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23일 관람

Cast: 신지호(이스마엘). 퀴퀘그(지현준) 에이헙(황건) 스타벅(이승현) 플라스크(유승철) 스텁(황정규) 네레이드(차여울)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면서 연기도 하는 공연.
따라서 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배우들이라기보다 연주자가 연기도(!) 하는 공연이라고 보는게 더 맞을 것 같다.

처음에 배우들이 연주를 한다기에 좀 그저 조금 특이하고 색다른 공연일 거라 생각했었다.
뭐랄까, 예전에 봤던 오디션같은 그런 뮤지컬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공연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내 생각은 완전히 깨지고.. 역시 나의 상상력은 참...

참 묘한 느낌이었다.
배우들이 무대 위에 서서 연주하면서, 어떤 때는 그저 배경음악을 연주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
배우와 악기가 함께 무대의 배경으로 보여줄 때도 있었다.
악기의 연주로 극의 흐름과 캐릭터의 감정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할 뿐더러, 때론 악기 자체가 소품의 역할을 할 때가 있었다.
예를 들어 트럼펫이 마치 망원경인 것처럼.
또한 단순히 악기를 정형적으로 연주하는게 아니라 때론 손가락으로 튕기고, 발로 차기도 하며, 악기 연주 자세를 바꿈으로써
좀 더 극의 느낌과 캐릭터를 보여주기도 했다.
악기의 종류 자체도 임의적으로 선택된 게 아니라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을 선택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서기 좋아하는 플라스크 3등 항해사는 자신의 뽐내는 성격을 트럼펫이 앞으로 나와서 강하게 뿜어나오면서 보여주기도 했고,
에이헙 선장의 첼로는 자주 들리면서 첼로의 뾰족한 받침 부분을 드러내는 장면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게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뭔가 불편하고 예민한 그런 분위기를 보여주려 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배우들이 참 나름대로 강렬하고 인상이 강했지만, 그 중 주인공 이스마엘과 식인종 친구인 퀴퀘그에게 참 많이 시선이 갔다.
두 사람의 만나는 장면, 친구가 되는 장면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협주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면서 표현을 하는데 참 유쾌한 장면이었다. 특히 오늘 이스마엘 역의 신지호씨와 퀴퀘그 역의 지현준씨는 덩치나 인상적인 면에서나 대조를 이루면서 너무나 잘 어울렸다.
서로의 이질적인 배경만큼 이질적인 인상, 그리고 맞추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정말이지...ㅎㅎ 지호씨는 너무나 귀여웠고 현준씨는 정말 야생(?) 원주민 같았다. 연기자체는 뛰어난 편은 아닌 것 같지만 악기를 잡는 순간 뭔가 달라진다. 특히 피아노의 신지호씨는...
그저 빠질 수밖에 없더라. 

아, 그리고 또 생각난 건데, 무대의 구성 역시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배의 갑판위를 나타낸 무대인데 평면이 아니라 약간 기울어진 꼴. 그 위에서 굴러내려보고, 올라가고 그러는데 굉장히 역동적인 이미지였다. 사실 무대가 움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울어짐 "때문에 배우들의 이동이나 동선이 좀 더 다양해 보이고, 배 위에서 벌어지는 장면같다는 느낌을 더 주고 있으니. 평면, 판판한 무대와는 다른 색다른 느낌.

1부와 2부는 굉장히 분위기가 달랐다. 1부는 일단 유쾌 발랄, 꿈을 찾아간다고 할까? 2부는 반면 결국 현실에 부딪힌 것. 2부를 보는 내내 에이헙 선장보다는 스타벅에게 더 공감을... 선장이 굉장히 독선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결국 자신의 꿈, 그 복수에 다른 애꿎은 선원들을 다 끌고 간게 아닌가. 선장은 복수라는, 또는 바다에 대한 도전이라는 꿈을 쫓았지만 다른 선원들은 그게 자신의 꿈이 아니었으니. 그저 돈을 벌고 자신의 가족을, 또는 가게를, 새로운 경험을 하는게 목적이었지, 괴물을 쫓아가는게 그들의 꿈이 아니었으니까.
솔직히 2부는 조금 더 빠르게 흘러가기에 내용을 이해하기 약간 힘들었다. 더군다나 원작을 안 읽었던 상황에서.ㅜ.ㅜ 
그래. 난 그런 책들이 싫었다. 특히나 청소년 추천 책 시리즈는...ㅜ.ㅜ 내 취향이 아니었어... 근데 뮤지컬을 보고나니 한 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ㅡ.ㅡ 

전체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뮤지컬. 무대도 좋고, 음악도 좋고, 구성도 좋고.^^
창작 뮤지컬이라는데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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