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 대한 내 인상은 지루함.

그도 그럴게 초등학교 5학년인가, 6학년인가 이 책을 처음 접했는데
그 당시에 읽다가 만 책은 처음이었기 때문.

초등학교 5,6학년이 무슨 사랑을 알겠는가.
더군다나 읽다가 보니 결혼할 사람도 있고, 더 나아가 보면 이미 결혼까지 했다.

뭐, 그 때까지 고지식했던 내 사고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던 책.
지금 돌아보면 이미 결혼을 했는데 사랑한다니, 당시 내 사고 차원의 바깥에 있었기 때문에
도무지 이해를 하지 못했던가도 싶다.(아, 그 땐 정말 순진, 고지식했지)
사실 지금도 좋아하는 맥락의 스토리는 아니다.ㅡ.ㅡ

어쨌거나 보러 간 건 김재범 배우때문이기도 하다.
워낙에 기존에 보던 극에서 정말 좋은 연기를 보여줬기에.

그리고 보고 와서 잘 보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주머니 사정만 허락한다면 한 번 더 보고 싶기도 하고.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고, 오로지 롯데에 대한 사랑만 가지고 있는,
그런 열정을 가질 수 있었고, 온 몸,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베르테르는 
아직 세상의 때에 묻지 않은 소년이었다.

반면 롯데의 약혼자, 남편이 되었던 알베르트는 
이 세상을 너무나 잘 알고, 동등한 입장에서 베르테르와 롯데를 대하는 게 아니라
은혜를 베푸듯 마음을 쓰는, 남의 시선, 사회적 위치를 생각하는 어른이다.

그 둘의 모습이 굉장한 대조를 이루었다.

롯데에 대한 애절한 마음, 사랑해서 아픈 마음, 잊지 못해 그리워하는 모습, 
그리고 키스 한 번에 그렇게도 행복해하던 소년 베르테르, 김재범 배우.
베르테르는 물론 아내인 롯데마저 아직 어린 어린이 취급하며 자신이 선심쓰듯이 하고,
결국 알면서도 권총을 보내준 어른의 교활함과 무게를 보여준 알베르트, 이상현 배우.

배우들의 덩치, 동작, 목소리, 연기, 모든 부분이 하나하나 대조가 되었다.

보는 와중에 김재범 배우가 연기하는 베르테르에 완전히 동화.
2부에선 정말 안타까워 죽는 줄 알았다.
만약 드라마였다면, 정말 소리를 질렀을 것 같다. "대체 왜 그 곳엘 가냐고."
그렇게 아파하면서 왜 그 곳에 찾아가는지....

비록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목소리 자체에서 느껴지는 그 감정이란...
1부와 2부의 끝은 같다.
그러나 그 감정은 너무나 달랐다.
1부의 아파하는 그 감정이 실린 노래와 2부의 행복해 하는 그 노래가.
더군다나 그 행복해하는 그 심정으로 자살을 한다 말이지....

원작을 다시 읽어볼까 생각도 들긴 하지만...

베르테르의 삽질하는 모습을 그 긴 책으로 다시 읽기는 부담스럽고,
사실 뮤지컬로 봐도 마음아파 죽겠는데 말이다.

아, 생각만 해도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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