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제일 위의 "멸" 포스터가 마음에 든다.

아래의 포스터는 뭔가 좀 부담스럽달까.^^;;



삼국유사 프로젝트 4번째 이야기 "멸"

흥할 때가 있으면, 망할 떄가 있는 것.

이 이야기는 1000년을 지탱해 오던 신라의 마지막 왕 김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라의 마지막 왕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은

자신의 나라를 통째로 들어 왕건에게 바쳤다는 이야기.

긍정적인 부분을 보자면 쓸데없는 전쟁을 겪지 않았다는 점일테고,

부정적인 면은 하루 아침에 어떻게 왕으로서 나라를 뚝 바치냐 그것이겠지.


사실 여태까지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망해가던 나라였고, 이 상황에서 굳이 유혈사태, 백성들의 피를 흘려야 될까라는 생각때문에 말이다.

그런데 오늘 극을 보면서 첫 부분의 김부가 신라의 마지막 왕 자리를 이어받은 장면을 보니 참 단순한 생각이었구나 싶기도 하고. 


연극은 신라가 점점 "멸"해가는 모습을 그렸다.

또한 나라와 함께 왕족의 "멸"해가는 모습도.


왕위 자리에 욕심이 난 동생. 형을 죽여가면서까지 차지한 왕의 자리(검색해 보았는데 동생의 왕위 즉위 배경은 확실치 않다고 한다.). 그런 김부를 경멸하는 아내와 그의 장남. 태자의 자리가 탐이 나던 동생. 그리고 고려에게 신라를 넘겨주는 댓가로 결혼하게 된 고려의 공주. 이들 사이가 얽히고 설키면서 가족은 풍지박산, 결국 그토록 원하던 왕위까지 스스로 내어주는 그런 김부의 이야기.


나라가 세워지고 번영할 때는 거창할지 모르지만 그 나라가 멸해가는 건 어찌 보면 치졸한 싸움 같다.

더군다나 나라 운명 자체가 몇 사람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만들어진 역사들 자체를 보니.


얼마나 많은 역사들이 그러할까 순간 궁금증이 생겼다.

거창하게 나라의 운명이니, 종묘사직이니, 뭐니해도 결국은 무엇인가를 갖고 싶은 사람들 손에 의해 이루어진거고, 그것을 포장하기 위해 덮인 이야기들도 많지 않을까 싶다.

조선의 인조라는 왕도 생각나고.


이 연극의 처음 도입부는 완전히 충격이었다. 여러 면에서.

무대 옆이 열려서 바깥 쪽에서 입장하는 것도 그렇고,

분명 신라의 이야기임을 알고 보기 시작했는데 배우들의 옷차림이 현대식 복장인데다, 총을 들고 있으니.


현대의 언어로 신라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전혀 낯설지도, 어색하지도 않은 것은

신라 말기의 김부를 중심으로 권력을 취하고, 견제하고, 위협하는게 말 그대로 치졸한 싸움.

마피아들의 권력싸움의 이미지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권총이란 건, 위협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그만큼 연극에서 더욱 보는 사람이 직접적으로 그 위협을 느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극의 빙빙꼬는 말투 말고 말이지.


김부 역할을 했던 배우는 정보석 배우. 

캐스팅을 잘 보지 않았기에 난 저 배우 굉장히 닮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좀 웃긴 일.

정보석 배우보고 정보석을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던 난 참 눈썰미가 없다는 생각이 또 들었고.ㅡ.ㅡ 

나중에 캐스팅들을 보니 여러 낯익은 배우들이 많이 보이더군.


즐겁게 보고 나와서 다음 공연을 가는데 아아... 

관객과의 대화라니..ㅜ.ㅜ

왜 그런걸까? 무지 슬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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