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토머스 위버 : 고영빈    
엘빈 켈비 : 이석준


보면서 내내 눈물을 흘렸던 뮤지컬 공연.
그런데 어느 부분이 슬펐냐는 물음엔 답할 수 없는 그런 기묘한 뮤지컬.

이야기는 소꿉친구이자 베스트 프렌드였던 엘빈의 장례식장에서 낭독할 송덕문을 베스트셀러 작가인 토머스가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둘 중의 남은 친구가 송덕문을 써 주자는 어릴 적 약속때문이다. 그러면서 토머스는 엘빈과 함께 지냈던 일들을 떠올리는데...


토머스가 엘빈의 송덕문을 쓰기 위해 엘빈의 일을 기억하려 하지만 그건 모두 토머스와 엘빈의 함께 있었던 이야기.
제목이 "내 삶의 이야기" 인 것도 그런 까닭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엘빈의 이야기가 곧 토머스의 이야기였던 것.

처음 레밍턴 선생의 장례식장에서 어린 엘빈과 토머스는 이야기한다. 
"우리 서로 송덕문을 써 주자."
"그건 말이 안 돼."
"그럼 남은 친구가 송덕문을 써 주기로 약속하자."
"그래.약속."

그런 대화가 뮤지컬에서 몇 번 등장한다.
장례식장에선 좋은 이야기만 하네. 송덕문을 써 주자. 약속, 도장, 복사, 등등 재미있는 어투로 이야기하는 탓에 그 때마다 가볍게 지나갔지만 그 의미의 무게감이 마지막 장면에서 왜 그리 다가오는지.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평생 내 곁에 있을 것 같았던, 때론 성가셨던 그 친구가 그렇게 가 버리다니.

이석준의 철 없는 엘빈 연기와 의젓하고 어른스럽게 굴었던 고영빈의 연기는 더욱 대조가 되어서 느낌이 더욱 잘 온 것 같다.
이석준씨는 나이도 많으시다고 들었는데 그런 귀여운 연기를..^^ 고영빈씨는 목소리가 참 멋지더라. 반면 높은 음이 잘 안 올라가는 것 같아 아쉬웠지만. 

어떻게 보면 참 단조로운 이야기이다. 커다란 사건이랄 것도 없고, 충격이 되는 그런 사건이랄 것도 없는.
그저 두 사람의 우정을 보여주는 에피소드.
딱히 감정이 고조되는 것도 없다.
그렇기에 이야기가 슬프냐?라는 말에 역시 그렇게 슬프지는 않지만... 이라고 대답하면서도 눈물이 그치지 않는게 참 희한한 느낌이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릴 적 그렇게 친하던 단짝 친구들이 커 가면서 서서이 멀어지는 모습이.
한 사람은 변해가면서, 또 한 사람은 그냥 그 자리에 있는 모습이.
바쁘다면서 친구를 소홀히 했고, 그런 친구를 당연하게 여겼지만 막상 그 친구가 가고 나니 느끼는 죄책감.
또한 친하다친하다 하면서, 때론 내가 더 성공했다 싶지만 마음 속 깊숙이 있는 친구의 재능에 대해 질투를 느끼는 모습이.

그런 것들이 마음을 찌른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되고, 직장을 잡고, 내 할일에 바쁘다고 챙기지 못한 친구가 생각이 난다.
사는 곳도 다르고, 이제 내 나이의 친구들은 결혼을 했기에 명절이라고 해도 잘 만나지도 못하고.
한 때는 정말 많이 붙어다녔는데 이젠 연락 한 번 제대로 못하고.

그런 생각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 마음때문에 눈물이 참 많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부재중 통화에 떴던 친구의 이름이 왜 그리 겹쳐 생각이 나는지.

그래서 이 엘빈과 토머스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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