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 관람

  캐스팅 : 이철민, 김대령, 이세은


지인 덕분에 본 연극.

부조리극 개념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장진 감독에 대해서도 잘 모름.

아직까지도 연극을 많이 보질 못했기에.^^';;


나중에 장진 감독이 나와서 21살에 썼던 극이라고 했다.

당시 포스트 모더니즘 등이 전반적으로 유행하던 시기였고 이런 부조리극이 상당히 많았다고 이야기한다.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이야기.


보고 나서 여러 생각이 많아졌다. 볼 때는 정말 즐겁게 봤는데 결말을 보고 나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



일단 배경은 감옥. 근데 보통 감옥이 아니다.

음식은 칼로리나 건강까지 챙겨서 건강식으로, 죄수의 취향대로!

감옥 안에 오디오가 있어 음악도 듣고(씨디도 많다.), 담배도 있고, 커피도 마실 수 있다.

생활하는 것만 보면 완전히 호텔에서.


나중엔 여자죄수까지 들어온다.ㅡ.ㅡ 


다만 감옥이다 싶은 것은 감시 카메라.

저 감시 카메라가 뭐하나 싶다. 시종일관 죄수들의 모습을 찍어대는데 그렇다고 뭔가 감시하는 것도 아닌 듯 싶다.

죄수는 심지어는 감시 카메라 앞에서 탈출 시도까지 하니.

죄수 1 덕배는 그것을 "죄수로서의 예의"라고 하는데...


보다 보면 덕배는 참 마음이 편하다.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느긋느긋하고 여유로운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죄수 2 달수는 그에 비해 감정이 자주 변하기도 하고 좀 더 반응이 즉각적이기도 하다. 처음엔 자신에게서 정보를 빼앗으려 하는 거냐고 의심하다가 곧 나갈 수 없는 것을 알고 이 감옥 생활에 적응한다. 그리고 여자 죄수가 들어오고 나서 그 여자를 좋아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다가 나중엔 그 행복을 위해 죽이기까지.


그런데 덕배와 달수, 죄수 1호와 죄수 2호의 가장 큰 차이는 현재 상황에 대한 경계냐 아니냐다. 죄수 1호는 감옥 안에서 누릴 것 다 누리면서도 계속 이야기한다."죄수로서의 예의"라고, 그리고 나중에 들어온 여자 죄수 3호의 잊혀진 기억을 되살리려고 까지 한다. 그저 가만히 주저 앉아 있는게 아니라. 또한 죄수 3호가 들어왔을 때 오던 길이 어땠냐며 계속 꼬치꼬치 물어보며 빠져나갈 길을 모색한다. 


반면 죄수 2호는 그렇지 않다. 처음엔 감옥 안에 들어온 사실에 대해 불만이었지만, 그 이후에 이내 적응하고 만다. 1호에게서 "죄수로서 예의"라고 전수 받은 탈출시도는 계속 하지만, 그게 나중엔 습관적으로 변해있다. 1호와 달리 2호는 의례껏, 습관적으로 창살을 가는 것. 그리고 그것은 죄수 3호를 대하는 모습에서 아주 분명해진다. 그는 3호가 기억을 찾길 바라지 않는다. 상관이 없다. 다만 지금 있는 기억을 잃고 바보같은 3호 속에서 행복을 찾을 뿐. 


마지막 2호의 폭력적인 행위는 자신의 이상향이 깨어지는 것 자체에 반응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변해갈 수 없기에 다른 것을 내게 맞춘 거라고 할까.


하지만 그것도 1호는 감옥 문을 열고 나가면서 2호 혼자만을 남겨두고 있지만.


사실 마지막 후반부를 제외한다면 굉장히 유쾌하게 봤다. 물론 중간중간 감시카메라의 역할은? 저 여자의 기억은? 대체 이 감옥은 무슨 의미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기에 마지막에 다가온 장면은 그만큼 충격적이었지만. 


다 보고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감시카메라는 이 사회의 시스템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가장 큰 것은 한 사람은 계속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한 사람은 그저 순응했다는 것. 결국 순응하고 그 말도 안되는 곳에서 나름 행복을 찾았다 싶지만 그 행복이 깨지려는 순간 억지로 맞추고자 하는 것이 힘, 폭력으로 나타난 것 같다는 것. 정리해 보자면 그런 생각이 든다. 


뭐, 이것저것 맴도는 생각들도 있지만 내 능력의 한계.

재미있으면서 씁쓸한 내용의 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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