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리 충격적이지도 않다. 
뉴스에서 말하는 왕따의 수준을 생각해 보면 연극의 소재 정도는 그리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다.

다만 이 연극이 조금 다른 건 비난의 대상이 학교가 아니라 학부모에게로 향해서이다. 연극에 나온 부모들은 놀랄만치 우리의 현실의 학부모를 그대로 닮았다.
아니 현실보다 약할수도.ㅡ.ㅡ^

어쩜 그리 종류별로 다 모아놨을까!
학교 운영위 회장이기에 권력이 있는 학부모.
조부모이기에 아직 옛날 사고방식을 가진 학부모.
합리화시키며 의견을 주도적으로 몰아가는 학부모.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학부모.
왕따에서 가해자로 변한 아이의 학부모 등등

이 부모들이 모인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우리 아이는 그럴리 없어요." 

부모가 제일 자신의 아이를 잘 안다고 하지만 의외로 자신의 아이를 잘 모르는 부모들이 많다. 더군다나 아이들은 자신의 불리한 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렸을 땐 거짓말을 의도하지 않았지만 혼날 것을 생각해서 자신도 모르게 빼 놓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아이와 이야기할 때 믿어주라고 하지만 무조건 믿지는 못한다. ㅡ.ㅡ

예를 들어볼까?

아이가 집에 와서 학교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00가 내게 빗자루를 집어던졌어요." 말한다. 그러자 엄마는 화가 나서 교사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전화한다. 그리고 교사는 일단 엄마를 진정시키고 상황 파악을 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왜? 흔히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일은 드물기에. 다음 날 두 아이 다 불러놓고 이야기해보니 이 아이가 먼저 계단청소를 하는 아이를 놀리고 약올리고 욕을 했다는 것. 그러자 다른 아이가 화가 나서 하지 말라는 의미로 빗자루를 던졌다는 것. 

이 이야기에서도 초반에 교장이나 교사들이 굉장히 미적지근하게 대한다. 그리고 계속 상황 파악을 해 보겠다고 한다. 일단 성난 학부모들을 가라앉히려고 하고, 일의 진행을 봐서 해결방법을 모색하는게 그닥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교사의 태도는 연령별로, 학교의 위치별로 굉장히 다르게 나타난다.

교장의 우유부단한 태도는 학교를 책임지는 자의 입장에서 그저 무사히! 학년주임의 무덤덤한 태도속에서는 지나온 세월 속에서 죽은 아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반, 그냥 무사히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 반이 느껴지고, 이제 갓 신규발령을 받은 교사는 정말 아이들에 대한 실망감과   미움을 아주 솔직하게 표현한다. 학부모인 부부교사의 왕따지도 사례의 예를 들어본 것까지 생각해보면.

이 연극에선 아이들이 직접 등장하지 않고 학부모들의 대화로 이야기가 진행되어간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의 대화로 아이들의 알력 관계가 더더욱 눈에 보인다. 그래서 저렇게 아이들이 된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아이는 누구를 닮겠는가. 자기 부모지.

편모가정이라며 잘 살지 못하는 가정을 대하는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간거지.
그 정보도 어디서 들었겠어. 엄마에게서 들었을테고.
아빠에게서 받은 폭력이 다른 약한 아이에게 풀었을테고.
자신이 교사이면서 엄마인 사람은 학교에서 시달리고 남편에게 시달리니 자기가 남편에게 한 말 그대로 귀찮아서 모른척한 걸테고.
왕따였던 한 아이는 이번엔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을테고.
자기도 왕따 당하기 싫어서 자기엄마처럼 한 아이는 아첨해대었을테고.
그리고 모르는 척 하라는 말에, 사진이나 문자 등을 지우라는 건 누구에게서 들었는가. 자기 부모에게서이다.

결국 아이들은 집단 따돌림 행동으로 질책도 받지 않았다.
잘못을 했는데도, 직접 눈 앞에 밀어넣었어도 자신의 아이는 그럴리 없다며 발뺌하는 부모덕분에 이 일은 유야무야 넘어갈 것이다.

끝에 한 부모의 말이 더 그렇다. 살아가기 위해서 결국은 부정할 수 밖에 없다는 그건 자기합리화이고 어쩌면 자기 위안이다. 죽은 아이는 죽었으니 아비 말대로 없는 셈 치는건가.

끝에 두 부부를제외하곤 아이들을 단도리할 것을 다짐하고 간다. 하는 말들이 걸작이다. 자기 아이는 자기에게 솔직히 이야기한다라고.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그 아이들이 바뀔 거라고 믿지 않는다. 이번에 다현이란 아버지가 해고되고 그 어미는 식당 일을 구한다던 그 아이가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엄마의 시선은 그대로니까.
엄마의 행동이 어디 용서의 모습을 보여준 행동이었나.

모범을 보여야 할 부모의 모습. 잘못을 했지만 그걸 숨길 방법을 가르쳐 준 부모. 자신의 아이를 감싸줄 것만 생각하는 그 부모들이 결국 괴물을 만들어내었다.

문제는 그 괴물들이 청소년기에만 머무르는 게 아닐거다. 

그저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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