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함께 보자는 이야기에 "좋아요" 외치며 본 공연.
이젠 슬슬 나도 좀 찾아보면서 봐야될텐데, 항상, 남에게 맡기고, 당일까지 공연제목도 모르고 보러간다.ㅡ.ㅡ
이번에 탤런트 정일우가 출연한데서 나름 화제가 되기도 한 것 같지만,
일단 정일우가 누군지 몰라서.ㅡ.ㅡ

처음에 등장하는 아저씨, 정진을 보고 저 남자인가 했지만 왠지 더 젊은 애일 것 같아 아닐거다 라고 짐작.ㅡ.ㅡ
준석이라는 캐릭터로 등장할 때 그제서야 저 사람이 정일우구나 하면서 배우를 구분했다는 안심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할까.

간단히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남자 둘이 동거하는 집에 이전에 살다 이사 간 여자 한 명이 술 마시고 잘못 찾아와 일어난 일요일의 해프닝.

이젠 심심찮게 등장하는 게이 설정.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게이라는 설정은 필수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남녀 커플인데, 난데없이 여자 한 명이 들어와 침대에서 자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완전 엉뚱한 삼천포로 흘러가겠지.

게이 설정이기에, 남에게 드러낼 수 없는 관계라는 것, 어머니에게 비밀로 한다는 것도 이미 전제되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여자 한 명은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친구와 같은, 그리고 극을 전개해 나갈 수 있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 연극은 간단히 정리하자면 사랑 이야기.

그리고 사랑은 게이 커플이든, 이성 커플이든 누구에게나 적용 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또한 오해로 인한 다툼 역시.

정진은 어린 준석을 보호해야 되는 존재로 본다. 혹시나 거친 세상에서 상처를 입을까 봐.
거리에서 노숙하던 준석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여 먹을 것, 입을 것, 다 챙겨주고, 심지어는 학비까지.
그리고 그림이 안 팔리는 것을 자신이 도로 다 가지고 와서 보관을 하고.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에 준석의 모든 것을 돌봐주려는 정진.

반면 준석은 정진의 모습을 다 꿰뚫고 있다. 안 팔리는 그림을 다시 거둬들이는 것도 알고 있고,
어머니 문제 때문에 골치를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정진이 보호하자는 마음에서 숨기려고 하는 사실을 준석은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정진이 자신을 사랑한다기보다 불쌍히 여기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두 사람 사이를 구경하는 내 입장은, 저 난데없이 등장한 여자 은우의 입장일지도.
솔직히 한 마디 나온다. "잘들 논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져 있었던 은우의 입장으론 짝도 있겠다. 서로를 좋아하겠다, 아무 문제 없는데 둘다 엉뚱하게 땅만 파고 있는 꼴.

사랑하는 사이끼리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는 건 다 거짓말.
말을 해야 통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또 하나의 연극.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는 항상 솔직해야 된다는 것도.

근데 말이 참 쉽다.
솔직한 건 참 좋지만 솔직하다가 결국 상처를 주게 될 말을 할까봐 걱정하게 되고,
그걸 배려한다고 했다가 정진처럼 결국 눈 가리고 아웅하는 그런 비밀을 만들어 버리게 되는 그런 일들이
참 세상엔 많은 것 같다.


덧붙임 : 1. 가볍고 상쾌한 연극이었다.
            2. 은우가 톡톡 튀고, 아저씨 빨 나는 정진은 꽤 잘 주고 받았다.
            3. 준석의 역할에 정일우. 이미지가 꽤 잘 어울렸다. 다만 아직 초보라 그런지, 손동작이나 목소리 톤이 올라가는 등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띄기도.
            4. 정진의 이상홍. 제일 자연스럽고, 그 덕에 그런지 웃음이 자연스럽게 터져나오게 했던 배우.  덥수룩하고 은우에게 신경질을 부리며, 하지만 은근히 쿵짝을 잘 맞춰준 그런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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