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돈 주앙과 친구를 제외한 다른 인물은 거의 바뀐 공연이었다.
두 번째 보기에 지난 번 이해가 안 갔던 줄거리들은 모두 고려하지 않고 공연 감상의 포인트만 꼭꼭 찝어 본 관람이었기에 더욱 즐겁게 본 공연. 시간이 지나치게 빨리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나 2부 무대는 말이 70분이지, 체감 시간은 30분 정도밖에 안 된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까.

일단 앞에서 두 번째 줄에서 보았기에 배우들의 표정과 연기에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는 게 이번 공연의 큰 수확이었다. 비록 전체적인 큰 윤곽은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지난 번 2층에서 봤기에 그 때의 모습을 생각해서 관람하였다.

배우들의 표정이 살아있는 거야 당연했지만 보는 내내 놀랐던 것은 댄서들의 표정 역시 살아있었다는 것. 그저 뒤에서 춤만 추는 그런 무대의 댄서가 아니라 이 댄서들의 표정에 의해 그 장면의 분위기 등을 더욱 더 공감할 수 있었다.

돈 주앙이 여자를 꼬시면서 주점 안을 돌아다니며 여자들에게 자신의 매력 과시, 꼬시면서 돌아다니고  댄서들은 남녀끼리 맞추어 춤을 추는 장면이 있었다. 무대 저 멀리서 볼 때도 안무 자체가 당연히 여자가 돈 주앙의 매력에 넘어가고 남자는 여자를 잡아 끄는 모습이라 분위기 자체를 짐작할 수 있었지만 가까이서 보는 댄서의 표정들은 안무에 따른 감정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 특히 눈이 갔던 것은 집시 여자의 안무였다. 돈 주앙의 원나잇 스탠드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데 이 여자가 무용단의 한 멤버였다. 주점 안에서 장면에서 중심에서 안무를 하면서 독무도 하는데 그야말로 감탄의 소리가 나왔다. 더군다나 연기까지. 물론, 대사 한 마디 안 하고 안무와 표정으로만. 무용단 자체가 뮤지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생각했지만 앞에서, 더군다나 그 화려한 개개인의 안무를 가까이서 보니 그런 생각이 더 절로 들었다.

배우들의 연기야, 지난 번 캐스팅이나 이번 캐스팅이나 다들 실력 있으니 더 말할 것은 없고, 돈 주앙은.. 아, 가까이서 보니 그 눈빛에 내가 넘어가겠고만. 느끼하고 건방진 오만한 눈빛과 자세에서 사랑에 빠진 모습, 질투하는 모습 등등 눈 앞에서 직접 보니 입만 헤~~

다만, 아버지의 역할의 경우 이번엔 굉장히 존재감이 없었다고 할까. 뭐, 노래야 이 분이 더 나으시긴 한데, 확실히 목소리로 주는 인상과 무게감은 지난 번의 김기현씨가 굉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함께 갔던 언니와 그 부분에서 절대 공감을. 김기현씨가 성우시고, 목소리에 무게감이 있다는 거야 잘 알고 있지만 극 자체에서 주는 느낌이 이렇게 다를 줄이야.. 이렇게 아버지가 적게 등장하는 줄 몰랐다.ㅡ.ㅡ

지난 번엔 무대 전체를, 이번엔 개개인을... 이래서 두 번은 봐야 된다니까. 하지만, 한 번만 더 vip 석에서 개개인의 연기와 무대 전체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으면 더할나위 없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덧붙임 : 커튼콜을 찍으러 카메라 가져갔는데. 젠장, 왜 배터리가 떨어진 거지. 분명 충전시켰는데... 다음부턴 절대 준비에 준비를..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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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요일 공연시간 돈 주앙 마리아 엘비라 라파엘 돈 카를로스 돈 루이스 이사벨

8월 2일

3:00

강태을

엄태리

신의정

이창용

조휘

김기현

이지숙



충무 아트홀 대극장 8월 2일 오후 3시 공연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술 마시며 여자들을 꼬시는 굉장한 플레이보이의 제 멋대로의 삶에 대한 이야기.
돈 주앙의 눈빛 하나면, 손길 한 번이면 모든 사람이 넘어온다고 할까나. 거기다가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검술 솜씨까지. 그러니 뭐가 무서우랴. 버림받은 여자들이, 사랑을 뺏긴 남자들이 저주한다 해도 코웃음치며 넘기는 사람인데.

인물만 따져보면 솔직히 뭐, 저딴 놈이 다 있냐. 하고 계속 궁시렁댈 수 밖에.
솔직히 1부는 그렇게 보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놈. 배신당한 여자(엘비라)가 자신도 여자라며 노래를 부르는데 왜 그리 애처로워보이던지.

거기다가 이 돈 주앙은 1부 마지막엔 아주 진정한 사랑을 찾기까지. 흠..

근데 이런 인물이나 캐릭터들에게 궁시렁대는 것을 제쳐두고 전체적인 뮤지컬을 보자면..

음악, 무용, 무대 뭐 하나 빠질 것이 없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프랑스 무용단(이라 들음)의 군무.
화려한 플라멩고. 입이 딱 벌어진다고 할까.  강렬한 음악과 의상,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강한 동작과 화려한 무용. 처음엔 전문 무용수인 줄 몰랐다. 상당히 먼 거리에서 보고 눈이 나쁜 관계로 외국인인줄도 몰랐으니.ㅡ.ㅡ 같인 간 분께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하.. 그러는 난 바보. 사실 뮤지컬 배우라고 보기엔 무용들이 배우가 했다고 보기엔 프로수준이라서.ㅡ.ㅡ
요소 요소 등장해서 뮤지컬의 배경도 살려주고, 엑스트라도 틈틈히 해 주는데... 이 분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 해도 상당한 재미가 있었다.

무대! 중간엔 돌아가는 원형 무대가 있는데 이게 단순히 돌아가는 게 아니라, 무대에서 그 효과를 톡톡히 해 준다. 특히 정적인 느낌과 동적인 느낌을 동시에 내 주는 효과를 보여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친구가 돈 주앙을 아버지에게 데리러 가는 장면에서 원형무대가 돌아갈 때였다. 두 사람이 가만히 서 있어도 무대가 돌아가기에 서로 다투고, 친구가 돈 주앙을 끌고 가려는 느낌을 주고, 두 사람이 다투면서 돌아가는 원형무대 위를 걸어갈 때는 도망가고자 하는, 가기 싫어하는 돈 주앙의 느낌을 더 살려준다. 그 밖에도 중앙에 주인공을 놓고 주변 배우들이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 등 한 무대에서 커다란 움직임이 없이도 조명과 원형무대가 무대 위의 인물들을 강조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주었다.

또 하나 인상깊었던 부분은 비가 내리는 부분. 핀 조명과 무대의 그물 망 등을 이용하여 비가 쏟아내려지는 분위기를 나타내는데 어유.. 핀 조명이 가만히 비추는 게 아니라 약간씩 흔들리리면서, 그리고 그물 망에 비치는 반사 등을 통해서 그런 느낌을 내 준 것 같다. 두 사람이 결투할 때의 비장감과 분위기를 그 빗줄기 조명을 통해 표현했는데 관객은 그저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음악. 어쩌면 빼 놓을 음악이 없는지. 들으면서 다른 뮤지컬 같으면 저런 음악이 메인테마 곡으로 쓰일텐데 하는 것들이 여기선 곡 진행 상의 한 음악으로 쓰였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음악 수준은 대략 짐작되지 않을까? 어유. 생각만 해도.

이 세가지만 해도 다시 한 번 이 뮤지컬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엔 줄거리는 신경쓰지 않고, 저 세가지에 흠뻑 빠져서 보고 싶다고 할까.

아, 배우들의 연기를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엉망이란 건 아니다. 다들 노래도 잘 부르시고 연기도 좋으시고. 특히 강태을의 돈 쥬앙은 그저 돈 쥬앙 같다는 생각만^^

거만하고 오만한 젊은 귀족. 자세도 그렇고 동작도 그렇고 김다현 분의 돈 쥬앙을 보지 못했지만 강태을의 돈 쥬앙은 굉장한 싱크로율을 보였다고 할까.^^ 걷는 자세도 그렇고, 딱 앉아있는 자세. 그리고 생김새까지. 윤곽이 뚜렷하고 서구적으로 생긴 덕에 더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도. 특히 턱을 약간 내어놓고 서 있는 자세는 정말 자존심 세고 오만한 젊은 귀족 청년. 그래서 더욱 미워보였는지도.^^;

아. 한 번 더 보고 싶어. 근데 티켓 가격이 정말 만만치 않아. 훌쩍.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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