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보고 나서 느낌은 뭔가 말하기가 참 애매모호하지만 극은 정말 좋다는 것!


한 편의 잔혹 동화.

작가라는 이야기꾼의 이야기.


극의 초반부 카투리안은 이야기한다.

"난 주제 같은 거 없어요."

"하지만, 그건 부수적인 겁니다. 정치적인 것들이 들어있다면, 그건 부수적인 겁니다. 우연적인 겁니다.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한 겁니다."

지나치리만치 강조하던 이야기.

처음엔 당황한 작가의 자기 변명 같은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극을 보다보니 오히려 그 이야기가 이 극을 감상하는 포인트라는 생각이 더 든다.


지나치게 깊게 의미를 찾을 필요가 없다.

그저 이야기일 뿐.

잔인한 것이 나온다면 그건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미기 위해 넣은 장치일뿐.


극을 보면서 어느 순간 이야기에 완전 푹 빠져버렸다.

카투리안의 이야기에.

잔혹하고, 어떤 면에선 약간 겉멋이 든 것 같은 그런 이야기들에.


"작은 사과인형"도 그렇고, "사거리의 세 사형대"는 뭔가 있어보이려 하는 그런 느낌이 든 이야기였다.

끔찍한 이야기였긴 했지만 결말은 들으면서, 뭔가 겉멋이 들은 작가의 이야기 같다는 느낌.

어쨌든 그건 가벼웠다. 그 이야기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형사들이 바보같다 보일정도로.


그리고서 등장한 "강 위의 작은 마을" 

정말 많이도 활용되는 하멜른 마을의 피리부는 아저씨 이야기.

그 부분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잔혹스러워졌다. 

머리 속으로 장면을 상상하고, 대사 하나하나에 귀기울이게 되고, 그 다음 장면을 예상하고...

뭔가 스물스물 올라오는 그런 느낌.

감정은 점점 고조되고, 형사들은 폭력적이 되어가고, 난 눈을 뗄 수 없고....


그 부분에서 분위기 전환.

작가와 작가의 형제 이야기. 

카투리안이 말하듯 유일한 자기 이야기가 반영된 이야기.

이 이야기를 통해 형이 자연스럽게 등장. 그토록 동생이 형을 생각하는 이유도 자연스럽게 설명되었다.

그리고 활용한 애니메이션이나 무대장치도...

섬뜩한 그 그림체도 그렇고, 어느순간 평면에서 등장하는 편지도 그렇고,


카투리안과 마이클의 둘의 대화장면은 참... 

어려보이고 너무나 순진한 얼굴로 이야기를 하는 마이클에게 그냥 입이 벌어질 뿐.

카투리안이 형을 대하는 심정이 그저 이해가 갈 뿐이다.

자신이 쓴 잔혹한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한 형이 참 기가 막힌다.

근데 묘하게 마이클의 이야기는 참 맞다.

있는 사실만 이야기하니...

그 안에서의 사고과정은 없고, 일어난 현상만 이야기하니 카투리안이 죽일 놈이네.

근데, 순간순간 카투리안에게 대꾸하는 말들은 정말 걸작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중심인 필로우 맨 이야기.

분위기가 참 다르다. 

이전까지 그저 잔혹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필로우맨 이야기에선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미리 행복했을 때 아이에게 가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것.

그리고 죽을 때 옆에 있어준다는, 위안이 되는 필로우맨.

김준원 배우의 필로우맨 역할이나 이야기할 때의 장면에서 부드럽고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필로우맨의 느낌이 전달이 된다.

필로우맨. 항상 울고 슬픈 필로우맨... 필로우 보이와의 장면에선 왜 그리 안타까운지. 그리고 왜 그리 슬프고, 불쌍하던지.


마지막 작은 예수 이야기는 애니메이션이 참 인상적이었던 이야기. 

특히나 교통사고 장면에선... 헉.

그림체나 분위기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ㅜ.ㅜ 


그리고 넘어간 2부는 초반에 조금 지루한 부분이...

그 떄 느꼈다. 김준원 배우가 참 이야기를 잘 읽어주었구나.


사실 극을 보면 혼자 독백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대사도 많고, 그럼에도 1부엔 정말 지루하지도 않고, 완전 푹 빠져 들었던 것에 비해 

2부의 벙어리 소녀 이야기는 좀...

그런데 투폴스키 형사가 노인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는데 노인=투폴스키 라는게 딱 오더라.

굳이 의미를 찾지 않아도 말이지.

특히 노인의 행동을 설명하는 부분에 있어서 말이다.


마지막 죽어가기 전 막간의 필로우맨 이야기는 아..

형을 위한 이야기.

역시나 울고 있는 필로우맨과 스스로 선택한 형의 이야기는 결국 동생 카투리안의 자기 위안인건가?

아님 나름의 해피엔딩인걸까...


처음에 러닝타임을 듣고나서 "와 진짜 길다..." 했던 게

나도 모르는 사이 금새 빠져들어 보게 되었다.


뭔가가 어둠침침하고 애매모호한 그런 이야기.

그럼에도 그 사람을 홀리는 어둠이 참 좋았다.

잔혹한 이야기임에도 그 필로우맨 덕분인지, 아련하니 슬픈 그런 느낌이랄까?

참 여러 의미에서 딱 이야기할 수 없는 그런 매력을 가진 이야기였다.



덧붙임: 

1. 초연은 최민식, 윤제문 배우였다는데, 최민식 배우의 까투리안은 상상이 안 된다. 무지하게 무거웠을 것 같다.

2. LG아트센터에서 했다는 것도 상상이 안 됨. 오늘 무대 구성이나 활용이 너무 좋아서, 이 보다 넓으면 어떻게 채웠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지... 궁금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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