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엘리어트를 보고 나서 첫 번째 든 생각은 이거 지금 봐서 다행이다. 더 일찍 봤다면 큰 일날뻔 했다는 것. 지금 이 순간 또 보고 싶어 주체할 수가 없다.ㅜ.ㅜ 

빌리 엘리어트의 배경은 대처 수상의 시절 정부의 정책때문에 대파업 중의 탄광촌이다. 그리고 빌리를 단순히 발레 재능이 있고 꿈을 추구하는 아이라고 따로 치부하기엔 마을의 상황과 빌리의 상황이 밀접하게 연결된다. 그런 상황을 무대 위에서 표현하는데 그야말로 와우라는 말이 나왔다. 서로 대립되는 경찰,노조 그 가운데에서 나름 자기 살아가는 아이들, 하지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모습. 그런 삶의 모습을 한 무대에서 나타내는데 그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투박한 광산촌 사람들. 못 배우고 무식한 그 사람들은 걸핏하면 욕을 하고 춤은 계집애, 호모나 하는거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그럼에도 재능 있는 아이를 위해 지원하고 아들이 재능있다는 점에 팔불출이 된 아버지. 캐릭터들은 무거운 분위기를 일부러 잡지도 않고 지나치게 가볍지도 않다. 또한 뭔가 심각하다 싶으면 때때로 등장하는 유머가 극의 분위기를 잡았다 놨다를 한다. 

하지만 극의 가장 중심이 되는 건 빌리. 이 빌리는 그저 순수한 발레 소년의 의미가 아닌 것 같다. 계속 곱씹을수록 빌리는 망해 가는 탄광촌의 또 다른 삶의 기회, 미래, 희망이 결집한 거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에 부딪힌 빌리의 좌절의 몸부림은 광부들의 현실에 대한 몸부림이었고 돈을 지원한 모습에서 또 다른 기회를 엿보자한 광부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길게 많은 의미를 이야기해봤자 막상 극 자체가 엉망이었음 이런 느낌이 오지 않았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지지부진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 화면에 짜 넣은 노래 안무 등이 뒷받침되었고 그 속에서 중심이 되는 빌리의 역을 훌륭하게 해 준 소년이 있어서이다.

오늘 내가 본 임선우군은 통통 튀는 느낌의 빌리. 솔직히 귀여워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약간은 철이 없으면서 어린 느낌이 가득. 하지만 그만큼 밝고 순수한 느낌이 드는 아이였다. 그래서 빌리 엘리어트라는 극의 분위기를 더 밝게 해 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또 다른 빌리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분위기는 어떨까하고.

날씨가 갑자기 또 추워져서 망설여졌지만 정말 보러가길 잘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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