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살아남아 당신께 고하노라. 이곳은 도전의 길이었지만, 동시에 파멸의 길이었고, 내가 인생에서 끊임없이 갈망하던 특별한 항해를 내가 사랑하는 친구와 함께 떠났던 소중한 항구다. 이제 내 젊음의 한부분을 놓고 온 고래잡이배와 검고 푸른바다에 마지막으로 나의 추억을 바친다.



눈물을 꾸욱 꾹 눌러 참으며 말을 잇던 신지호와 이스마엘이 순간 겹쳐보였다. 이스마엘이 항해를 끝마치며 젊음의 한 페이지를 덮으며 맺는 말이지만 오늘 마지막 공연을 했던 신지호에게도 자신의 삶의 또 다른 한 페이지를 끝냈을 테니. 고래잡이 배를 만든 무대 위에서 함께 연습을 하고 공연을 하며 정이 들었던 멤버들과 함께 마무리를 짓는 그런 신지호와 이스마엘이 겹쳐보이고 다시 여기에서 울컥. 내겐 있어서 정말 좋은 공연의 막공. 


내일이 남아있긴 하지만 워낙 좋아하는 공연과 배우들이었기에 더 그런지도.


신지호 이스마엘은 참 감정표현이 솔직하다. 사실 배우라기에는 좀 그렇다. 감정 조절이 안 되고, 대사의 억양이나 연기도 그저그런 편. 원래 피아니스트니. 근데 이상하게도 신지호 이스마엘을 보면 함께 즐겁고, 함께 슬프게 된다. 그 엉엉 울어대는 연기가 왠지 모르게 공감이 되고 나도 엉엉 울게 되고.


콘 퀴퀘그와 지현준 퀴퀘그. 콘은 연주로 감정을, 그리고 듣기가 참 좋다. 그러나 지현준 퀴퀘그는 드라마가.. 연기가 살아있다. 오늘 보면서도 몇몇장면은 뇌리에 팍. 계속해서 에이헙 선장을 경계하는 모습. 이스마엘이 풍랑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것. 네레이드가 죽는 자신을 맞이하러 왔지만 차마 발을 떼지 못하고 이스마엘을   다시 바라보는 그 모습. 친구여 너무 슬퍼하지마라는 가사 부분에서 이스마엘을 바라보는 눈빛과 동작 속에 나타나는 따뜻한 느낌. 그리고 그런 지현준에 이끌려 그대로 반응하는 신지호 이스마엘의 모습도 너무나 좋고.

아아, 생각해보니 그 둘의 교감이란... 아유. 너무나 좋아. 좋다.ㅜ.ㅜ 


조성현 플라스크와 황정균 스텁 항해사. 와, 이 커플은... 그냥 호흡이 뭔가라는 걸 보여주는 커플이라지요.

오늘 막공이라고 플라스크가 배려를... 평소엔 스텁 항해사의 소개 부분에 "삑" 하고 짧게 불러주던 것을 완전 오늘은 멋지고 길게. 그리고 중간에 스텁 항해사가 "여자가 좋겠지." 이런 대사 부분에 "나도 네가 좋아." 하는 그런 애드립. 두 분이서 호흡이 착착. 뭐라 말이 필요없는 커플. 조성현 플라스크가 작아서(?) 가벼워서(?) 날쌔서(?) 그런걸까. 완전 자연스럽게 스텁 항해사에게 안기는데, 에구. 보고만 봐도 기분좋은 유머커플. 그래서 모비딕에게 삼켜진 스텁 항해사에 대해 울부짖던 플라스크가 너무나 이해가 가고 공감이 된다.


에이헙 선장이야 언제나 잘 하시고. 그 광기어린 모습은 갈수록 심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은 에이헙 선장이 무척이나 미웠던 날. 평소 복수의 노래 때 에이헙 선장을 보기에 오늘 처음 알게되었다. 2층에서 보니 전체적으로 너무 잘 보였던 덕분. 모비딕에 대한 광기가 심해지고 미쳐 날뛰는선장 밑에서 퀴퀘그는 아파서 신음을... 그런 퀴퀘그를 이스마엘이 와서 안아주고, 보살피는데.. 아. 정말 이렇게까지 모비딕을 잡아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번쩍. 나중에 퀴퀘그의 관이 나타났을 때 에이헙은 강하게 분위기를 전환시키려 하지만 결국은 선원들의 원망에 찬 눈초리는 변하지 않겠지. 그리고 스타벅 항해사가 신은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하지만 어쩌면 가족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기도보다 에이헙 선장의 모비딕을 잡을 수 없다면 우리 모두에게 죽음을 달라는 기도가 더 강했었는지도.


유성재 스타벅 항해사는 음... 사실 개인취향이겠지만 내게는 정말 아니었다. 솔직히 이승현 스타벅 항해사의 모습을.. 목소리야 괜찮지만 연기가... 지난 번 이승현 배우가 삑사리가 났음에도 좋았던 것은 에이헙 선장과의 팽팽한 선, 긴장감이 살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에이헙 선장과 스타벅의 대립. 그렇지만 둘은 서로를 또 다른 면에선 존중하고 있는 사이. 그러나 그런 느낌을 유성재 스타벅 항해사에게선 받질 못했다. 스타벅과 지퀘그는 시종일관 에이헙이 모비딕을 쫓는 것을 반대하고 있고 그런 태도에 경계심을 보여주고 있다. 결정적 대립은 가혹한 운명의 노래 부분에서 나오긴 하지만 그 이전에는 둘은 계속해서 신경전 및 존중을 보여줘야 되는데 유성재 스타벅 항해사는 순간순간 터져나오는 부분에서 감정이 분노, 화 정도의 느낌만. 그렇다보니 모비딕 앞에서 선장이 스타벅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부분에 조금 공감이... 저녁 공연은 낮공연 보다는 좋았긴 했지만 좀 여러모로 내겐 아쉬웠다.


이지영 네레이드는 ... 와, 오늘은 더 감정이 살아있다고 말할 수 밖에. 퀴퀘그에게 불러주는 노래도 그렇고, 에이헙을 몰아치는 장면은 정말 매섭더라. 진짜 바다의 여신 같았다고 할까. 목소리가 정말 듣기 좋았다. 부드럽게 감싸면서도 몰아칠 땐 사정없이! 그리고 오늘 커튼 콜 예뻤어요.^^


오늘 낮공연과 저녁 공연. 마지막 신지호 이스마엘이라 생각하니 두 번 다 봤다. 사실 낮 공연만 봤으면 엄청 안 좋았을 것. 연습 게임 같다는 느낌? 그러나 저녁 공연은 정말 즐거웠다. 생각해보니 배우들 스스로 특히 신지호 이스마엘이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는 것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생각도 해 보지만. 조성현 플라스크가 너무 대사를 씹었어.ㅜ.ㅜ 


어쨌든 저녁 공연은 1부는 정말 즐거웠고, 2부는 엉엉 울면서 봤다. 공연 끝나고 나오니 목소리가 맛이 갔더라. 숨 죽여 우니라고. 머리는 띵하고 말이지. 막공이라고 지나친 오버도 없었고, 극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위트있는 애드립. 평소의 결혼행진곡이 이적의 다행이야로 바뀌고 말이지. 그리고 퀴퀘그와 이스마엘은... ㅜ.ㅜ 


즐거웠던 공연, 즐거웠던 막공. 본래 내일이 막공인데 왜 이렇게 오늘이 막공같은지... 어쨌든 내일도 멋진 무대가 되었으면... 





'공연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 28일 커튼콜 사진  (0) 2012.04.30
4월 29일 모비딕  (2) 2012.04.30
4/25 모비딕 커튼콜  (0) 2012.04.27
4/25 모비딕  (0) 2012.04.26
4월 20일 모비딕 관람  (0) 2012.04.2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