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일 
CAST : 정문성(김명준 역)  박정표(박수환 역) 황지노(안종태 역) 홍우진(서민영 역)  
텐바이텐 이벤트 당첨.

생각치 못했던 이벤트 당첨으로 인해 본래 이 날 보기로 했던 다른 공연을 우여곡절 끝에 취소하고 보게 되었다.

지난 번 본 공연 캐스팅에서 김명준 역의 정문성을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모두 바뀐 상태.
공연이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탓인지 배우들간의 호흡이나 흐름이 지난 번보다는 꽤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훨씬 고등학생다운 시시껄렁하거나 말도 안되는 농담 따먹기의 분위기는 더욱 좋고.
그래서 그런지 평범한 고등학생, 성적에 대한 절박함과 불공평함에 대한 불만때문에 가지게 된 나쁜 선택, 그리고 그 결과를 뒷수습하기까지 더욱 더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철없고, 시야가 좁고, 지금 당장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그런 고등학생.
컨닝 후 화장실에서 민영의 셋에 대한 비웃음 이전까지.

박정표의 박수환은 지난 번보다 더욱 보통의 고등학생답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투덜투덜대지만 실제 대담함은 없는.(만약 명준이 없었더라면.) 일반적인 편견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그것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고.
명준처럼 극단적인 선택, 행동 계획도 하지 않는,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고등학생.

사실 지난 번의 김대현의 서민영은 보다 부드러운 반면 숫기 없고, 얌체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반장이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자기 혼자 겉도는 듯한 잘난척 도련님의 이미지의 느낌이었다.
뭐랄까, 약간 왕따 느낌의 반장이라는 것?
그에 비해 홍우진의 서민영 역시 보다 더 자연스런 주변의 아이들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친절하고, 나름 눈치도 있고, 개그도 부리려 하고, 약간의 잘난 느낌도 있는. 

김대현의 서민영은 정당했지만 보다 야비한 느낌이 강한 반면, 홍우진의 서민영은 야비함보단 당당함을 더욱 더 뿜어내는 느낌이었다.

박정표와 홍우진은 초연 멤버라서 그런지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더 깊은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한 번 해 봤기에 더욱 자연스러웠는지도.
어쨌든, 두 분의 연기, 캐릭터의 해석이 더욱 좋았다. 특히 홍우진이 연기하는 서민영은.

그리고, 안종태 역의 황지노.
음, 뭐라고 할까. 황지노 배우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이건 정말 내내 지난 번 김대종의 안종태가 계속 떠올랐다.
그만큼 강렬했던 것일까. 연기를 못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김대종의 안종태가 너무나 강렬해서.
그 우직, 순박한 인상과 마지막의 편지를 읽어나가는 모습은....
그래서 그런지 그 부분에서 감정이입을 못했다.

보고 나온 순간 든 생각은 김대종의 안종태를 다시 보고 싶다는 것.

뒷 맛이 씁쓸하기에 같이 본 분은 이래서 모범생들을 보기가 꺼려진다고 하시지만
난 그래도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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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8일 공연



쥬크박스 뮤지컬.
고 이영훈 작곡가의 곡들을 모아 만든 뮤지컬. 그렇기에 스토리보다는 곡이 중심이 된다.
나 역시 다른 어떤 것보다 그 음악들을 감상하기 위해 관람했던 뮤지컬이고.

그런데 이거, 정말 스토리가 ㅡ.ㅡ
스토리가 약하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너무나 얼기설기 기워져 있다.
뜬금없는 씬들도 많고, 단체 무용도 많고.

큰 줄거리는 신파다.
삼각관계. 두 남자와 한 여자.
열렬한 운동권이고 꿈을 쫓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다고 했던(실제로 다 가졌던) 남자,(현우)
인기 작곡가이며 한 여자를 열렬히 사랑했지만 그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던 남자,(상운)
두 사람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매력적인 목소리의 소유자이고, 가수였던 여자.(여주)
그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 
생각해보면 고 이영훈 작곡가의 곡들 대다수가 잔잔하고 부드러운 사랑이야기임을 생각해본다면 괜찮은 설정이다.
그런데 이야기의 화자들이 붕 떴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노래를 중심으로 한 뮤지컬이기 때문에 탄탄한 극 스토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기대를 접었다.
하지만, 그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이렇게밖에 표현될 수 없었을까?

"깊은 밤을 날아서"를 금지곡으로 설정한 것만큼 운동권을 중심으로 나름 갈등과 사랑을 표현하며 돌아가는 이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 사람의 사랑을 중심으로  애절함과 열렬함을 표현한 것도 아니다. 
차라리 철저한 신파로 만들어가는 것이 훨씬 감정과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낫지 않았을까도 싶다. 

함께 갔던 분의 말씀따라 아무리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는다 해도 장면에 이어지는 노래의 가사가 장면과 어울리며 전달이 되어야 될 텐데 그런 느낌이 없다는 게 문제.
그러니 극을 통해 전달되는 감정이 더 어설픔. 

운동권 이야기는 더더욱 거슬림. 물론 시대야 시대지만, 그것 말고도  현우가 여주하고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을텐데 말이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고 모두 운동권이어야 되는 것이 더더욱 그렇고.
이게 무슨 시대 풍자극도 아니지 않은가. 진지한 극이 아님에도 그렇게 화면 가져다 붙이고 애써 심각한 척 만드는 것은 좀 그렇다.

무대 구성은 좋았다. 과거와 현재의 교차도 그렇고, 단순한 배경도 그렇고.
다만, 조명과 단체 무용의 안무는...ㅜ.ㅜ

일부러 촌스럽게 만든 걸까?
80년대가 배경이었다고?

근데 1부 마지막에 여주가 노래를 하면서 뒤로 시위 장면이 겹쳐지면서 등장하는데, 아, 빌리 엘리어트와 비교가...ㅜ.ㅜ
물론 빌리 엘리어트의 파업장면과 발레교실의 교차는 정말 잘 짜여진 구성이기에 지나친 비교가 될 수가 있긴 하다.
다만, 빌리를 본 곳도 LG 아트센터. 광화문 연가를 보는 이 곳도 LG 아트센터니 순간적으로 딱 스쳐지나갈 수 밖에.

어쨌든 스토리야 그렇다 치고  배우님들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한 분은 빼 놓고  그저 좋았을 뿐.
배우는 역시 배우다 라는 말을 다시 되새김.
최재웅(상훈)씨가 "고맙다"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에 왈칵 눈물이...
정말 스토리가 점점 고조되어서 눈물이 나게 한게 아니다. 스토리는 배경일 뿐, 그저 최재웅씨의 그 나직한 목소리에 실린 감정,
으아, 정말이지...

태한씨와 구원영씨 커플 등장장면은 사실 필요없는 장면이 많았다. 이야기로 따져보면 그렇지만...
나올 때는 정말 좋았다.
코믹할 때는 코믹하고, 진지할 때는 진지하고.
이별 이야기의 듀엣은 앞의 듀엣과 비교되면서 너무나 좋았고.
두 분 다 노래도 잘 하시고, 팔 다리는 길쭉길쭉.
연기도 좋으시고. 우하하. 정말 즐거운 커플.

이율씨는 처음 봤다. 그러나 담백한 목소리가 꽤 잘 어울렸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뮤지컬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지나치게 힘을 넣지 않으면서 불렀기에 좋았다. 팔 다리 길쭉한 비쥬얼은 더할나위 없는 플러스.

윤도현은 괜찮다 싶었다. 물론 특별히 연기란 장면은 별 다른 것도 없고, 앞에서 재웅씨가 중요한 감정연기는 다 해주었지만 일단 노래가 좋았음. 가수 윤도현이 보이긴 했지만 나쁘진 않았다. 다만 초반에 발라드의 경우 이문세의 감정선이 생각이 나서 좀 그랬긴 했지만. 하지만 듣고 있다보니 괜찮다 싶었다. 특히 순전히 발라드가 아닌 약간 발랄(?)하거나 힘이 든 노래의 경우는 정말 가수 윤도현답게 부르더라. 그래서 좋았지만.^^

문제는.. 하아...
주인공 여주를 맡은 리사씨.
평소 배우를 아는 폭도 좁고, 극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그저 가끔 보는 관람자의 입장에서 배우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말하기가 그렇지만 이건 정말 미스 캐스팅.
내가 한상운 작곡가라면 리사씨 목소리에 반해서 가수해달라고 할 것 같지 않다.
고 이영훈 작곡가의 곡들이 어떤가. 굉장히 서정적이다.
서정적인 곡들. 가사는 시적이고, 멜로디는 섬세하다. 그렇다면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찾을 때 나같으면 굉장히 맑고 투명하면서도 매력적인 목소리의 소유자를 찾을 듯하다. 
그런데 리사씨는 그 어디에도 해당이 안 된다. 노래를 완전 못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음정, 박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지 자체의 문제.
그리고 노래 표현력의 문제.
1부 마지막 곡 "그녀의 웃음소리뿐"을 부를 땐 난 정말 뒤집어주는 줄 알았다.
소리를 지르는게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이 아니다. 
노래란게, 특히 강약을 오가며 부르는 것일 텐데, 이건 순전히 "강강강강   더 센 강" 만 있을 뿐.
일단 목소리부턴 너무나 이미지에 안 맞는데 표현 자체도 이러니..ㅜ.ㅜ 
뒤로 갈수록 여주가 안 나온다는 사실이 너무나 좋았다.ㅜ.ㅜ 
 
이렇게 내가 미스캐스팅이라 여긴 배우도 정말 처음일 듯.

그 분만 빼 놓은다면 솔직히 이 극은 이영훈 작곡가의 곡을 듣는 재미와 배우들 보는 재미.
음.. 사실 뮤지컬의 본 의의가 그것이기도 한 것 같지만.

오랜만에 한 번 이영훈 작곡, 이문세 노래의 곡들을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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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  2시 공연
CAST : 김지현(다이애나 역) 이정열(댄 역) 최재림(게이브 역) 오소연(나탈리 역) 이상민(헨리) 최수형(이상민)

일단 줄거리 쫓아가기에 바빴던 공연.
처음 보는 거라 아무래도 그렇게 된다.
대충 줄거리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아니, 몰랐더라면 그 흐름에서 깜짝 놀랐을 것 같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있던 아들이 사실은 없었던 존재이니.

줄거리 자체는 밝은 이야기가 아니다.
아들이 어렸을 때 죽었지만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계속 살아있는 존재로 대하는 엄마.
그런 아내를 치유해주고 싶지만 정작 자기 역시 아들의 죽음을 대면하지 못했던 아빠.
아들의 대치물로서 태어난 딸, 엄마에겐 잊혀진 존재, 아빠에겐 뒷전인 존재.
한마디로 정상이 아닌 가족이다.

무대를 봤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3층 집이다.
아니, 3층은 어쩌면 지붕, 다락인지도. 실질적으로 사람이 존재하는 공간은 2층까지이니까.
다만 환상인 죽은 아들만 3층에 올라갈 뿐.
결국 그건 이 집안 사람들을 누르고 있는 죽은 아들의 존재감을 더욱 강조한 구조.
아마 아들이 죽은지 모르던 상태로 봤다면 정말 놀랐을 것 같다.
왜냐하면 아들은 시종일관 엄마에겐 사는 사람으로 존재하니까.
아버지와 아들이 맞부딪히지 않는 건 흔히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 사이로 치부하면 되니까.

그러나 난 이미 이야기를 들었고, 아들이 죽었다는 것을 알았기에
아들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게 되더라.
근데 생각보다 임팩트가 크지 않아서. 흠.

같이 보러가신 분이 물어보더라.
아들에 대한 느낌이 어떻냐고.
죽은 아들이 집안을 휘휘 뒤젓고 다니는데, 생각보다 강렬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결국 이 집안은 그 아들의 존재 때문에 "정상"적인 가족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그가 주는 느낌이란 보다 가족의 분위기를 더 어둡게 만드는데 일조해야 될텐데,
즉, 비교적 정상적으로 진행되다가도 아들의 등장, 언급 자체가 완전히 집안 분위기를 망칠정도로의 분위기를 전환시키길 예상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한 것.

한지상 배우의 연기가 더 강렬했다는 말에 다른 캐스팅으로 보고 싶더라.
아, 근데 이건 막날 전날 공연.
안산에서도 한다니, 직장에서 가까우니까 시간 맞으면 한 번 볼까 마음도 든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비교적 단조로운 편.
줄거리가 단조롭다기보다 흐름이 단조롭다는 것.
많은 극에서 느껴지는 고조되는 클라이막스가 이 극에선 좀 덜한 편.
그러나 억지로 짜내지는 느낌이 들지 않아 그것도 좋았다.

생각보다 극에 집중하질 못해 아쉬웠다.
몸의 컨디션 문제인지, 지나치게 배부른 상태여서 그런지..ㅜ.ㅜ 
곡도 괜찮고, 노래도, 연기도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이상하게 집중하지 못한 공연.
그래서 한 번 더 보고 싶어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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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CAST : 정문성(김명준 역)  김종구(박수환 역) 김대종(안종태 역) 김대현(서민영 역)

모범생들, 제목과는 다르게 "모범"적인 학생들의 전혀 "모범"적이지 않은 이야기.

이야기는 10년 후 결혼식장에서 동창생인 명준과 수환이 만나는 부분부터 시작된다.
만남의 장소는 화장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적절한 장소다.
거울 보고, 몸단장 하고, 옷깃 세우는데 화장실만한 장소가 어디 있겠나.
첫 부분은 마치 수컷들의 뽐내기 겨루기를 연상케했으니까.
자기 자신을 뽐내는 동시에 옆 사람을 의식하고, 견제하는 그 시선이 말이다.
다들 뮤지컬 배우 출신이다 보니 박자감각이나 몸동작이 남달랐던 점도 보너스!


오랜만에 본다고 반가워하지만 말 속엔 가시들. 서로를 깎아내리는 듯한 말투.
그러면서 추억을 되새기기 시작하는데....


약간의 시놉시스를 보고 갔기에 중심 배역, 동창생들이 4명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두 명이 먼저 등장하고 한참을 그 두 명이서 이야기를 끌고 가기에 나름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 상상을 펼쳐갔다.
앞으로 이렇게 될 거야... 하면서. 뭐, 결과는 완전 헛다리를 짚었다.
내 예상보다 이야기는 더욱 더 씁쓸했다. 그리고 갑갑했다. 


보통 학창시절을 추억하며 전개해나가는 이야기들은 대개 한 사람이 죽고, 또 비교적 선인과 악인으로 나뉜다.
상황에 의해서든, 타고난 천성에 의해서든. 학교폭력과 왕따 역시 주된 소재이기도 했고.


물론 이 연극 역시 폭력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건 곁다리일 뿐. 중요한 건 이 인물들을 둘러싼 상황이다.
그리고 그 둘러싼 상황이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더욱 씁쓸하고 암담했던 거고.


명준과 수환은 모범생들. 외고에 들어올 실력이니 공부야 잘 했고,
불만이 있긴 하지만 그닥 사고를 일으키지도 않고, 착실한 학생들.
하지만 가정형편때문에 성적을 올리는 데 더욱 더 필사적이게 된 명준이 중심이 되어 둘은 컨닝 계획을 짜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컨닝계획을 얼떨결에 알게 된 문제아 종태까지 끌어들이게 된다.


종태는 좀 순박한 캐릭터다. 사고를 일으키긴 하지만 본성은 나쁘지 않고.
적응을 잘 하지 못하고 싸움만 하는 상황에서 친구라면서 꼬시는 둘에 넘어간 것을 보면 좀 외로웠던 듯 싶다.


민영은 정말이지 얄미운 반장. 자기 잘난 줄 아는 캐릭터다.
집은 잘 살지. 성적은 0.3% 안에 들지, 그야말로 모든 걸 다 가진 캐릭터.
그러나 공감과 배려 능력은 제로.


이 연극에서 원인과 결과만 따지면 나쁜 놈은 명준과 수환이다.
컨닝계획을 세웠지, 민영을 협박해서 수학 답안지를 보여주게 만들지,
종태를 꼬셔서 자기 마음대로 움직인 다음 종태에게 모두 죄를 몰아서 희생양으로 만들어버리니까. 원인과 결과만 따진다면.


그러나  이게 단순한 학창시절의 이야기도 아니고 그 뒷맛이 씁쓸한 이야기라는 건 민영이라는 인물때문.  
그리고 민영의 존재는 이야기의 역학구조를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민영이는 일방적으로 당하는 희생양이 아니다. 그는 시종일관 명준 무리를 깔본다.
원래가 태생적으로 다른 인간이라는 게 민영의 말.
"나는 태어날 때부터 너희와는 다른 인간이야. 너희가 대학에 다닐 때 나는 어학연수를 갈테고,
대학원에 다닐 때 난 유학을 가고 있을 거고, 회사에 입사할 때 나는 회사를 차릴 수 있다.
너희와 난, 출발선이 달라" 이건 과장이 아니다.
실제 민영은 돈이 있었고, 머리도 뛰어났다. 더군다나 협박받는 위치에 있으니 그는 도덕적으로도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는 좋은 사람이고, 정의의 입장에서 불의에 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웃는다.
선하고 부드러운 민영이 활짝 웃는 그 순간, 그 미소는 솔직히 굉장히 징그러웠다.
왜냐고? 그건 민영의 생각이 너무나도 역겨웠기에.
그는 자신이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서 자신이 옳은 정의라고 믿는다.
주위를 돌아보지도 않고, 공감하려 하지도 않는다. 공감, 배려심을 가지지 못한게 인간일까?
조금 딴 생각이지만 최근에 읽었던 꼭두각시 서커스 만화의 일그러진, 징그러운 미소가 연상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민영이가 한 말을 그대로 명준이 반복한다는 것.
그는 불공평한 세상에 태어났고,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그렇기에 불리한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민영이와 똑같은 말을 하고, 어느새 그는 민영이와 같은 부류에 들어가고 있었다.
아니, 그 부류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그 부류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 거지.
민영이와 같은 수준이라 자기 암시를 하면서.


처음에 이야기했던 결혼식장. 종태도 수환과 명준을 보러 온다.
그는 결혼은 축하하기 위해 온 것보다 사실 수환과 명준 때문에 온 것이다. 오면서 그 둘을 보지 않길 빌었지만. 


그러나 그 잘난 서민영의 결혼식장에서 수환과 명준은 있었다.
그렇게 모멸감을 받고서도. 그리고 잘났다고 떠들어댔던 서민영은 그 자리에서도 그렇게 잘나게 서 있었다.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다.


바뀌었다면 종태의 위치였을까? 수환과 명준의 삶에서 벗어난 종태.

사회의 주류에 편승하고, 그 이상을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 그게 소위 말하는 잘났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모범생들. 그리고 악순환.

요즘 사회의 모습이 느껴지기에, 그래서 더욱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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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계속 흥얼거리는 라레볼 노래들.
계속 머리에 맴돌아요~~~
지금도 열라게 듣는 중.
배우들의 모습은 자동으로 리플레이되고~~~


아 좋다~~
글고 아쉬워요~~ㅜㅜ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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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막공 공연에 대해 말할 건 없네요.
멋지다는 말 제외하곤 말이지요.
막날 공연이라 배우들이 전체적으로 감정이 업되었더군요.^^
하지만 그것도 좋았어요. 이래서 공연은 볼 때마다 다른지...

아. 석원 배우. 서도를 죽이고 나서 나즈막하니..
"더운데?"
"싫다."
그 두 마디를 읊는데... 그 때의 그 목소리.
또 체념 + 허탈 그 때의 미묘한 미소.
계속 머리 속에서 재생중입니다.
그 섬세한 연기가 미치게 좋습니다.

진아씨는 정말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여배우같아요.
얼굴에서 살아나는 그 감정들이 좋아요.
동그란 얼굴도 너무 좋고요.ㅜ.ㅜ

성환씨는 확실히 감정이 차고 넘쳐오르시더군요. ㅎㅎ
이카루스의 날개는 오늘 더욱 더 그랬고요.
애절한 것도 좋긴한데, 다만 총을 맞고 토해내는 소리에서 그 부분이 지나치게 크고 과하게 들렸다는 점이 조금 아쉬워요.^^;;

끝나고 나서 그저 아쉬울 뿐입니다.

성환씨와 진아씨는 달고나를 하신다는데, 한 번 보러갈까 생각중이기도 하고요.^^

석원씨는 무슨 작품을 하시려나...

막공이 끝나고 오늘은 기다렸습죠.
일행분이 선물도 준비하셨고, 저는 사진을 찍고. ㅎㅎ


일행분이 만드신 클레이 점토 인형.

볼 때마다 부러워 죽겠습니다.

손재주도 그렇고, 그 멋진 장면을 순간적으로 잡아내 구성하시는 것도 그렇고 말이지요.




















공연이 끝나고 찍었습니다.^^ 무대 위에선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두 분이 나란히 사진을 찍으셨네요.^^



그리고 정말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다른 때는 무지하게 일찍 나오신다는데 오늘은 왜!


드디어 등장하신 석원씨.

무대 위와 너무나 달라요.
왜 그리 수줍어하시는지.

아. 조곤조곤하신 어투나 수줍어하는 표정이나 너무 좋습니다. ㅎㅎ



















이렇게 배우님들 사진까지 마무리를...
공연도 좋았고, 배우님들도 멋지고.ㅎㅎ
이렇게 좋은 공연을 보면 정말 신나고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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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그 뮤지컬 참 좋습니다. 그려~~
왜 그리 새로운 장면이 쏙쏙 보이고, 무대가 알찬지.
곡은 왜 그리 좋고, 배우님들 연기는 점점 무르익어가고...
지난 주보다 더 발전되고 디테일한 배우님들의 연기가 더욱 눈에 들어옵니다.
석원씨의 세심한 연기. 문득 이야기하다 쓰릴미의 '나' 역이 어울릴 것 같다는 말에 공감이.. 
노래도 잘 부르시고, 연기가 굉장히 섬세하다고 할까요.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연기하시거든요.

문진아씨는 볼수록 참하시다는.... 여자배우보고 와, 좋다라는 생각을 별로 해 본적이..ㅡ.ㅡ
그런데 진아씨는  요즘 보기 드문 동양적인 얼굴을 하고 계십니다. 
동글동글하고 참하다는 느낌. 볼수록 예뻐요.
연기도 잘하셔서 예쁘다는 느낌을 더 받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레옹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자살하기 직전 부르는 "누구세요"노래는 끝내줬습니다.
그 전에 용서받을 수 없을 거야하며 "영원히"라고 중얼거리는 대사에서도 소름이 쫙...

마리안느와 레옹의 첫 만남의 연기는 더욱 더 강렬해졌습니다. 레옹과 마리안느의 자존심대결. 와우. 두 사람의 성격, 자존심, 대립, 열정, 공감이 아주 잘 드러나는 부분이었어요.

박성환씨의 연기 역시 점점 섬세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좋은 연기와 노래를 보여줬지만 다른 두 분에 비해선 조금 약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특히 노래와 노래를 잇는 사이의 연기에서 말입니다. 이전에도 충분히 좋았지만 배우님께서 좀 더 손동작이나 눈빛, 대사 처리 등에 대해 더 신경을 쓰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연기의 미묘한 느낌을 주려고 말입니다.

어쨌든 세 분 연기 다 굉장하다는게 결론.
이 뮤지컬이 세 분 모두 주요인물이고 셋이서 꾸려나가는 것만큼 한 사람이라도 여기에서 능력이 부족하면 엉망이 되었겠지요. 근데 이 뮤지컬은 그 세분이 모두 연기, 노래 너무 잘 하시니 그 보는 재미가.. 어느 한 사람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정말 즐겁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막공까지 이틀.
막공을 다시 한 번 보러갈 생각인데.. 아...
이거 생각할수록 굉장히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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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 관람
CAST : 손승원(나)&김성일(그)

오랜만의 쓰릴미 관람이었습니다.
초연이 2007년도 였더군요. 불과 1,2년 정도밖에 안 지난 것 같은데..ㅡ.ㅡ
그러니까 전 2007년 류정한 & 김무열 캐스팅으로 4번 정도 보고 오늘 처음으로 봤습니다.
그래서 사실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한 마음에 보러갔지요.
함께 보러 가자는 말에 금방 넘어갔을정도로 말이예요.^^
많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도 하고, 요즘 여러모로 말이 많기도 하고 일단 궁금했습니다.
그 다음에 굳이 보러가진 않았지만 쓰릴미라는 뮤지컬이 참 인상적이기도 했고요.

참 많이 바뀌었더군요. 무대가...
함께 본 분의 말씀에 의하면 그렇게 무대를 설치하고 바꾼 것은 이번 연출부터라고 하더군요.
무대에 대한 불만이 좀 많이 있던데 그 부분에 대해 이해가 가더군요.
비교하지 않고 보려해도 일단 초연 무대가 일단 떠 올랐습니다. 무엇보다 몰입감이...ㅡ.ㅡ

막, 배경 등에 굉장히 신경을 쓴 무대더군요.
장소를 달리 하여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무대 위에 설치한 잡다한 배경, 소도구를 배제함으로써  
배우들에게만 신경을 더 쓰게 할 목적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목적이었다면 조금 역효과가 나지 않았나 싶어요.
일단 계속 무대가 전환됨으로써 나는 "끼익끼익" 소리들.
그게 굉장히 신경을 거슬리게 하더군요.
더군다나 블랙아웃이 블랙아웃같지 않은..ㅜ.ㅜ 
장면이 전환되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 라 레볼뤼시앙에 반해 있는데 그 무대의 동선을 보다가 오늘 무대의 동선을 보니..ㅜ.ㅜ 
무대가 굉~장히 넓어요. 여러 소도구가 없기 때문에.
그래서 두 사람이 가만히 서 있으면 한 쪽은 유달리 비어보여요.
한 장면에선 무대 왼쪽에 치우쳐져 있고, 다른 장면에선 무대 오른 쪽에 치우쳐져 있고.ㅜ.ㅜ
오늘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건 두 사람이 전화통화를 하는 장면이예요.
그건 무대 온 공간을 차지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역시 몰입감이...ㅜ.ㅜ 

두 배우분들의 연기에 대해선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실제 범죄자들이 저 나이 또래였으니 진짜 저런 분위기가 났을거야 라는 생각만...

페어를 다르게 하는 첫 날이라 하더군요. 
그래서 두 분 다 호흡이 잘 안 맞았다고 함께 가신 분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저도 그런 부분은 느꼈습니다만...
무엇보다 캐릭터의 성격이 급작스럽게 바뀐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예전 4년(아, 벌써 시간이...)전 류정한씨의 '나'보다는 손승원 군의 '나'의 해석이 더 다가오더군요.
사실 그 때 보면서 '나'의 성격을 류정한씨의 해석만 놓고 보면 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나'는 사실 '그'보다 고단수거든요. 모든 것을 '그'가 주도하는 것 같지만 실은 "맞춰주고" '나'가 있었기에 가능한 거죠.
그래서 재판 처음과 끝에 "마지못해" 잘못을 인정하는 "나"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명쾌했어요. 
감옥에 '그'가 없으니 무엇때문에 '나'가 남아 있어야 됩니까. 나가야지.
마지막에 '나'와 '그'가 합치는 부분은 좀 닭살스러웠지만.아아... 
김성일군의 '그'도 잘 한다고 하시던데 일단 오늘 본 공연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으므로 패스.

전 김무열군의 '그'밖에 본 적 없지만 그 포스는 왠만해선 따라올 분이 없을 것 같고,
또 그 이상의 평도 들어본 적 없기에 전 김무열의 "그"를 기억할랍니다. 

아, 참 아쉬웠던 건 이상하게 음악이 귀에 잘 안 들어오더군요.
4년 전의 감미롭지만 그 무시무시한 가사의 노래가..ㅜ.ㅜ 
볼륨이 작은 건지, 뭔지... 피아노 음악도 틀리는게 들려오고...ㅜ.ㅜ 

잦은 키스신과 과격, 애정어린 몸동작이 많이 바뀌었더군요.
그것 자체에 놀랍진 않지만... 세월이 참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도...

초연 공연을 잊고 보려고 했지만 워낙 제 인상에 많이 박힌 공연이라 그 생각이 많이 떠오르네요.
그 때만 해도 일단 뮤지컬이란 것을 거의 처음 접했던 시기였고, 그래서 단 두 남자가 꾸미는 그 무대가.
그 음침하고, 멜로디는 감미롭고, 가사는 무시무시한 그런 뮤지컬은 참 충격이었던지라 그 인상이 쉽게 잊혀지지 않아
여러모로 많이 비교를 하게 되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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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 관람. 
CAST : 윤석원, 박성환, 문진아

정말 최고였습니다. 짝짝짝!!!!

처음에  공연이 정각에 시작되지 않아서 뭔일인가 싶었는데, 기계에 문제가 있어서 죄송하다고 했네요.
그 때 속으로 저 사람들 얼마나 애가 탈까, 하는 생각이 들덥니다.
결국 기계의 문제점은 못 고치고 마이크 없이 배우들이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썡목!!!
쌩라이브!!

결과요?
최고였습니다.ㅜ.ㅜ
배우들은 아마 마이크 때문에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더 목소리를 크게 내고 힘이 들었겠지요.
그런데 어쩝니까.
마이크가 없어서 그런지 목소리의 감정이 더 잘 느껴졌는데....
배우님들께는 미안한 소리지만, 쌩목이 더 좋았어요.ㅜ.ㅜ

이번에 앉은 자리는 지난번과 다른 구역, 거기다가 더 가까운 자리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번에 못 봤던 부분들을 볼 수 있었고, 더군다나 배우님들의 얼굴이나 표정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자리의 이점 + 쌩목공연

지난 번 공연을 볼 때는 솔직히 내용이해에 급급했었지요.
처음 보는 공연이니까요. 
더군다나 제 엄청나게 나쁜 시력 때문에 그 작은 공연장에서도 사실 잘 표정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도 있었고요.
그런데 이번엔 B구역의 두번째 자리... 완전히 보이는게 다르더군요.
배경에 따라 아래 무대에 비쳐주는 이미지가 다르다는 것도 새로 깨달았습니다.

지난 번에도 무대를 잘 활용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에 느꼈던 것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첫번째 봤을 때 무대활용은 배우들의 동선이 한 쪽에 치우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이야기했었는데, 그것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서 있는 위치 등의 구도, 퇴장, 등이 모두 내용과 밀접하게 연결이 되더군요.

첫 곡이 바로 그 예였습니다. 
두 남자가 프랑스, 혁명 등의 이야기를 하는 중 바로 이어 마리안느의 등장
여자를 가운데에 두고 두 남자가 그 여자뒤로 서 있는 구도.
백만송이 장미~~ 하며 마리안느가 자신의 사랑, 낭만 등을 이야기할 때 피에르를 전혀 바라보지를 않아요.
그리고 남자들이 먼저 퇴장하고 나서 마리안느가 바라보는 쪽 역시 레옹이 퇴장하는 쪽이죠.
사실 이야기의 구조, 인물간의 갈등관계를 첫 곡에서 이미 다 암시하고 있었던 거죠.
두 번째 보니 그런게 아주 절절히 느껴지더군요.

이런 연출도 좋았지만 배우님들의 연기가 좋지 않았다면 감동은 덜했겠지요.

아까 쌩목이 더 좋았다 한 건 지난 번 마이크로 들었던 것보다 직접 목소리로 들었더니 그 감정선이 더 확실하게 다가왔던 것 때문입니다.
마이크가 더 목소리를 깎았던 거죠.

윤석원씨..ㅜ.ㅜ 
그저 눈물이 흐릅니다. 그 세세한 디테일, 감정. 아,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석원씨가 노래를 부를 때 몇 번이나 눈물이 나오더군요.
특히 노틀담에서의 노래는 정말 저도 모르게 눈물이...ㅜ.ㅜ 그 설레이고 떨리는 마음이 노래에 절절 묻어나오더군요. 혁명을 부르짖는 남자지만 신분으론 평민, 배운 것 없는 남자가 연모하는 귀족신분의 여성을 만나 엉거주춤한 모습이라든지, 왈츠를 출 때의 어색한 스텝, 그런 부분이 정말 세세하더군요. 감정이 고조될 때 격렬한 연기, 열정, 사랑, 슬픔 등 캐릭터에 완전 녹아들었습니다. 정말 중간에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 뚝뚝 떨어지는데.. 와, 정말 집중할 수 밖에 없더군요. 연기도 그렇지만 노래 속에서 이렇게 감정을 세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박성환씨의 피에르.
대단합니다. 마리안느와 레옹이 노틀담에서 만날 때 레옹에 대한 증오, 마리안느에 대한 연모, 이런 시선이 확확 바뀌는데 말이지요.
마지막 곡의 피에르는 정말 끝내주더군요. 레옹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 될 수 없었던 은규. 마리안느(서도)와 사랑하고 싶었지만 그 선이 맞닿지 않을 때 피에르(원표)의 모습. 허공에 뜬 손,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그 슬픔이 절절합니다. 이 역이 참, 악역이라고 말하기엔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오히려 불쌍하게 만들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문진아씨.
이번에 정말 배우님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던게 행운이었지요. 다른 배우님들도 그렇지만, 표정이라든가, 노래라든가 뭐 더 말할 필요 있겠습니까. 그나저나 무척 인상깊었던 것은 마리안느가 레옹이 자신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고 자살하기 전에 부른 노래였습니다. 레옹에 대한 그리움, 죄책감 등이 반쯤 미친듯한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완전히 홀렸습니다. 보이지 않는 레옹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 손짓, 그리고 죽기 전 레옹에 대한 격렬한 감정 등등.

소극장이었기에 생목, 생라이브로 가능했던 공연이지요. 
아마, 다른 곳이었더라면 보지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 느꼈던 건 안 좋은 음향이 얼마나 배우들의 연기를 깍아먹고, 뮤지컬 배우들의 연기라는게 정말 대단하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무대에 들락날락 거리고 노래를 부르고, 박자를 맞추면서도 완전 그 역할에 녹아나는 그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정말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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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3일 공연 캐스팅
 

선화공주 역

문혜원

서동 역

성두섭

해명왕자 역

김대종

고수 역

추정화

남이 역

육현욱

순이 역

김해정


 
밀당이란 뜻을 이해못했던 난 바보.ㅡ.ㅡ 

서동과 선화공주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선화공주 연애비사"

보는 내내 뒤집어졌습니다. 깔깔대고 웃다가 말이지요.
선화공주와 서동을 연애의 초고수로 설정해 서로간의 밀고 당기는 그 과정이 아주 유쾌합니다.
시종일관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이렇게 나올 것이다 추측하며 견제하거나 헛발질하는 그 모습이 말입니다.
시대는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나 ~하오라는 말만 붙일 따름이지 카톡이나 클럽 죽순이나 그런 말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또 그런 부분이 아주 적절한 시기에 치고 들어오니 웃기엔 정말 좋은 작품이지요.

초반부는 캐릭터들의 자뻑 경연대회인줄 알았습니다.
선화공주나 서동의 자신의 미, 매력을 뽑내는 대사나 해명왕자의 자기 과시말들이 말입니다.
중반부엔 남이마저 자신의 우람한(?) 근육을 뽐내니, 캐릭터들이 모두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아주 태평스런 표정으로 낯간지런 대사들을 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안 날 수 없습니다.^^

배우들 대다수가 뮤지컬배우 출신이다 보니 틈틈히 나오는 음악이나 박자를 칠 부분에서 리듬감이나 동작이 정말 좋습니다.
누구 하나 뻣뻣한 사람이 없더군요. 덩치 우람한 해명왕자마저 브레이킹 댄스를 출 정도니. 그 부분에선 솔직히 놀랬습니다.^^;;

사실 코믹과 썰렁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똑같은 대사도 어떤 타이밍에 쳐 주는가에 따라 웃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썰렁해서 민망해 죽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이 연극은 그게 기가 막히게 들어갑니다. 대사, 배우들의 동작, 그리고 등장부분에 있어서도... 예를 들어 고수가 진지하게 북을 치며 해설을 하고 있다가 자연스럽게 겉옷을 벗고 다른 역할로 전환을 합니다. 그게 정말 천연덕스럽게 이루어지다 보니 그 부분에서도 웃음이 터져나오더군요. 남이의 1인2역 부분에서도 그렇습니다. 보통 1인 2역이면 퇴장했다가 모르는 척 다시 등장인데 이건 무대 위에서 남이를 놓고 넌 진짜 누구의 시종이냐라고 싸우다가 마치 스파이처럼 정체를 드러내는 것도 그렇고요.

아, 정말 어제 연극을 다시 생각해보면 곳곳에 어찌나 깨알같은 웃음요소가 숨어있는지.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웃음이 나오게 하는 장면이 한 둘이 아니네요.

정말 즐겁고 유쾌한 연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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