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줄에서 본 덕분에 배우들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던 공연.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 때문에 허걱 놀랐긴 하지만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미묘한 떨림까지도 볼 수 있었으니. 

특히 스타벅 항해사와 에이헙 선장의 대치 부분에서 말이다.


신지호-KON 과 신지호-지현준의 이스마일-퀴퀘그 스타일은 참 다르다는 것도 다시 한번.

KON과 지현준은 일단 덩치나 생김새부터 참 다르긴 하지만 두 사람의 전공 분야가 다르다는게 이 뮤지컬의 다른 캐스팅을 보는 맛을 더욱 더 주는 듯하다. KON은 일단 연주자니, 바이올린 소리부터 다르고, 바이올린을 통해 캐릭터의 감정, 성격을 보여주지만,

지현준은 배우다 보니 바이올린보다 연기에 더욱 무게를 준다. 몸 동작이나 표정 등을 본다면 지현준의 퀴퀘그는 더할나위 없이 식인부족 출신의 전사를 보여주니까. 


피쿼드 호의 탄 선장과 선원들. 그들은 고래를 잡으러 배에 올라탔지만, 목적은 다들 다르다.

스텁은 돈을 벌어 음식점을 차리고 싶고, 플라스크는 주점을 차려 그 좋아하는 여자, 술을 맘껏 누리고 싶어한다.

스타벅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배를 탄 거고,

이스마엘은 모험을 하고 싶다는 철부지 어린 마음에. 

퀴퀘그는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은 소망에 배를 탔다.

그리고... 이 배의 선장 에이헙은 모비딕에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에 배에 탔다.


고래를 잡는다는 건 하나의 수단일 뿐 최종 목적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 선원들은 고래를 잡았을 때는 노래를 부르며 술통을 비우며 흥겨워하며 한 마음인 것 같지만 

실은 다들 자기 인생을,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캐릭터들의 반응이 다들 다른데다가, 스텁 항해사의 적극적인 맞장구든, 입을 삐죽대든,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는거든, 그런 조금만 부분이 왜 이리 깨알같은 재미를 주는지.

이 장면을 보다 보면 저 장면을 놓치고, 저 장면을 보다 보면 이 장면을 놓치고 ..ㅜ.ㅜ 


가까이서 보았기에 더욱 더 배우의 연기가 보였던 장면은 에이헙 선장에 대한 스타벅 항해사와 퀴퀘그의 경계.

다들 생각없이 웃고 떠들고 있는 와중에 그 둘은 선장의 생각에 대해 동감하지 않았다.

특히 선장이 바다를 정복해야 하는 대상, 무찔러야 하는 대상을 보고 연설을 하는 부분에서 더욱 더 경계를 하는게 눈에 보였다.

고래 한 마리를 잡고 그에 대해 감사, 소중함에 대해 배 위에서 의식을 치루는 퀴퀘그에게 선장의 생각은 완전히 반대였으니.


그래서 지난 번 차여울의 네레이드에 더욱 공감이 갔던 지도 모르겠다.

그 네레이드는 자신에게 존중을 보여주는 퀴퀘그를 따뜻하게 감싸안았지만 반면 퀴퀘그를 죽게 만들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으며 모비딕에 대한 복수, 바다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선장에겐 분노를 보여주는 부분이 명확했으니.


이스마일이 고래잡이 배의 추억을 회상하는 처음 부분과 끝 부분.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있다가 서서히 환한 조명 속으로 들어오는 그 부분은 언제나 마음을 당긴다.

이스마일의 처음 기억 부분은 그야말로 추억, 약간은 어두침침했던 서글픈 추억의 느낌을 주지만,

마지막 마무리할 때 환한 조명 속으로 들어오는 그 부분을 볼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추억 속에서, 기억 속에서, 내 마음 속에서 그들은 살아 있다라는 흔한 회상 말이지만 그 부분이 그런게 아닐까 하고.

이스마일의 추억 속에서 고래잡이 배, 피쿼드 호의 선원들은 함께 살아있다는 그런 느낌? 


하여튼 계속 생각해도 좋다.ㅜ.ㅜ


퀴퀘그의 고래를 잡고 난 밤에 의식을 치루면서 노래를 부르는 그 감정이나,

에이헙 선장의 광기에서 망루에 올라가서 첼로를 흔드는 부분.

고래를 낚아 올리면서, 돌풍 속에서 배의 중심을 잡아가면서 첼로,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 연주의 활의 움직이는 동작이라든지,

에이헙과 스타벅의 대치에서 노래를 부른느 장면이라든지.

생각할수록 머리 속에서 맴도네.정말.


흐음... 내일 갈까.말까..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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