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프로젝트의 마지막 작품. 

삼국유사 이야기 중 제일 알려지지 않은 비형랑과 도화녀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았다.

잘 모르는 이야기라 극을 보기 전 설화를 잠깐 살펴 보았다.

대략 어떤 인물인지는 알고 싶어서.


근데... 뭔가 제목에 안 맞는 느낌이라 잠깐 생각이 들었다.

도화녀는 비형랑의 어머니. 귀신이 된 진지왕과 도화녀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비형랑.

귀신과 함께 놀 수 있고, 부릴 줄 아는 아이가 비형랑이었다.

그리고 비형랑이 도깨비 중에서 추천한 인물이 길달. 그리고 바로 길달은 흥륜사 문 위에서 자는데 어느날 여우로 변해 도망가다가 비형의 손에 죽었다는 짧은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 뜬금없는 길달의 죽음에 좀 황당하게 생각했다. 왜 자기 손으로 추천하고, 자기가 죽인거지?

덕분에 다시 설화의 의미를 해석해 놓은 글을 찾아봤더니 그 과정이 길달은 신라의 토착세력, 비형과 진평왕의 왕권과의 대립의 의미라나?

흐음.. 하며 연극이 시작될 때까진 잠시 잊고 있었다.


근데 연극이 시작되고 나니, 이야기 자체가 길달을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는게 아닌가?


로맨티스트, 낭만주의자, 사랑 으로 생각했던 그 의미가 아니었다.

이 연극에서 말하는 로맨티스트는 이상주의자.

그리고 이 이야기는 로맨티스트 길달과 리얼리스트 진평, 임종, 비형, 도화의 대립, 선택이었다.


보면서 역사가 움직이는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랄까.

특히 흥륜사를 완공하는 리본컷팅 장면에선 승자의 입장, 승자의 역사를 본 느낌이랄까.


처음엔 다들 무언가를 바꿔보려 했다.  수단은 다르지만.

그러나 그런 것들은 그들이 목적을 이루는 과정에서 조금씩 변질된다.

말은 세계를 바꾸기 위해 내가 지배하고, 돈을 쓰고 통제한다고 하나 결국은 자기자신들을 위한 이야기일뿐.


길달과 비형은 참 여러모로 대칭된다.

비형은 통제를, 길달은 자유를, 

비형은 수직적인 관계를, 길달은 수평적인 관계를,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 것을 쫒는 길달은 그런 로맨티스트.

비형, 진평, 임종, 도화는 길달을 죽임으로써 자신들의 질서를 만들어간거고.

그들은 이상주의는 현실과 맞지 않다고, 타협해야 한다고 그들이 자기들의 취향에 맞지 않기에 거부하고 죽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대선도 있고 그래서인지, 

유달리 이런 내용의 극이 많이 보인다.

이상, 올바른 정치,  소중해야 할 가치 등등....


신라의 이야기임에도 현대식 복장과 현대식 표현방법,

서로를 경계하고, 다른 마음을 먹으면서 웃으면서 인사하는 그들의 모습은 연극내내 흥미로웠다.

그리고 극에서 종종 비디오로 실시간 촬영하면서 뒤에 비치는 그 각도가 참 묘한 느낌을 줬다.

때로는 눈을 확대하고, 입술을 확대하고,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마치 내가 그 사람의 진심을, 그 사람의 생각을 확인하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을 준다고 할까.


다만 아쉬운 건 마지막 길달의 대사.

도깨비들에게 파업을 권하고, 이끄는 그 장면이 좀 아쉬웠다.

도깨비들에게 설득하는 그런 직접적인 대사들이 오히려 또 다른 파업 지도자와 그의 말을 따르는 사람들 사이의 수직적인 느낌을 줬다고 할까. 강제적인 느낌.

오히려 길달과 도깨비들이 함께 어울리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공사를 하지 않는 그런 식의 표현이었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앞에서 길달은 수평적인 관계를 강조했는데 그에 이어지는 길달과 다른 도깨비 사이의 관계는 수직적으로 느껴지니 좀 아이러니.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극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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