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4 관람


현재 잘 나가는 배우들을 다 끌어모은 작품이 풍월주, 그리고 블랙메리포핀스라고 들었다.

공교롭게도 나란히 옆에서 공연하던...


뮤지컬 배우들을 잘 모르는 나로선 어쨌거나 두 작품 다 줄거리나 분위기가 꽤나 끌렸던 건 사실.

풍월주는 몇 번 봤고, 블랙메리포핀스는 막 내리기 전에 한 번은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보러 갔다.

지인은 배우 취향과 안 맞다며 두 번은 보지 않았지만 나야 아는 배우도 그닥 없기에 뭔 취향이랄게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작품이 좋으면 괜찮겠지 싶은 생각도 있기에 일단 보러 대학로로!


모범생들 아래에서 하고 있었기에 찾는데 어려움은 없었고. (뭐, 구글 지도도 있고.)


처음 시작하는 장면은 꽤 상상력, 흥미를 자극시켰다.

무대 흰 천이 드리워져 있고, 그 뒤에서 네 배우가 그림자 춤을 추었다.

그리고 메리가 등장하고서 메리 손에서 마치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모습.

그리고 천이 떨어지자마자 언뜻 비쳐진 무대의 비뚤어진 사각 테두리는 

이야기의 기묘함. 섬뜩한 분위기와 어울려져 사람을 끌어당겼다고 할까.


그런데 문제는 그 느낌이 거기까지였다.ㅜ.ㅜ 


마무리에선 어느정도 잘 잡아갔다 치더라도 그 중간이 문제.


도저히 이야기의 감정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그런건지, 연출이 그런건지.

아님 뒤에 비친 조명 덕분에 배우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마저 눈에 보이는 그런 산만한 흐름 때문인지.

(관객이 문제가 아니었음)


어느순간 헤르만이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온다.

헤르만과 안나의 둘만의 독특한 애정도 조금 뜬금없다.

요나스는 공황장애라는데 모르겠어..ㅜ.ㅜ 


그나마 극을 보고 성격이나 일관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 화자인 한스.


제일 좀 난감했던 장면은 배우들이 어린 아이로 변해서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는 장면.

그게 좀 귀엽게 표현되었다면 성인 시절과의 차이를 더 눈에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근데 이게 ㅜ.ㅜ 

어른이나 아이나.


게다가 유모인 메리. 

메리와 아이들의 공감이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메리가 아이들을 돌봐주는 장면은 단 하나.

그 장면 하나 만으로 메리에 대한 애착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옆에선 결말이 다가오면서 안나의 트라우마, 요나스의 트라우마, 한스와 헤르만의 다짐 장면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난 미치겠더라.

아무것도 안 느껴져서.ㅜ.ㅜ


어찌보면 줄거리 자체는 풍월주보다 치밀한데,

풍월주가 줄거리의 구멍들을 배우들의 연기로 채웠다면,

블랙메리포핀스는 이야기에 대한 지나친 설명으로 상상력의 여지를 주지 않았던 게 아닌가 싶다.

또는 캐릭터의 성격 역시 그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장면보다는 일기나 한스의 설명 등으로 채워지고 넘어가니,

장면과 장면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여지보다 직접적인 설명이 지나치게 많다.


재판장면은 쓰릴미가 무척이나 생각나더라.

몇몇 장면이나 내용은 어디선가 접한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이야기야 거기서 거기지. 문제는 어떻게 조합하고 어떻게 보여줄 거냐는 건데..

블랙메리포핀스는 그런 면에서 나에겐 조금 아쉬웠던 것 같다.


결론은 뭐, 내 취향이 아니었다는 거지.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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