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

굉장히 민감하고 정치적인 대사가 많았던 것도 그렇지만, 그런데 그게 어디에 비유적으로, 간접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대 놓고 표현했다는 점에서 '헉' 했다.

4대강 이야기도 그렇고, 방송국 이름에다, 이명박, 임영박이란 이름까지ㅡ.ㅡ 


그래서 그런걸까?

관객이 적었던 것은 그만큼 민감한 이야기라 보기 편한 이야기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에서 표현하는 쪽으로 정치적인 경향을 가지지 않는다면 상당히 껄끄러웠을 테니.


칠수와 만수라는 제목은 많이 들어봤다.

어설프게 영화제목으로 알고 있었고, 굉장히 오래된 작품이라는 정도만 알고 극을 보러 갔다.

애초 보게 된 것은 예전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라는 뮤지컬에서 최병호 역할을 했던 안세호 배우 때문이었다.

그 분의 연기에 완전히 몰입, 감동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연극을 보러갈 때 안세호 배우의 모습이나 연기를 생각할 때 최병호의 모습을 떠 올렸던게 사실.

근데.. 이거 왠걸,

완전히 정 반대. 순박한 청년 만수의 역할.

내 눈썰미로는 몰라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아주 깜짝. 

어제 감히 지인에게 말은 못했지만 처음 등장할 때 송용진 배우와 안세호 배우를 구분하는데 얼굴을 본 게 아니라 

분위기 보고 구분했다. 아, 이 놈의 눈썰미는 대체.ㅜ.ㅜ 

세상에 어떻게 둘을 헷갈려해...ㅜ.ㅜ


어쨌거나 그 순박한 청년 만수를 보면서 그 '오당신'의 최병호는 떠올릴 수도 없다. 상상이 안 된다.


원래 안세호 배우와 박시범 배우의 연기를 생각하고 예매한 공연이었지만

송용진 배우의 연기 역시 나쁘지 않았다. 

송용진 배우의 칠수의 느낌은 

까불까불하고 허세 많은. 그런 껄렁껄렁한 칠수의 모습.

사실 가수 지망생의 느낌이라기보다 나 한 번 뜨고 싶다라는 느낌을 주는 그런 청년이었다.

참 주변에서 어쩐지 많이 보는 듯한 세상 모르는 철모르는 고등학생의 느낌.


안세호 배우의 순박한 모습은 참.... 뭐라 더 말할 게 없다.

그리고 페인트칠하는 모습이 참 리얼했다...^^;;;(이게 구분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그저 너무나 순박한 모습과 음치 표현에 웃음만 터트릴 뿐.

애써 노래를 망치하느라 정말 수고하심.


연극 이야기를 해 보자면 전체적으로 즐겁게 봤다.

계속해서 웃을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 그럼에도 사실 이야기 자체는 가볍지 않다.

보면서는 킬킬 웃어댔지만 보고 나서 드는 이 씁쓸한 느낌이란.


건물의 벽을 칠하는 페인트공 칠수와 만수.

가수지망생에 꿈이 가득찬, 그러면서 뭣도 없으면서 허세가 가득찬 칠수,

고향집을 먹여 살리며 성실하게 일하는 만수.

이 두 사람을 둘러싸고 일어난 이야기.

시간대로 따져보면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의 이야기가 되나?


자랑스럽게 계약 따 왔다며 무조건 기한 엄수, 할 수 있다를 외치는 사장.

옆에서 살살 아부를 떠는 비서.

근데 왜 이리 연설내용이나 옆에서 추켜세우는게 참 우리 주변의 흔한 보스 스타일.ㅡ.ㅡ 

직원 사정 안 봐주며 무조건 기한 내에 일 하라고, 못하면 무능한 사람. 뭐 흔히 보질 않나.

그러면서 돈이라도 제대로 주면.... 

칠수와 만수의 대화를 들어보면 돈도 주지 않는 것 같고.

비정규직은 제대로 대우도 못 받지.


둘이서 페이트칠하다가 건물의 옥상, 철탑에 가서 신나게 놀다 빨간 페인트 통을 떨어뜨린게 

이 두 사람의 불행의 시작이라 할까.

사실 이 두 사람은 정말 즐겁게 놀다가 잘못 통을 떨어뜨리고, 차를 부서뜨린 죄 밖에 없다.

근데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난데 없이 빨갱이 이야기나, 시위 선동.

심지어는 TV뉴스, 기자마저 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다.

허세 가득차고 뭔가 앞에 보여주길 원하던 칠수는 이 기회에 자신을 보여주려 하지만...쯥.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꼼짝달싹 못하다가 결국 둘은 손을 붙잡고 뛰어내리지만....


눈물이 나던 장면은 정작 둘이 뛰어내렸던 부분이 아니었다.

둘이 뛰어내렸는데 그 뒤로 나오던 뉴스.

보잘것 없이 살아왔고, 그나마 죽는 순간만큼은 그래도 멋있게 뛰어내리자였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날씨 뉴스에 묻혀 버렸다. 


보잘 것 없는 삶이었고,

주변의 난리법석에 정말 짧은 순간이었지만 검색어 1위에 마치 영웅처럼 느껴졌는데

그 후엔 이들에겐 관심도 없었다. 이들의 죽음은 그저 묻혀졌다.

날씨가 더 중요했던 모양이었나 보다.ㅡ.ㅡ 


저렇게 보잘것 없었던 인생. 순간 칠수에게 있어 자신이 유명해졌다 한 그 순간 마저 선택이 아니라 남의 손에 의했던 거고,

기회를 그나마 잡으려고 했던 순간도 기회가 아닌 거였고.

죽음마저 중요치 않았던...


오래된 작품이라는데 참 각색이 좋았던 것 같다. 

현재의 모습, 정치를 넣어 표현한 것도 그렇고... 

빨갱이 표현은 참. 옛날 작품에도 이런 비슷한 내용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참 변하지 않는다.

아직도 저 표현이 들어가고....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저렇게 표현될 수 있는 세력이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도 떠 올라 버렸고...쩝.


유쾌하게 웃으며 봤지만 그냥 유쾌하게 흘려 보낼 수 있던 이야기가 아니었던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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