대장치들을 보면서 뮤지컬 무대연출을 하는 사람에겐 왠지 고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대공간의 활용의 극대화를 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반면 아쉬운 게 많기도 했습니다. 특히 음향 문제에 있어서요. 일단 소리가 너무 작더군요. 게다가 소리 자체가 앞에서만 들려와요. 팬텀의 목소리를 뒤에서 들을 수도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스피커의 문제는 아닌 듯 싶은데, 팬텀의 목소리의 극대화를 위해 전체 스피커를 활용하질 않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왜냐하면 보통 뮤지컬을 보다 보면 그 음악에 저도 둘러싸이고 빠져들어서 감상하게 되거든요. 근데 이건 그저 구경꾼의 입장에서 더 본 것 같았어요. 멀리 떨어진 무대를 그저 무흥미하게 구경하고 있는 기분. 공연을 보는 공감대 범위에서 밀려나간 듯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특히 합창 부분에서 더 그런 게 심했습니다. 합창은 보통 웅장하고, 크고, 압도하게 되거든요. 특히 가면무도회 장면에서의 그런 합창의 경우엔 전체가 부르기에 그런 기분을 더 고조시키게 되죠. 그런데 아니더군요.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 듯한 느낌. 학교 강당에서 또는 체육관에서 대표합창팀이 나와서 부른 노래를 그저 감상하는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노래 실력 자체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예요. 노래를 제대로 감상하고 빠져들어서 들었어야 노래실력이 어쩌니 저쩌니 알 수 있죠. 가사도 잘 안 들리고, 떼로 부르는데도, 크리스틴과 팬텀의 목소리보다 더 작다는 느낌이 드는데, 참....

노래 자체의 발성이 달라서인지 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경우가 참 많았어요. 음... 1부 끝 정도 부분인가? 팬텀의 편지를 받고 라울 및 극장 인물들이 팬텀을 잡으려고 하지요. 그래서 약 6,7명이 화음을 이루어 부르는데... 음향이 안 좋아서 그런지, 발성때문에 배우들 자체도 표현 능력에 한계가 있어서 그런건지, 정말 뭐라고 하는지 안 들리더군요. 그러다보니 화음이 들릴리도 없고요. 그런 부분에선 정말 실망스러웠어요.

반면 팬텀과 크리스틴은 확실히 주연이기에 노래실력을 더 생각해서 뽑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으.. 그 마지막의 노래 부분은... 끝나고 돌아오는데 그 멜로디가 계속 귀가에서 멤돌더군요. 아.. 팬텀은..

무대장치만으로도 충분히 감상하고 즐겁게 볼 수 있었지만, 음향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솔직히 한 번 더 앞 자리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다만 가격이.. 쿨럭.... 그래도 뮤지컬의 무대가 그렇게 구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눈이 뜨인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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