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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을 암살, 또는 암살 시도한 암살범들의 이야기.

어떤 이는 세상을 바꿔보고자,
어떤 이는 가진 자의 세상에 환멸을 느끼고,
어떤 이는 연쇄살인범의 사랑을 얻고자,
어떤 이는 좋아하는 배우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보면서 나름대로 이유가 있네. 라고 할 것도 있고, 정말 미친 소리야 라고 하는 것도 있었지만,
결국 자기 자신의 이야기 좀 들어달라는 게 아닐까 한다.

주동자 격인 링컨 암살범인 부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해서 자신의 행동성을 정당화했으며,
쥬세피 장가라는 복통을 없애고자 하였지만 결국은 무시받는 삶에 지쳐있었고, 결국 사형당하는 그 순간까지 그 자신보다 대통령 암살을 막았다는 사람들의 시선에 가려, 좌익과 우익이라는 부분에 가려 그 자신 역시 잊혀지게 되고,
레온은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는 사상에 심취되어 암살을 했으며
찰리 귀토는 엉뚱한 소리만 하다가, 하지만 결국 자기 하고 싶은 일을 결국은 다 했고, 막판 쇼맨쉽까지.
세뮤얼은 라디오에 대고 연신 알아듣지 못할 말을, 횡설수설하고,
리네트와 사라, 존 힝클리는 사랑이 뭔지, 사랑때문에 뭐든 할 수 있다며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으니까.

결국 이들은 우리가 보기엔 허튼 소리만 하는, 피해의식만 가득찬 실패자이지만
이들에겐 권총 한 자루와 대통령이란 중요인물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인정받고자 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사회의 낙오자들.
아무리 기회의 땅. 누구나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결국 앞 줄에 선 사람들이 아니면 바닥에서 길 수 밖에 없는 사람들. 그리고 절망. 권총을 통한 현실에서의 탈출.

그런 입장에서 암살범을 주인공으로 하여 전개된 뮤지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인 극 구성은 굉장히 오밀조밀 짜여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극 자체가 시간 순서대로, 그저 인물들이 차례차례대로 등장한게 아니라 동시에 공존했다가 풀어헤쳤다가 다시 모였다가 하는 그런 형태로 극이 구성된다. 그래서 인물들을 서로 짜맞추면서 느껴지는 인물의 특징의 재미도 있었다고 할까.
또한 소극장공연이어서 배우들의 얼굴과 행동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고 극에 보다 더 집중할 수 있기도 했다.

처음 발라디어(최재웅)와 부스(강태을)의 서로 주고받는 노래는 앞으로 등장할 암살범들에 대한 기대, 그리고 노래 가사속에서 느껴지는 서로의 시선의 차이, 가치관의 차이를 느끼게 했던 점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 때부터 이 극 속에 더 빠졌을지 모르겠다. 열정적인 부스와 냉소적인 발라디어. 발라디어의 목소리는 맑으면서도 부스를 비웃어대는 그 모습이, 암살범을 비웃는 그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전체적으로 배우 분들의 연기나 노래도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 하나 빠지거나 어색한 일 없이. 중간중간 들어가는 화음과 합창은 더욱 기가 막혔고. 레온(이석)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역시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 분의 목소리가 그렇게 부드럽게 나올 줄 몰랐기에, 더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보면서 미국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을 좀 더 알고 있었다면 전체적인 흐름에서 유머를 더 찾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저 많은 대통령 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은 링컨, 루즈벨트, 닉슨, 케네디 정도니까. 게다가 루즈벨트와 닉슨의 경우 암살 시도범이기에 더 이름도 생소하고. 하지만 굳이 몰라도 상관은 없다. 극 자체로도 요소요소 충분한 재미와 좋은 음악, 노래, 연기가 있으니까.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보러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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