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관람


인터파크에서 굿모닝 티켓으로 예약한 뮤지컬.
친구가 먼저 보고나서 정말 좋았다고, 엄청 울어댔다고 하는데 약간 반신반의한 마음이 들었다.
내용이야 대충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고, 예전 영화의 기억도 나고.

그런데...

이렇게 엄청나게 펑펑 울어댈 줄 몰랐다.
아예 초반부터.

초반엔 무대의 느낌이 참 좋았다.
무대 위의 한지로 바른 막 장치도 좋았고,  거기에 어슴푸레하게 비치는 그림자 연기도 좋았다.
무엇보다 성인인 송화와 동호의 배치와 어렸을 적의 추억을 보여주는 아역의 구도도 좋았고.
특히 아역 송화의 목소리가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를 따라 둘이 길을 따라 갈 때 계절별로 바뀌는 그 화면도 참 좋더라.
나중에는 지나치게 많이 나와서 그닥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움직이는 길과 막 뒤의 화면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에 집착하는 세 사람.
하지만 세 사람에게 그 소리는 다른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서로가 다른 소리를 추구하고, 그렇기에 갈등이 일어났다.
결국 아비가 "한"을 딸에게 심어주기 위해 눈을 멀게까지.

참, 미워죽겠을 아버지인데 결국은 딸은 이해하더라.
그게 한으로 승화되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저승으로 가는 그 장면.
그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이해가 그 장면에서 드러나는데. 아, 뭐라 말하기가 참 미묘하다.

마지막 엔딩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눈물이 난다.
심청가의 심봉사의 눈뜨는 그 장면이 이렇게 가슴이 애닳을 수 있을까.
분명 소리는 기쁜 소리다.
경사가 나는 장면을 표현하고, 그 목소리엔 기쁨이 가득한데. 이게 이 극에선 정말 아이러니지.
심봉사의 애닳을 그 마음. 딸을 보고 싶을 그 마음이,
송화에겐 동생 동호를 보고 싶어할 마음과 겹쳐진다.
심봉사는 결국 눈을 뜨고 딸을 보겠지만, 송화는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동생을 보지 못할테니, 그게 다시 마음이  아파온다.
반면 그토록 기다리던 동생을, 아는 척은 비록 하진 않지만
동생의 북소리에 맞춰 소리를 하니 송화의 기쁘면서도 애절한 것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고.
번쩍! 번쩍 ! 하며 익살맞은 송화의  목소리가 왜 그리도 더 슬픈지.


아마 이 극을 혼자 집 안에서 봤더라면 엉엉 소리내며 울면서 봤을 것 같다.
지금 그 극을 기억하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줄줄 흐른다.
 오늘 정말 힘들었던 건 다른 사람에게 방해될까봐 엉엉 소리가 나는 입을 틀어막는 것.

극도 잘 만든 것 같지만 무엇보다 오늘 정말 감탄하고 박수를 보내고 싶은 건 송화 역을 했던 이자람.
이 분의 소리였기에 더욱 공감이 가고 감정이 이입되었던 극이 아니었던가 싶다.
반면 동호를 연기했던, 어찌보면 대등한 주연이었던 김동현씨는 너무나 노래와 소리가 차이가 났고, 따라서 그 존재감이란게 거의 느껴지지 않았기에.

소리가 중요한 극이었기에 판소리를 하셨던 이자람씨 덕분에 더 극이 산 것 같다.
처음 대사 한 마디를 들었을 때 목소리 느낌이 안 그래도 소리를 하신 분 같았고,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참 대단하신 분이더라.

이자람씨의 서편제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너무나 울어서 진이 빠졌음에도 이상하게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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