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관람





한 편의 유쾌하고도 따뜻한 이야기.

억지로 눈물샘을 자극하려 하지도 않고 억지 웃음도 없었다.

그저 이야기가 흘러가는대로 함께 웃고, 눈물지을 뿐.


그렇게 이야기를 지켜볼 수 있던 것은 정성화 배우 덕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적적하게 치고 빠지는, 완급 조절이 굉장히 뛰어났다고 할까.

개그맨 출신이라서 그런 흐름의 파악이 뛰어난 걸 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나 어렸을 적이나 개그맨이었지, 지금은 완전히 뮤지컬 배우.^^

카이스트의 어리숙한 대학원생의 연기도 생각이 나고...


라카지를 보러갈 때 이야기의 줄거리는 알지 못하지만, 게이 커플, 가족의 이야기라는 것은 알고 갔었다.

그리고 커플 중 하나가 클럽의 유명한 가수라는 정도만.

한 명이 여성성향을 가진 게이라는 건 잘 모르고 갔었다.^^;;


보통 남자가 여자흉내를 내면 지나치게 우스꽝스럽게 된다.

목소리 자체도 듣기 거북할 정도로 여자처럼 내려고 그러고.

또 극의 진지함도 조금 덜하게 된다. 코믹적이 되다 보니 극의 의미도 잘 전달이 안되고.


그러나 정성화 배우의 연기를 보고 들으면서 느꼈던 것은 남자가 여장을 하고 여자스러움을 가장한 가짜가 아니라 

정말 엄마같다는 편안함이었다.

평소 목소리가 굉장히 낮기 때문에 목소리의 한 톤을 높였고 여성스러운 말투를 썼다.

그리고 동작이나 걸음걸이 등이 여성.

보면서 남자를 본다는 것보다 그야말로 푸근한(?) 엄마 느낌.

고영빈 배우의 조지와 해변가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정말이지 편하디 편하게 된 노부부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영빈 배우의 조지와 정성화 배우의 엘빈이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가정의 부부같다는 생각도 들고.

두 사람의 캐스팅으로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근데 그 두사람이 메인 캐스팅이 아니라는 슬픈 사실..ㅜ.ㅜ 


사실 다른 캐스팅들은 거의 엑스트라의 수준.

일이 만들어진 게 된 원인을 제공해 준 아들과 아들의 여자 친구의 비중은 굉장히 약했다.

오히려 아들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더 강했던..^^

엘빈과 딩동 부인이 쿵짝이 맞는 모습은 한층 더 엘빈의 여성향을 강조.

자신에게 솔직하지 않았던 조지와 아들 장미셀이 우왕좌왕하고 안절부절못한 사이에

자신의 내면의 모습을 솔직히 드러냈던 엘빈이 안주인으로서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너무나 역할에 잘 녹아드는 모습이 남자라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결국 레스토랑에서 자기 흥에 취해 자신의 정체를 자기 손으로 드러나게 했지만.^^


결말도 참 마음에 들었다.

억지로 수긍하게 하는 게 아니라 타협이라는 것을 제시했던 부분이.

사실 사람의 신념이란게 그리 잘 바뀌어지는게 아니다.

아마 억지로 "아, 내가 잘못 알았구나. 미안하오. 당신들을 이해하오."식으로 갔으면 이제까지의 즐거움이 사라졌을 듯.

정치인임을 이용해 해결봤다는 것이 만족스러웠고, 무대를 통해 빠져나가는 모습에, 의원을 제대로 곯려줬다는 생각도 들어서 

더욱 유쾌해졌다.


자코브의 김호영 배우는 한참 헷갈렸다. 남자인지, 여자인지.ㅜ.ㅜ 

톤도 굉장히 높은데다가 분위기상 남자인 것도 같은데 목소리 같은 것을 들어보며 여자인 것도 같고...

정말 연기를 잘 하셔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자코브 역할을 제대로 못 했으면 극 자체가 상당히 무미건조해졌을 것 같다.

개그스럽고 웃긴 분위기를 잘 살려줘야 되는데 그런 부분을 너무나 잘해주심.^^


반면 천호진 배우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티비에서는 연기도 잘 하시고 괜찮으신데 무대 연기는 영 아니신 듯.

무엇보다 발음이 안 들려.ㅜ.ㅜ 대사도 사실 몇 없는데 그것마저 안 들리니...

티비에서야 얼굴 비추고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나가지만, 무대에선 앞에 앉지 않은 이상 얼굴은 잘 안 보이니 

목소리를 많이 듣게 되는데 이건 그저 소리를 지르는 듯한 연기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영 안 좋았다.


그러나 중심은 엘빈과 조지. 특히 엘빈.

그렇기에 너무나 만족스럽게 보고 나왔던 공연.

정말이지 다시 한 번 정성화 엘빈과 고영빈 조지의 무대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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