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십이야를 우리 식으로 바꿔놓은 극.


굉장히 유쾌한 마당극이었다.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를 본 적이 없으니 원래 연극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연극으로 봐서는 서양연극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


제일 큰 활약을 보여줬던 것은 패랭이.꼭두서니.(이래서 이름은 맨날 보는데 이름이 따로 안 나왔어..ㅜ.ㅜ)

그는 전형적인 이야기꾼.

배우와 이야기를 서술하는 서술자이기도 하고, 어느 새 이야기의 등장인이 되기도 하고.

우리 형식으로 바꾸는 판소리, 연극, 마당극 등을 보면 느끼는 거지만, 

이 화자의 역할이 참 중요하더라.

더군다나 그 화자가 일정하게 가는 적도 없다.

일인 다역을 소화해내고, 극의 분위기를 띄우고 잡아간다.


이 마당극 "십이야" 역시 그런 연극.


다만 독특한 점은 이 배우들이 모두 남자라는 것.

여자 역마저 남자가 한다. 

그럼에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얼굴이 예쁘지도 않고, 여자 목소리도 아닌데 말이지.

심지어는 홍가시는 남자역할마저 해야 한다.

남자가 여자배우 역을 하고, 거기서 다시 남장을 한다라..

생각해보니 이런 아이러니가.^^


그런데 참 선이 곱다.

동작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여자 느낌을 준다.

손끝 동작, 걷거나 말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배경은 그저 뒤에 있는 하나의 막.

그럼에도 허전하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든다.

마당극 자체가 이야기로 끌어나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나 행동이 그 무대를 떠올릴 수 있게 한다.

굉장히 예뻤던 장면은, 산자고가 절망을 하고, 뛰어내리려 하고, 그걸 말리는 홍가시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

순간 정지동작으로 그림자가 뒤의 막과 절묘하게 어울려 노을에 비친 그림자의 느낌을 줬다.


이런 무대가 참 좋다. 

꽉 차지 않고, 비어 있지만, 정말 중요할 때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무대가.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당극이라는 것.

그저 연극이 아니라 마당극이고 생각한 건, 적극적으로 관객을 끌어당기고 있어서이다.

사실 적극적으로 뭔가 반응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반응할 수 밖에 만드는 극이 참 좋았다.

심지어는 관객이 포졸역할하는 장면까지.^^

더군다나 그 날 관객들이 감정까지 넣어서 연극하더라. 그래서 더 연극에 빠져들었다.


보면서 계속 배우들의 손 동작을 생각했다.

몸짓도...

왜 이렇게 가볍고, 둥근지.

통통 튀면서, 가볍고, 손끝이 둥그렇게 돌아간다.

모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걸까? 이런 분위기의 연극이 더 잘 어울리는 건.


사실 보고 나서 이 극단이 하는 한 여름밤의 꿈도 보고 싶었다.

너무 늦게 봤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

그래도 나중에 페르귄트 이야기를 이 극단이 한다고 해서 그것을 예매하긴 했지만.


이야기도 좋고, 표현방식도 참 좋고.


보는 내내 웃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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