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play DB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보러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지난 번과 전혀 다른 느낌을 받다니.
그래서 이런 공연들은 계속 반복해서 볼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번 송용진 배우와 안세호 배우의 공연도 굉장히 즐겁게 봤지만,
역시 박시범 배우와 안세호 배우의 캐스팅을 추천하신 지인의 선택이 이해가 되었다.
덧붙여 그날 캐스팅이 바뀐 것을 알게된 지인의 실망감도...^^;;
공연의 시작부터 분위기는 좋았다.
처음에 아무래도 관객의 호응을 요구하는 부분인데 그날은 굉장히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가?^^
한 분은 장동건이라 불렀을 때 대답을 했는데 나중에 그 분의 이름이 나와서 다시 대답하는 해프닝도.^^
박시범 배우와 안세호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든 첫 느낌은 무게감이었다.
어느 한 쪽이 어려보이지도 않고, 철부지이도 않고, 둘 다 전혀 다른 느낌의 성인이란 무게감.
특히 칠수 역은 아무래도 이루어지지 않는 가수라는 꿈을 계속 꿈꾸고, 심지어는 기획사 사장의 딸을 꼬셔서
가수를 해 보려는 어찌 보면 아직도 철이 못 들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말이다.
박시범 배우의 칠수는 세상만사 풍파 다 겪어봤고,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음에도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그런 꿈을 포기 못하는 그런 느낌을 줬다.
안세호 배우의 만수는 열심히 일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잇속을 잘 모르는 어리숙한 사람지만 자기 할 말은 결국 다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에 대비되는 박시범 배우의 칠수는 세상 돌아가는 잇속을 잘 알고, 만수의 꿈을 번번히 깨뜨리는 현실적인 사람이지만
정작 자신은 이루어지지 않을 꿈을 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 칠수와 만수가 어느 한 쪽이 눌리지 않고 대등하게 끌어나가는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연극을 보면서 새로운 느낌이 들었던 또 하나는 대사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는 것.
그리고 대사가 다 들려.ㅜ.ㅜ 그 덕분에 완전히 다른 칠수를 보고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더 들었다.
특히 TV인터뷰를 하자면서 만수를 설득하던 칠수의 대사에 눈물이...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절망감, 그리고 그 앞에 떨어진 단 하나의 기회라며 그걸 붙잡고 싶어하던 그 심정.
그게 대사에 실려 절절히 전해져왔다.
아무것도 안 되고 결국 둘이 철탑 위에서 부르는 "사노라면"의 느낌이 두 사람의 울부짖음으로 들려왔다.
그럼에도 끝까지 농담을 하며 부리는 오기,
힘들어도 그렇게 오기를 부리며 나름 즐거움을 찾으며 사람들이 사는게 아닌가 싶기도.
"사노라면"의 노래도 그런게 아닌가 싶고.
처음 봤을 땐 궁지에 몰린 선택이었고, 그나마 그것마저 날씨 뉴스에 묻혀
정말 보잘것 없는 관심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었다는게 안타까웠다.
반면 이번엔 뛰어내린 것마저 그들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었다.
궁지에 몰린 선택이었지만 이 세상에 도전하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이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하나 알아주진 않지만.
하긴, 언제는 알아주려는 노력을 했나?
역시 보러오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