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보여주듯 심청전과 춘향전이 만난 이야기. 보고나와서 첫 생각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한 말이 참 잘 어울렸다는 것.


일단 무대의 첫 인상부터 참 예뻤다. 

약간 경사진 무대의 뒤 쪽으로는 언덕 길이 나 있그 경사진 길과 평면무대가 자연스럽게 구부러져 연결되어 있었다. 왼쪽 앞엔 그네가 걸려있고,

그런 무대가 여러줄로 꼬인듯한 막에 가려 살랑살랑 보였다.


이 극이 완전히 라이브로 꾸며지고 있다는 것도 극을 보다가 알았다. 길이 자연스럽게 구부러지고 주변으로 나무가 설치되어 있어서 몰랐는데 그 사이에 악단이 숨어져 있었다. 나중에 꽹과리를 들고 한 분이 일어서서 치는 것을 보고 알았다. 참 잘 어울리는 무대 배치더라.


이야기만 춘향전과 심청전이 퓨전했던 것은 아니었다. 판소리와 뮤지컬의 절묘한 조화라니. 중간엔 인형극도 등장하고.^^


주인공은 춘향과 몽룡이었지만 이 극만의 정말 독특하고도 맛깔스런 느낌은 도창 덕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팜플렛을 보니 도창을 맡은 정상희씨나 고수를 맡은 이상화씨 두 분 다  원래 이 일을 하시던 분. 무형문화재 이수자라고. 그래서 그런 소리가 났던건가 싶다.


1부는 사실 코믹적인 요소가 참 많았다. 특히 몽룡과 춘향의 노는(?) 장면이 그렇다. 정말 씩씩한 춘향과 좋다고 쫓아다니는 강아지같은 몽룡이라니... 몽룡의 아양떠는 모습은 참... 그리고  닭살돋는 대사들.. 꽃들 사이에 앉아있는 춘향보고 안 보인다고 하는 거나 꽃을 꽂아주면서 하는 말이나 그런 대사들이 전혀 닭살돋지도 촌스럽지도 않게 적절한 유머가 가미된 듯한 느낌으로 전달이 되다니... 전혀 닭살 느낌이 안 들어서 오히려 신기했다. 


그리고 남장 여자들... 어휴.. 말로는 못하겠다. 남자가 여자흉내를 낼 때의 전통적인 여성스러움 가장하는 코믹적인 부분도 컸지만 춤도 참... 


2부는 좀 우울. 몽룡은 서울로 떠나고, 변학도가 새로이 신임사또로 부임했는데, 춘향전과 같은 탐관오리 변사또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풍채 좋고, 인품좋은 그런 사람. 다만 이 변사또가 춘향에게 반했던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을 뿐. 변사또는 악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생각, 그리고 사랑으로 춘향을 죽음으로 몰아갔으니.


현실적인 시점에서 말한다면 오히려 변학도의 말이 옳았다. 사랑이 영원하고 이몽룡이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춘향이가 그저 하염없이 기다린다는 것은... 더군다나 자신의 아비가 감옥에 갇혀있는 상황에서 그런다는 것은 바보같은 짓일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이야기, 춘향은 춘향이고, 몽룡은 과거에 급제해서 기다리고 있던 춘향에게 돌아가려고자 했으니까. 문득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가 떠 올랐다. 어린 나이에 열정적으로 사랑했고 함께 죽었기에 사랑이 영원한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 더 살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야기는 비극인데도, 왜 다 보고 나서 비극인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걸까. 마지막에 죽어서 서로 만나서 그런걸까 싶기도.




무대가 정말 예뻤다. 특히 뒤 화면으로 비치는 해나 달의 모습은 정말이지...

웃길 때는 무지하게 웃겨주고, 슬플 때는 한없이 슬프고,

그리고 그 여운마저 남겨주는 전개나 무대가 참 좋았다.



처음 보았던 배우지만 몽룡의 역을 맡았던 박정표 배우의 목소리가 참 좋더라.


몽룡과 춘향 두 사람이 함께 노래 부를 때 참 듣기 좋았다. 임강희 배우의 목소리는 곱고, 박정표 배우의 목소리는 부드러워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봉사 역은 이동재 배우,

방자 역은 이상은 배우.


심봉사나 방자는 서로 번갈아가면서도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코믹적인 요소가 있는 두 역이라 그런가? 


이상은 배우는 식구를 찾아서에서도 느꼈지만 순간순간 휙휙 억양이나 표정을 바꾸는게 참 인상적이다. 방자 캐릭터가 참 초반에 아주 깨알같은 재미를 주더라.^^


변학도 역엔 임현수 배우. 

목소리가 저음이신데 역시 듣기 좋았음. 

현실을 알고, 세상살이에 지친 변학도의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는... 


다 보고 나와서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무지하게 들었다. 그만큼 좋았던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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