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뮤지컬을 보는 내내 떠올랐던 단어입니다.
우리 모두는 사람이야. 이 사람사는 세상, 사람답게 살 수 없을까.

보기 전에 어두운 이야기. 가슴 아픈 이야기라는 말을 먼저 들었습니다.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들었고요.
그래서 머리켠에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불쌍한 사람들 이야기겠구나. 하는....
누군가를 불쌍하다고 동정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에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이 이야기가 그냥 그런 불쌍한, 가슴아픈 사람들의 이야기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불쌍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단칸방 월세에서, 월세 하나 벌기 힘든 세상. 사장 한 마디에 잘려도, 잘못된 거 알면서도 꼭꼭 입닫아야 하는 세상. 장애인. 부모보다 오래 사는 게 걱정인 이야기. 베트남 처녀. 그리고 불법체류자, 밀린 월급 받지 못해도, 맞아도 따지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사는 이야기였습니다.
뮤지컬, 가상의 연극적 연출을 통한 이야기라기보다, 시나리오 작가, 감독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한 동네 사람사는 모습을 잠깐 엿 본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슬펐고 속상했습니다.
장애인 자식 두고 먼저 죽는 게 걱정인 할머니 모습이 슬펐습니다.
받은 월급보다 밀린 월급이 더 많은 그 사정이, 고향에서 기다릴 가족의 모습 때문에 더 속상했습니다.
베트남 처녀 이야기를 하다 한국인 여자가 다른 나라 사람과 어울리는 모습에 자기 애인도 아닌데  시비를 거는 아저씨들의 모습이 더 화가 났습니다.
나이 많다고 옳은 말 했다고, 사장 마음에 안 든다고 잘린 그 맏언니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고요.
그런 상황에서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다른 점원, 그리고 나의 모습도 그럴 것이라는 것에 더 씁쓸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나름 즐겁게 삽니다.
빨래가 바람에 날리며 마르듯, 사람들 인생 바람에 날리며 가는대로 삽니다.
웃으면 웃는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화가 나면 화를 내면서, 그러면서 함께...

빨래가 더 마음에 와 닿고, 눈물이 더 나왔던 건 꾸며쓴 티가 나지 않아서입니다.
대사도, 행동도, 캐릭터도 일부러 연극적인 요소를 위해 과장하거나 일부러 사건을 만듭니다.
하지만 여기서 등장하는 사건은 인위적인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몇 번 반복해서 이제는 질리기까지 한 말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한 번씩 들어보고, 겪었던 사건입니다.
여자 때문에 욕하고 발길질 하는 그 아저씨들 모습은 늦은 밤 한바탕 술마신 아저씨들에서 한 번은 봤던 일입니다.
장애인 이야기 역시 그렇고, 부당해고, 특히 상사 눈치보는 것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정말 좋은 공연 봤습니다.
우리네 세상 사는 이야기라 더 감동하고, 더 공감이 갔습니다.
결말은.. 사실 같이 봤던 언니 말대로 해피 엔딩은 아니지요. 아니, 연극 자체에서 해피 엔딩이지만, 계속해서 어려운 일이 닥칠 거라는 건 짐작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전 안 됐다는 느낌보다 그렇게 인생 사는 거고, 그렇지만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갈 거야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상이 돌아가는 건 절망, 어두운 일이 몰아닥칠테지만, 왠지 모르게 그럼에도 조그만 행복을 찾으며 즐겁게 살 거 같아요.
나영과 솔롱고 커플은 그런 느낌을 줬거든요.

사실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데 우리 인생이 딱 문제가 해결되는 게 있나요? 문제가 생기고 힘들고 투정부리고 화내고 소리지르다가 다시 살아가는 거 잖아요. 해결된 것 없어도 나름 술마시며, 사람 사귀며, 수다 떨며 위로하고, 위안 삼으며, 그렇게 웃으며 살잖아요.
빨래에 나오는 등장인물처럼 말이지요.

보고서 나 자체가 감정이 정화된 듯 해요. 많이 울기도 했지만,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 모습에, 결말이 떨어지지 않는 그 엔딩장면에 그 느낌이 더 했던 듯 합니다.

정말 좋은 공연이었어요. 내용 뿐 아니라 음악도, 연기도 말이지요. 음악은 아직도 귓가에서 맴돌고 있어요. 듣기 편하고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였거든요. 화음도 좋았고요. 가사 역시 가슴에 무척 와 닿았지요. 배우들 연기도 무척 좋았습니다. 전 첫 공연이라 다른 배우들과 비교할 대상도 없고, 다들 기본 이상의 연기를 해 줬기 때문에 무척 좋았어요. 이 배우들로 호흡이 맞은지 얼마 안되어 약간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게 크게 느낌도 안 줬고요.

정말 좋은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오늘은 그 좋은 공연덕분에 행복했던 하루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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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학생회관에서 했던 공연. 학생들은 무료. 어른들은 6000원이었지요.
소극장에서 보았을 땐 그 가격이 그 두배였던가, 세 배였던가.. 하여튼 멤버들도 거의 비슷하고 가격도 싸길래 보러갔지요.
무엇보다 태한씨가 나오니 보러갔지만.^^

노래나 연기는 지난 번보다 훨씬 익어서 더 괜찮았지만, 무대가 커지고 상당히 깊어서 더 멀리서 본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거리상으론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눈이 안 좋은 탓에 지난 번 소극장에서 첫 째줄에 앉아서 보던 것과는 더 다르지요.

두 번째 보는 거라 내용이 더 익어서 그런지 느낌이 지난 번보다 좀 다르더군요.
특히 환상이 깨지고 현실이 시작되는 부분에서는요.
처음엔 그저 웃다가 씁쓸해지는 느낌이 더욱 강했다고 할까요.

그리고 왠지 두 아버지가 채소를 심으며 기르면서 하는 노래는 또 다른 의미에서 더 이해가 되더군요.
자식을 심어놓으면 뭐가 나올지 모르지만, 채소를 심으면 거기서 나오는 건 그 식물. 토마토에선 토마토, 콩에선 콩 등등.
예상도 되고, 심은만큼 정성들인만큼 결과도 보이니 어찌 안 즐겁겠습니까. 어쩌면 나이많으신, 아니 어느정도 자식을 기르시는 분들이
화분가꾸기 하는 그런 마음이 저런 심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마트와 엘가로가 불렀던 "길 너머엔"
마트에겐 길 너머엔 희망. 엘가로에겐 길 너머엔 절망.
왠지 모르게 김동인 글 "무지개" 가 떠올랐어요. 자신의 무지개를 잡으러 떠나는 소년들.
물론, 그 결말도 그렇고, 그 작가의 이력을 보면 별로 좋아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교과서에 실린 글.ㅡ.ㅡ
덕분에 최근에 다시 접하게 된 터라 무지개, 희망, 절망, 의미 등이 겹쳐서 생각이 났습니다.

즐겁게 보고 왔어요. 초반에 아이의 징징대는 소리 때문에 좀 짜증났지만..(어느정도는 이해하지만, 아이가 계속 그러는대로 가만 놔두고 제지 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부모의 모습에 화가 났어요. 또 다른 부모와 너무 비교되었다고 할까.)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노래도 좋았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태한씨도 보고.
다시 한 번 태한씨의 몸동작과 저음의 노래 소리에 감탄도 해 주고.^^
싼 가격에 좋은 공연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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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함께 보자는 이야기에 "좋아요" 외치며 본 공연.
이젠 슬슬 나도 좀 찾아보면서 봐야될텐데, 항상, 남에게 맡기고, 당일까지 공연제목도 모르고 보러간다.ㅡ.ㅡ
이번에 탤런트 정일우가 출연한데서 나름 화제가 되기도 한 것 같지만,
일단 정일우가 누군지 몰라서.ㅡ.ㅡ

처음에 등장하는 아저씨, 정진을 보고 저 남자인가 했지만 왠지 더 젊은 애일 것 같아 아닐거다 라고 짐작.ㅡ.ㅡ
준석이라는 캐릭터로 등장할 때 그제서야 저 사람이 정일우구나 하면서 배우를 구분했다는 안심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할까.

간단히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남자 둘이 동거하는 집에 이전에 살다 이사 간 여자 한 명이 술 마시고 잘못 찾아와 일어난 일요일의 해프닝.

이젠 심심찮게 등장하는 게이 설정.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게이라는 설정은 필수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남녀 커플인데, 난데없이 여자 한 명이 들어와 침대에서 자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완전 엉뚱한 삼천포로 흘러가겠지.

게이 설정이기에, 남에게 드러낼 수 없는 관계라는 것, 어머니에게 비밀로 한다는 것도 이미 전제되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여자 한 명은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친구와 같은, 그리고 극을 전개해 나갈 수 있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 연극은 간단히 정리하자면 사랑 이야기.

그리고 사랑은 게이 커플이든, 이성 커플이든 누구에게나 적용 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또한 오해로 인한 다툼 역시.

정진은 어린 준석을 보호해야 되는 존재로 본다. 혹시나 거친 세상에서 상처를 입을까 봐.
거리에서 노숙하던 준석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여 먹을 것, 입을 것, 다 챙겨주고, 심지어는 학비까지.
그리고 그림이 안 팔리는 것을 자신이 도로 다 가지고 와서 보관을 하고.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에 준석의 모든 것을 돌봐주려는 정진.

반면 준석은 정진의 모습을 다 꿰뚫고 있다. 안 팔리는 그림을 다시 거둬들이는 것도 알고 있고,
어머니 문제 때문에 골치를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정진이 보호하자는 마음에서 숨기려고 하는 사실을 준석은 이미 다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정진이 자신을 사랑한다기보다 불쌍히 여기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두 사람 사이를 구경하는 내 입장은, 저 난데없이 등장한 여자 은우의 입장일지도.
솔직히 한 마디 나온다. "잘들 논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져 있었던 은우의 입장으론 짝도 있겠다. 서로를 좋아하겠다, 아무 문제 없는데 둘다 엉뚱하게 땅만 파고 있는 꼴.

사랑하는 사이끼리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는 건 다 거짓말.
말을 해야 통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또 하나의 연극.
그리고 사람 사이의 관계는 항상 솔직해야 된다는 것도.

근데 말이 참 쉽다.
솔직한 건 참 좋지만 솔직하다가 결국 상처를 주게 될 말을 할까봐 걱정하게 되고,
그걸 배려한다고 했다가 정진처럼 결국 눈 가리고 아웅하는 그런 비밀을 만들어 버리게 되는 그런 일들이
참 세상엔 많은 것 같다.


덧붙임 : 1. 가볍고 상쾌한 연극이었다.
            2. 은우가 톡톡 튀고, 아저씨 빨 나는 정진은 꽤 잘 주고 받았다.
            3. 준석의 역할에 정일우. 이미지가 꽤 잘 어울렸다. 다만 아직 초보라 그런지, 손동작이나 목소리 톤이 올라가는 등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띄기도.
            4. 정진의 이상홍. 제일 자연스럽고, 그 덕에 그런지 웃음이 자연스럽게 터져나오게 했던 배우.  덥수룩하고 은우에게 신경질을 부리며, 하지만 은근히 쿵짝을 잘 맞춰준 그런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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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을 암살, 또는 암살 시도한 암살범들의 이야기.

어떤 이는 세상을 바꿔보고자,
어떤 이는 가진 자의 세상에 환멸을 느끼고,
어떤 이는 연쇄살인범의 사랑을 얻고자,
어떤 이는 좋아하는 배우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보면서 나름대로 이유가 있네. 라고 할 것도 있고, 정말 미친 소리야 라고 하는 것도 있었지만,
결국 자기 자신의 이야기 좀 들어달라는 게 아닐까 한다.

주동자 격인 링컨 암살범인 부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해서 자신의 행동성을 정당화했으며,
쥬세피 장가라는 복통을 없애고자 하였지만 결국은 무시받는 삶에 지쳐있었고, 결국 사형당하는 그 순간까지 그 자신보다 대통령 암살을 막았다는 사람들의 시선에 가려, 좌익과 우익이라는 부분에 가려 그 자신 역시 잊혀지게 되고,
레온은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는 사상에 심취되어 암살을 했으며
찰리 귀토는 엉뚱한 소리만 하다가, 하지만 결국 자기 하고 싶은 일을 결국은 다 했고, 막판 쇼맨쉽까지.
세뮤얼은 라디오에 대고 연신 알아듣지 못할 말을, 횡설수설하고,
리네트와 사라, 존 힝클리는 사랑이 뭔지, 사랑때문에 뭐든 할 수 있다며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으니까.

결국 이들은 우리가 보기엔 허튼 소리만 하는, 피해의식만 가득찬 실패자이지만
이들에겐 권총 한 자루와 대통령이란 중요인물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인정받고자 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사회의 낙오자들.
아무리 기회의 땅. 누구나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결국 앞 줄에 선 사람들이 아니면 바닥에서 길 수 밖에 없는 사람들. 그리고 절망. 권총을 통한 현실에서의 탈출.

그런 입장에서 암살범을 주인공으로 하여 전개된 뮤지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인 극 구성은 굉장히 오밀조밀 짜여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극 자체가 시간 순서대로, 그저 인물들이 차례차례대로 등장한게 아니라 동시에 공존했다가 풀어헤쳤다가 다시 모였다가 하는 그런 형태로 극이 구성된다. 그래서 인물들을 서로 짜맞추면서 느껴지는 인물의 특징의 재미도 있었다고 할까.
또한 소극장공연이어서 배우들의 얼굴과 행동들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고 극에 보다 더 집중할 수 있기도 했다.

처음 발라디어(최재웅)와 부스(강태을)의 서로 주고받는 노래는 앞으로 등장할 암살범들에 대한 기대, 그리고 노래 가사속에서 느껴지는 서로의 시선의 차이, 가치관의 차이를 느끼게 했던 점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그 때부터 이 극 속에 더 빠졌을지 모르겠다. 열정적인 부스와 냉소적인 발라디어. 발라디어의 목소리는 맑으면서도 부스를 비웃어대는 그 모습이, 암살범을 비웃는 그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전체적으로 배우 분들의 연기나 노래도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 하나 빠지거나 어색한 일 없이. 중간중간 들어가는 화음과 합창은 더욱 기가 막혔고. 레온(이석)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역시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 분의 목소리가 그렇게 부드럽게 나올 줄 몰랐기에, 더 기억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보면서 미국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을 좀 더 알고 있었다면 전체적인 흐름에서 유머를 더 찾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저 많은 대통령 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은 링컨, 루즈벨트, 닉슨, 케네디 정도니까. 게다가 루즈벨트와 닉슨의 경우 암살 시도범이기에 더 이름도 생소하고. 하지만 굳이 몰라도 상관은 없다. 극 자체로도 요소요소 충분한 재미와 좋은 음악, 노래, 연기가 있으니까.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보러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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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돈 주앙과 친구를 제외한 다른 인물은 거의 바뀐 공연이었다.
두 번째 보기에 지난 번 이해가 안 갔던 줄거리들은 모두 고려하지 않고 공연 감상의 포인트만 꼭꼭 찝어 본 관람이었기에 더욱 즐겁게 본 공연. 시간이 지나치게 빨리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나 2부 무대는 말이 70분이지, 체감 시간은 30분 정도밖에 안 된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까.

일단 앞에서 두 번째 줄에서 보았기에 배우들의 표정과 연기에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는 게 이번 공연의 큰 수확이었다. 비록 전체적인 큰 윤곽은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지난 번 2층에서 봤기에 그 때의 모습을 생각해서 관람하였다.

배우들의 표정이 살아있는 거야 당연했지만 보는 내내 놀랐던 것은 댄서들의 표정 역시 살아있었다는 것. 그저 뒤에서 춤만 추는 그런 무대의 댄서가 아니라 이 댄서들의 표정에 의해 그 장면의 분위기 등을 더욱 더 공감할 수 있었다.

돈 주앙이 여자를 꼬시면서 주점 안을 돌아다니며 여자들에게 자신의 매력 과시, 꼬시면서 돌아다니고  댄서들은 남녀끼리 맞추어 춤을 추는 장면이 있었다. 무대 저 멀리서 볼 때도 안무 자체가 당연히 여자가 돈 주앙의 매력에 넘어가고 남자는 여자를 잡아 끄는 모습이라 분위기 자체를 짐작할 수 있었지만 가까이서 보는 댄서의 표정들은 안무에 따른 감정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 특히 눈이 갔던 것은 집시 여자의 안무였다. 돈 주앙의 원나잇 스탠드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데 이 여자가 무용단의 한 멤버였다. 주점 안에서 장면에서 중심에서 안무를 하면서 독무도 하는데 그야말로 감탄의 소리가 나왔다. 더군다나 연기까지. 물론, 대사 한 마디 안 하고 안무와 표정으로만. 무용단 자체가 뮤지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생각했지만 앞에서, 더군다나 그 화려한 개개인의 안무를 가까이서 보니 그런 생각이 더 절로 들었다.

배우들의 연기야, 지난 번 캐스팅이나 이번 캐스팅이나 다들 실력 있으니 더 말할 것은 없고, 돈 주앙은.. 아, 가까이서 보니 그 눈빛에 내가 넘어가겠고만. 느끼하고 건방진 오만한 눈빛과 자세에서 사랑에 빠진 모습, 질투하는 모습 등등 눈 앞에서 직접 보니 입만 헤~~

다만, 아버지의 역할의 경우 이번엔 굉장히 존재감이 없었다고 할까. 뭐, 노래야 이 분이 더 나으시긴 한데, 확실히 목소리로 주는 인상과 무게감은 지난 번의 김기현씨가 굉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함께 갔던 언니와 그 부분에서 절대 공감을. 김기현씨가 성우시고, 목소리에 무게감이 있다는 거야 잘 알고 있지만 극 자체에서 주는 느낌이 이렇게 다를 줄이야.. 이렇게 아버지가 적게 등장하는 줄 몰랐다.ㅡ.ㅡ

지난 번엔 무대 전체를, 이번엔 개개인을... 이래서 두 번은 봐야 된다니까. 하지만, 한 번만 더 vip 석에서 개개인의 연기와 무대 전체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으면 더할나위 없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덧붙임 : 커튼콜을 찍으러 카메라 가져갔는데. 젠장, 왜 배터리가 떨어진 거지. 분명 충전시켰는데... 다음부턴 절대 준비에 준비를..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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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요일 공연시간 돈 주앙 마리아 엘비라 라파엘 돈 카를로스 돈 루이스 이사벨

8월 2일

3:00

강태을

엄태리

신의정

이창용

조휘

김기현

이지숙



충무 아트홀 대극장 8월 2일 오후 3시 공연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술 마시며 여자들을 꼬시는 굉장한 플레이보이의 제 멋대로의 삶에 대한 이야기.
돈 주앙의 눈빛 하나면, 손길 한 번이면 모든 사람이 넘어온다고 할까나. 거기다가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검술 솜씨까지. 그러니 뭐가 무서우랴. 버림받은 여자들이, 사랑을 뺏긴 남자들이 저주한다 해도 코웃음치며 넘기는 사람인데.

인물만 따져보면 솔직히 뭐, 저딴 놈이 다 있냐. 하고 계속 궁시렁댈 수 밖에.
솔직히 1부는 그렇게 보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놈. 배신당한 여자(엘비라)가 자신도 여자라며 노래를 부르는데 왜 그리 애처로워보이던지.

거기다가 이 돈 주앙은 1부 마지막엔 아주 진정한 사랑을 찾기까지. 흠..

근데 이런 인물이나 캐릭터들에게 궁시렁대는 것을 제쳐두고 전체적인 뮤지컬을 보자면..

음악, 무용, 무대 뭐 하나 빠질 것이 없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프랑스 무용단(이라 들음)의 군무.
화려한 플라멩고. 입이 딱 벌어진다고 할까.  강렬한 음악과 의상,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강한 동작과 화려한 무용. 처음엔 전문 무용수인 줄 몰랐다. 상당히 먼 거리에서 보고 눈이 나쁜 관계로 외국인인줄도 몰랐으니.ㅡ.ㅡ 같인 간 분께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하.. 그러는 난 바보. 사실 뮤지컬 배우라고 보기엔 무용들이 배우가 했다고 보기엔 프로수준이라서.ㅡ.ㅡ
요소 요소 등장해서 뮤지컬의 배경도 살려주고, 엑스트라도 틈틈히 해 주는데... 이 분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 해도 상당한 재미가 있었다.

무대! 중간엔 돌아가는 원형 무대가 있는데 이게 단순히 돌아가는 게 아니라, 무대에서 그 효과를 톡톡히 해 준다. 특히 정적인 느낌과 동적인 느낌을 동시에 내 주는 효과를 보여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친구가 돈 주앙을 아버지에게 데리러 가는 장면에서 원형무대가 돌아갈 때였다. 두 사람이 가만히 서 있어도 무대가 돌아가기에 서로 다투고, 친구가 돈 주앙을 끌고 가려는 느낌을 주고, 두 사람이 다투면서 돌아가는 원형무대 위를 걸어갈 때는 도망가고자 하는, 가기 싫어하는 돈 주앙의 느낌을 더 살려준다. 그 밖에도 중앙에 주인공을 놓고 주변 배우들이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 등 한 무대에서 커다란 움직임이 없이도 조명과 원형무대가 무대 위의 인물들을 강조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주었다.

또 하나 인상깊었던 부분은 비가 내리는 부분. 핀 조명과 무대의 그물 망 등을 이용하여 비가 쏟아내려지는 분위기를 나타내는데 어유.. 핀 조명이 가만히 비추는 게 아니라 약간씩 흔들리리면서, 그리고 그물 망에 비치는 반사 등을 통해서 그런 느낌을 내 준 것 같다. 두 사람이 결투할 때의 비장감과 분위기를 그 빗줄기 조명을 통해 표현했는데 관객은 그저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음악. 어쩌면 빼 놓을 음악이 없는지. 들으면서 다른 뮤지컬 같으면 저런 음악이 메인테마 곡으로 쓰일텐데 하는 것들이 여기선 곡 진행 상의 한 음악으로 쓰였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음악 수준은 대략 짐작되지 않을까? 어유. 생각만 해도.

이 세가지만 해도 다시 한 번 이 뮤지컬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엔 줄거리는 신경쓰지 않고, 저 세가지에 흠뻑 빠져서 보고 싶다고 할까.

아, 배우들의 연기를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엉망이란 건 아니다. 다들 노래도 잘 부르시고 연기도 좋으시고. 특히 강태을의 돈 쥬앙은 그저 돈 쥬앙 같다는 생각만^^

거만하고 오만한 젊은 귀족. 자세도 그렇고 동작도 그렇고 김다현 분의 돈 쥬앙을 보지 못했지만 강태을의 돈 쥬앙은 굉장한 싱크로율을 보였다고 할까.^^ 걷는 자세도 그렇고, 딱 앉아있는 자세. 그리고 생김새까지. 윤곽이 뚜렷하고 서구적으로 생긴 덕에 더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도. 특히 턱을 약간 내어놓고 서 있는 자세는 정말 자존심 세고 오만한 젊은 귀족 청년. 그래서 더욱 미워보였는지도.^^;

아. 한 번 더 보고 싶어. 근데 티켓 가격이 정말 만만치 않아. 훌쩍.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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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스크루지 이야기.

지난 번 지붕위의 바이올린을 보러가서 얻은 예쁜 팜플렛이 이 크리스마스 캐롤 공연.

크리스마스 며칠 안 남기고 딱 이 시즌에 본 좋은 공연이지 아닌가 싶다.
가족들끼리 보면 딱인 공연인 듯 싶고.

처음 공연 보면서 눈에 딱 잡힌 것은 막을 사이에 둔 무대의 연출
공연을 많이 보러다니질 않아 무대효과나 연출을 잘 몰랐기에,
예쁜 막 사이로 등장한 요정 아이의 모습이 눈을 딱 잡았다.
그냥 프로젝트 빔으로 방사한 것 같지도 않고, 등장했다 싶기엔 그림 속의 요정이 사람이 직접 공연하는 것 같고..
그게 무대의 투명 막과 조명의 효과더라.
뭐, 무식한 티가 확 나는군.

어쨌거나 무대가 예뻐서 신경이 갔지만, 그에 비해 공연 전체에 이상하게 집중할 수 없었다.
특히 1막은...
가족 뮤지컬임을 알고 봤지만 생각보다 지나치게 아동틱했다고 할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서 그랬던 걸까도 싶다.

그러나 2막의 미래의 이야기부터는 온 신경이 저절로 집중되더라.
그러다가 마지막 결말 부분은...

이미 이야기를 알고 있음에도 사람이 달라진 스크루지 영감의 모습에 눈물을..
그 자체에 울었다고 하면 말이 안되고, 달라진 스크루지 영감과 마을 사람들,
그리고 행복한 분위기 자체가 사람한테 울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행복한 눈물.

마지막 스크루지 영감이 젊은 시절 연인과 함께 불렀던 노래를 다 같이 부르면서 마치는데..
보고 나서 행복한 느낌이 절로.

뭐가 그리 행복한 느낌을 줬는지는 지금 생각해보면 아리송..
노래의 분위기였던 걸까.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였던 걸까.
스크루지 영감의 행복한 모습 때문이었던 걸까.

모든 게 합쳐져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또한 무대 중심에서 이끌어갔던 스크루지 영감 역의 배우의 몫이 큰 것 같기도 하고.
그 좋은 목소리로 노래의 중심을 잡아가니 저절로 빠져들어서 몰입이 되기도 했으니.

정말 마음 따뜻해지는 공연 보고 왔다.
크리스마스 다운 공연이랄까.
왠지 이렇게 인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메리! 크리스마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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