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줄에서 본 덕분에 배우들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던 공연.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 때문에 허걱 놀랐긴 하지만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미묘한 떨림까지도 볼 수 있었으니. 

특히 스타벅 항해사와 에이헙 선장의 대치 부분에서 말이다.


신지호-KON 과 신지호-지현준의 이스마일-퀴퀘그 스타일은 참 다르다는 것도 다시 한번.

KON과 지현준은 일단 덩치나 생김새부터 참 다르긴 하지만 두 사람의 전공 분야가 다르다는게 이 뮤지컬의 다른 캐스팅을 보는 맛을 더욱 더 주는 듯하다. KON은 일단 연주자니, 바이올린 소리부터 다르고, 바이올린을 통해 캐릭터의 감정, 성격을 보여주지만,

지현준은 배우다 보니 바이올린보다 연기에 더욱 무게를 준다. 몸 동작이나 표정 등을 본다면 지현준의 퀴퀘그는 더할나위 없이 식인부족 출신의 전사를 보여주니까. 


피쿼드 호의 탄 선장과 선원들. 그들은 고래를 잡으러 배에 올라탔지만, 목적은 다들 다르다.

스텁은 돈을 벌어 음식점을 차리고 싶고, 플라스크는 주점을 차려 그 좋아하는 여자, 술을 맘껏 누리고 싶어한다.

스타벅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배를 탄 거고,

이스마엘은 모험을 하고 싶다는 철부지 어린 마음에. 

퀴퀘그는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은 소망에 배를 탔다.

그리고... 이 배의 선장 에이헙은 모비딕에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에 배에 탔다.


고래를 잡는다는 건 하나의 수단일 뿐 최종 목적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 선원들은 고래를 잡았을 때는 노래를 부르며 술통을 비우며 흥겨워하며 한 마음인 것 같지만 

실은 다들 자기 인생을,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캐릭터들의 반응이 다들 다른데다가, 스텁 항해사의 적극적인 맞장구든, 입을 삐죽대든,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는거든, 그런 조금만 부분이 왜 이리 깨알같은 재미를 주는지.

이 장면을 보다 보면 저 장면을 놓치고, 저 장면을 보다 보면 이 장면을 놓치고 ..ㅜ.ㅜ 


가까이서 보았기에 더욱 더 배우의 연기가 보였던 장면은 에이헙 선장에 대한 스타벅 항해사와 퀴퀘그의 경계.

다들 생각없이 웃고 떠들고 있는 와중에 그 둘은 선장의 생각에 대해 동감하지 않았다.

특히 선장이 바다를 정복해야 하는 대상, 무찔러야 하는 대상을 보고 연설을 하는 부분에서 더욱 더 경계를 하는게 눈에 보였다.

고래 한 마리를 잡고 그에 대해 감사, 소중함에 대해 배 위에서 의식을 치루는 퀴퀘그에게 선장의 생각은 완전히 반대였으니.


그래서 지난 번 차여울의 네레이드에 더욱 공감이 갔던 지도 모르겠다.

그 네레이드는 자신에게 존중을 보여주는 퀴퀘그를 따뜻하게 감싸안았지만 반면 퀴퀘그를 죽게 만들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으며 모비딕에 대한 복수, 바다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선장에겐 분노를 보여주는 부분이 명확했으니.


이스마일이 고래잡이 배의 추억을 회상하는 처음 부분과 끝 부분.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있다가 서서히 환한 조명 속으로 들어오는 그 부분은 언제나 마음을 당긴다.

이스마일의 처음 기억 부분은 그야말로 추억, 약간은 어두침침했던 서글픈 추억의 느낌을 주지만,

마지막 마무리할 때 환한 조명 속으로 들어오는 그 부분을 볼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추억 속에서, 기억 속에서, 내 마음 속에서 그들은 살아 있다라는 흔한 회상 말이지만 그 부분이 그런게 아닐까 하고.

이스마일의 추억 속에서 고래잡이 배, 피쿼드 호의 선원들은 함께 살아있다는 그런 느낌? 


하여튼 계속 생각해도 좋다.ㅜ.ㅜ


퀴퀘그의 고래를 잡고 난 밤에 의식을 치루면서 노래를 부르는 그 감정이나,

에이헙 선장의 광기에서 망루에 올라가서 첼로를 흔드는 부분.

고래를 낚아 올리면서, 돌풍 속에서 배의 중심을 잡아가면서 첼로, 콘트라베이스 ,바이올린 연주의 활의 움직이는 동작이라든지,

에이헙과 스타벅의 대치에서 노래를 부른느 장면이라든지.

생각할수록 머리 속에서 맴도네.정말.


흐음... 내일 갈까.말까..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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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모비딕의 달~~


야야야~~~


완전 빠져버렸다.

왜 이렇게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른 건지.


배우들의 연기나 호흡은 지난 번보다 더욱 나아졌다.

새로운 동작들이 더 눈에 보인다.


그리고 장면의 의미도 더욱 다가오고.


특히 이스마일이 처음에 램프를 들고 등장에 이어진 그림자 속의 피쿼드 호의 선장과 선원들의 모습.

그리고 마지막 이스마일이 혼자 살아남은 생존자로서 이야기하는 독백에 이어지는 선장과 선원들의 모습이 겹쳐진다는 것을 새로이 느꼈다.


처음 시작하는 장면이 마치 이스마일이 지금 여행을 시작하는 것처럼 여겨질 지 몰라도, 

결국 이 이야기는 이스마일의 한 젊은 날의 한 페이지인 것.


그런 묘한 맛이 더더욱 다가오는데.. 으아아.

정말 볼수록 좋아 죽겠다.


이스마일(신지호) 과 퀴퀘그(지현준)의 호흡도 좋았고, 스텁 항해사의 모습은 더욱 더 신난 것 같았다.

확 눈에 띄는 클라리넷, 트럼펫, 섹소폰의 플라스크처럼 튀진 않지만 콘트라베이스 답게 은근히 뒤에서 방방뛰는 플라스크를 잡고 무게감을 주면서도 은근 웃기는게 좋았다고 할까.


그리고 차여울의 네레이드. 지난 번엔 첫 공연이어서 그런지 많이 떨렸었나 보다. 

오늘 본 차여울의 네레이드는 어느 정도 공연을 해서 그런지 많이 안정된 상태. 

높은 음에선 숨이 차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목소리의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더군다나 퀴퀘그가 죽어가는 장면에서 퀴퀘그를 위로할 때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에이헙 선장을 바라볼 때의 분노가 느껴졌던 목소리가 더욱 좋았다.  


아, 정말이지 공연을 또 생각하지 보고 싶어 또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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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현 배우. 오디션 때 무척 많이 봤는데, 난 역시 눈썰미가 없어. 못 알아봤다.ㅜ.ㅜ 기타를 잘 치시는데 생각보다 기타파트가 적어 아쉬웠다.

흔들리지 않고 잘 나왔다.ㅜ.ㅜ 찍고 나서 나중에 보니 신지호 배우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운 걸!













다음에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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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의 에이헙 선장. 저 첼로 활은 모비딕을 노리던 선장의 작살. 폼 죽인다~ 라는 생각^^


전체 배우들의 모습과 무대. 배 갑판과 분위기를 정말 잘 보여주는 무대이다.


잔을 들어올려라~ 술통을 비워라~ 고래를 잡고 기뻐하던 선원들의 모습. 앵콜곡. 

선장을 가운데 두고 빙빙 돌며 잔을 부딪히며 술을 마시는, 기분좋은 술 한바탕^^


이 순간엔 에이헙 선장과 스타벅 항해사의 갈등은 없다! 

이 모습만 보면 왜 이리 웃음이 나오는 걸까. 원래 연주자다 보니 뻣뻣한 신지호 배우의 모습.

잘 추지 못하는 춤이지만 열심히 추는 모습이 기억난다. 더불어 시뻘개진 얼굴과, 다른 배우들의 대견스럽다는 웃는 표정 역시^^

이 모습들을 볼 때마다 참 역동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첼로는 고래. 모든 선원들의 환호. 말로 표현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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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본 모비딕 공연.

이번엔 신지호와 KON 배우의 협연을 보게 되었다. 그 뿐 아니라 작년에 했던 원래 캐스팅이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람도 많았고, 배우들간의 호흡도 더 좋았었던 듯 했다.

중심인물인 신지호와 KON 배우의 연주는 참.....

사실 지난 번의 모비딕 공연을 보고나서 굉장히 반했었다. 지현준 배우의 퀴퀘그는 그야말로 식인종, 원시 부족 전사의 특징을 아주 잘 나타냈다고 생각했고, 신지호 배우와 덩치 차이는 그런 느낌을 더욱 더 잘 강조해서 대체 KON 배우는 어떨까 궁금했기도 했다. 퀴퀘그의 특징을 잘 나타낼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 

그런데 오~~ KON 배우는 바이올리니스트이기에, 이건 모든게 연주. 즉, 지현준 배우가 몸짓, 대사로 퀴퀘그의 성격 등을 보여준 반면 KON 배우는 바이올린 연주로 사실 퀴퀘그의 성격보다는 감정의 흐름을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에게 대사의 애드립이나 연기는 KON 배우는 자신의 바이올린 연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스마일과의 만남,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 작살을 던지는 것, 죽음 등등.... 시종일관 섬세하게 울리는 바이올린 소리. 배 안의 긴장되고 불안한 분위기를 바이올린의 가느다랗고 끊어질듯 말듯한 연주로 전해주는데 이건 정말...

게다가 신지호 배우와의 협연은 두말할 것이 없다. 피아노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바이올린 소리. 빠르기, 강함, 그런게 참... 지현준 배우는 아무래도 배우다 보니 좀더 몸짓 동작이 많이 들어간 것에 비해 KON 배우는 연주로 모든 것을 보여주더군.

더군다나 이 모비딕은 무대 뿐 아니라 조명 자체도 뭔가 신비로운 느낌을 참 많이 준다.

특히 신지호 배우와 KON배우의 협연을 할 때 비스듬히 비쳐주는 조명은 더욱 그런 느낌을 강조하는 것 같고 말이다.

지현준 배우와 또 다른 맛.

이런 상황이다 보니 덩달아 윤한 배우와 KON배우의 연기도 보고 싶어졌다. 또 그걸 보면 다른 커플로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완전 반해버렸다. 정말.

다음엔 2층에서도 한 번. 무대를 일단 한 눈에 볼 수 있고, 음향이 좋더라. 연강홀은 뒤쪽으로 갈수록 음향이 좋은 이상한 형태...

다만 난간의 안전창이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좀 그렇지만 가격이 싸니 그에 대한 보상이 될 것 같고.ㅎㅎ

O.S.T는 생각보다 늦게 나오지만 이건 필히 살 생각. 너무나 좋아.ㅜ.ㅜ 

말로 정말 표현을 못 하겠다. 

일단 보는 것이 최고인 무대!


덧붙임 : 네레이드도 작년에 하셨던 분. 그래서 경험이 있으신지 더욱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일단 목소리가 참 깨끗하고 파워풀해서 좋았다. ㅎㅎ 자리가 조금 문제였지만 그래도 참 좋았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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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관람







잘 만든 공연은 몇 번을 다시 봐도 좋은가 보다. 사실 이미 다른 캐스팅으로 몇 번 본 공연.

배경이 배경인지라 늦가을, 겨울에 봤던 그 공연은 더욱 더 분위기가 좋았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지금도 공연을 많이 본다고 하긴 그렇지만 그 땐 정말 공연을 처음 보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당연히 알고 있는 배우들도 별로 없거니와, 아는 작품도 별로 없던 시절. 지금도 많이 알진 못하지만 그 땐 정말 몰랐기에 지인들 따라 그저 보러가는게 좋았다. 지금도 그건 비슷한 것 같지만.^^

어쨌거나 그렇게 보러갔던 공연이고 당시 닥터 리는 성두섭 배우였던 걸로 기억한다. 키 크고 멀쑥한 배우. 그 이후로 성두섭 배우의 공연을 몇번 봤고, 그 때마다 참 즐겁게 봤었다.

다시 공연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하자면 역시 이번에도 지인을 따라 졸랑졸랑 간 공연.

근데 참 많이 아는 배우들이 보였다. 지난 번 빨래에서 공연하시던 분들. 알아봤다!라는 반가움^^ 그럼에도 이 놈의 눈썰미 때문에 한참을 생각했지만. 근데 난 왜 베드로 신부의 최호중 배우를 솔롱고 친구로 기억하지 못하고 서점직원으로 기억하는 걸까. ㅡ.ㅡ 뭔가 기억력의 초점이 벗어나 있어.

사실 이번에 본 공연의 배우들도 잘 했지만 예전에 봤던 그 공연의 임팩트가 정말 강했던지 그 때의 공연이 기억이 남는다. 지인들과 함께 오면서 아무래도 처음 본 공연이 제일 인상적이었기에 그런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래도 예전의 그 최병호를 맡았던 그 배우는 정말이지 너무나 좋아서.... 아쉽게도 난 지금 이름이 잘 기억이 안 난다. 워낙에 초기에 봐서 배우의 이름을 잘 못 외운 것 같고. 그리고 이후 다른 공연에선 거의 보질 못한 것 같고. .... 하지만 그 분의 최병호는 너무나 강렬했다. 하루아침에 반신불수가 되어서 세상에 불만이 가득하고. 그럼에도 딸을 잊지 못했고, 버려둔 것에 대해 "미안하다 미안하다"하며 사과하던 그 연기가 참...

이번 공연에서 배우들이 못 했다는 건 아니다. 판타스틱에서도, 빨래에서도 김지훈 배우의 연기는 참 맛깔스러웠고, 다른 배우들의 연기 또 다른 베드로 신부, 숫자, 길례를 만들어내는 맛이 있어 좋았고. 다만 처음 봤던 공연 자체가 인상적이라 계속 그 생각들이 났기에. 

그럼에도 역시 마지막의 민희 이야기에선 눈물이. 오!당신은 이 민희 이야기가 참 중심이다. 

그 전까진 막 웃겨대다가 민희에서 눈물이 흘릴 수 밖에 없으니.

장기 공연을 하는 극은 참, 뭔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게 있는 것 같다. 정말 이유가 있어 뜬 거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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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3일 관람

Cast: 신지호(이스마엘). 퀴퀘그(지현준) 에이헙(황건) 스타벅(이승현) 플라스크(유승철) 스텁(황정규) 네레이드(차여울)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면서 연기도 하는 공연.
따라서 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배우들이라기보다 연주자가 연기도(!) 하는 공연이라고 보는게 더 맞을 것 같다.

처음에 배우들이 연주를 한다기에 좀 그저 조금 특이하고 색다른 공연일 거라 생각했었다.
뭐랄까, 예전에 봤던 오디션같은 그런 뮤지컬 느낌이라고 생각하고 공연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내 생각은 완전히 깨지고.. 역시 나의 상상력은 참...

참 묘한 느낌이었다.
배우들이 무대 위에 서서 연주하면서, 어떤 때는 그저 배경음악을 연주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
배우와 악기가 함께 무대의 배경으로 보여줄 때도 있었다.
악기의 연주로 극의 흐름과 캐릭터의 감정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할 뿐더러, 때론 악기 자체가 소품의 역할을 할 때가 있었다.
예를 들어 트럼펫이 마치 망원경인 것처럼.
또한 단순히 악기를 정형적으로 연주하는게 아니라 때론 손가락으로 튕기고, 발로 차기도 하며, 악기 연주 자세를 바꿈으로써
좀 더 극의 느낌과 캐릭터를 보여주기도 했다.
악기의 종류 자체도 임의적으로 선택된 게 아니라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을 선택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서기 좋아하는 플라스크 3등 항해사는 자신의 뽐내는 성격을 트럼펫이 앞으로 나와서 강하게 뿜어나오면서 보여주기도 했고,
에이헙 선장의 첼로는 자주 들리면서 첼로의 뾰족한 받침 부분을 드러내는 장면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게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뭔가 불편하고 예민한 그런 분위기를 보여주려 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배우들이 참 나름대로 강렬하고 인상이 강했지만, 그 중 주인공 이스마엘과 식인종 친구인 퀴퀘그에게 참 많이 시선이 갔다.
두 사람의 만나는 장면, 친구가 되는 장면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협주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면서 표현을 하는데 참 유쾌한 장면이었다. 특히 오늘 이스마엘 역의 신지호씨와 퀴퀘그 역의 지현준씨는 덩치나 인상적인 면에서나 대조를 이루면서 너무나 잘 어울렸다.
서로의 이질적인 배경만큼 이질적인 인상, 그리고 맞추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정말이지...ㅎㅎ 지호씨는 너무나 귀여웠고 현준씨는 정말 야생(?) 원주민 같았다. 연기자체는 뛰어난 편은 아닌 것 같지만 악기를 잡는 순간 뭔가 달라진다. 특히 피아노의 신지호씨는...
그저 빠질 수밖에 없더라. 

아, 그리고 또 생각난 건데, 무대의 구성 역시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배의 갑판위를 나타낸 무대인데 평면이 아니라 약간 기울어진 꼴. 그 위에서 굴러내려보고, 올라가고 그러는데 굉장히 역동적인 이미지였다. 사실 무대가 움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울어짐 "때문에 배우들의 이동이나 동선이 좀 더 다양해 보이고, 배 위에서 벌어지는 장면같다는 느낌을 더 주고 있으니. 평면, 판판한 무대와는 다른 색다른 느낌.

1부와 2부는 굉장히 분위기가 달랐다. 1부는 일단 유쾌 발랄, 꿈을 찾아간다고 할까? 2부는 반면 결국 현실에 부딪힌 것. 2부를 보는 내내 에이헙 선장보다는 스타벅에게 더 공감을... 선장이 굉장히 독선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결국 자신의 꿈, 그 복수에 다른 애꿎은 선원들을 다 끌고 간게 아닌가. 선장은 복수라는, 또는 바다에 대한 도전이라는 꿈을 쫓았지만 다른 선원들은 그게 자신의 꿈이 아니었으니. 그저 돈을 벌고 자신의 가족을, 또는 가게를, 새로운 경험을 하는게 목적이었지, 괴물을 쫓아가는게 그들의 꿈이 아니었으니까.
솔직히 2부는 조금 더 빠르게 흘러가기에 내용을 이해하기 약간 힘들었다. 더군다나 원작을 안 읽었던 상황에서.ㅜ.ㅜ 
그래. 난 그런 책들이 싫었다. 특히나 청소년 추천 책 시리즈는...ㅜ.ㅜ 내 취향이 아니었어... 근데 뮤지컬을 보고나니 한 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ㅡ.ㅡ 

전체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뮤지컬. 무대도 좋고, 음악도 좋고, 구성도 좋고.^^
창작 뮤지컬이라는데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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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관람
 

셜록홈즈

제인왓슨

에릭앤더슨

루시존스

포비앤더슨

레스트레이드

벨라

송용진

신영숙

조강현

정명은

조남희

이정한

우서경

 


전체적으로 말하면 꽤 유쾌한 극이었다.
특히 1부는. 반면 2부는 이상하게도 해결책이건만 긴장감이 탁 풀어져버렸다.
사실 사건 자체가 뻔하긴 했지만 그래도 해답편이니 어느 정도 감정이 고조되었다가 풀어졌으면 했는데
그런 점이 좀 아쉬웠다.
하지만 그래도 즐겁게 보고 온 공연.

제인 왓슨.
처음에 왓슨을 여자로 했단 소리에 엥? 이란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괜히 각색한다고 해서 여자로 바꾼 작품들 치고 그닥 좋은 작품을 별로 보지 못해서.
왜냐하면 희한하게 LOVE모드로 가는게 많으니까.
근데 일단 이 극은 그렇지 않단 소리를 들었고, 그런 면에선 안심, 왜 여자로 바꿨을까 하는 궁금증이 더 앞섰다.
동업자이니 남자로 해도 별로 다를바 없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근데 보고나서...
왜 여자로 했는지 알겠는 걸.
홈즈가 사건을 풀면 그 뒤에서 매니저의 역할, 금전관계를 다루는게 이 제인 왓슨.
홈즈를 다루는 방식이나 쪼아대는 방식이 여자라서 더 악착(?)스러운 면도 있고,
코믹적인 면도 있어 그렇게 바꾸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남자와 여자의 분위기랄까. 그것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
1부에선 홈즈와 제인 왓슨의 주고받는 모습이 코믹적이고 죽도 참 잘 맞고해서
이거 괜찮은데? 하며 봤다. 
  

송용진 배우의 셜록 홈즈는 싱크로율이 굉장히 좋았다.
몇 번 송용진 배우의 공연을 봤는데 사실 그닥 좋아하지 않은 배우라서 기대감이 덜한 편이었다.
근데 이 분의 셜록 홈즈의 연기는 참 좋았다.
중간중간 사건에 미쳐 어쩔 줄 모르는 셜록 홈즈는 아주 잘 어울렸다. 
때론 정말이지 사이코스럽고, 오만함이 지나치다 못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는..
낄낄대며 웃고 보다가 노래가 시작된 순간....
아, 내가 이래서 이 분을 좋아하지 않았지.
노래를 못 부른다라고 하기보다 창법 자체가 좀 듣기 힘들었다.
일단 가사 자체가 전달도 안되고..ㅜ.ㅜ 
그래서 그런지 1부는 참 좋았는데 2부부터....
멜로디 자체도 귀에 쏙쏙 박히는 것도 아닌데 창법 자체도 일단 나에겐 안 맞고 말이지...

그리고 의외의 발견.
조강현 배우.
목소리가 완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야..
특히 말하는 톤이 참 내가 좋아하는 타입.
약간 소년틱한 미성 느낌도 나고 말이지. 
목소리를 들은 순간, 와 내 타입이다. 그 생각이 절로 떠올라버렸다.
게다가 이 극의 중심배우이기도 했고.
1인 2역의 연기에,곡도 괜찮았고.

다 보고나서 극 자체가 좀 더 설득력있는 구조였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루시라는 캐릭터는 정말 이해가 안 되었고, 왜 에릭을 사랑했는지도 모르겠고...
뮤지컬이다보니 내용 전달 면에서 한계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것.
루시는 정말 민폐 캐릭터. 저런 캐릭터가 나오면 일단 짜증. ㅡ.ㅡ
그리고 하나 조금 의문스러운 건 홈즈의 등장 장면이나 퇴장 장면에서 나온 음악이 묘하게 셜록과 비슷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착각인지도 모르겠지만 순간 오프닝 송의 느낌과 너무 비슷해서...

그래도 전체적으로 꽤 즐겁게 극을 봤다. 
약간 추리구조가 약했지만 셜록홈즈와 왓슨의 관계나 캐릭터의 연기가 무엇보다 좋아서.
만약 다음 시리즈가 또 나온다면 한 번 보러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면을 보니 잭 더 리퍼가 나올 것 같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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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관람


인터파크에서 굿모닝 티켓으로 예약한 뮤지컬.
친구가 먼저 보고나서 정말 좋았다고, 엄청 울어댔다고 하는데 약간 반신반의한 마음이 들었다.
내용이야 대충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고, 예전 영화의 기억도 나고.

그런데...

이렇게 엄청나게 펑펑 울어댈 줄 몰랐다.
아예 초반부터.

초반엔 무대의 느낌이 참 좋았다.
무대 위의 한지로 바른 막 장치도 좋았고,  거기에 어슴푸레하게 비치는 그림자 연기도 좋았다.
무엇보다 성인인 송화와 동호의 배치와 어렸을 적의 추억을 보여주는 아역의 구도도 좋았고.
특히 아역 송화의 목소리가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를 따라 둘이 길을 따라 갈 때 계절별로 바뀌는 그 화면도 참 좋더라.
나중에는 지나치게 많이 나와서 그닥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움직이는 길과 막 뒤의 화면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에 집착하는 세 사람.
하지만 세 사람에게 그 소리는 다른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서로가 다른 소리를 추구하고, 그렇기에 갈등이 일어났다.
결국 아비가 "한"을 딸에게 심어주기 위해 눈을 멀게까지.

참, 미워죽겠을 아버지인데 결국은 딸은 이해하더라.
그게 한으로 승화되었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저승으로 가는 그 장면.
그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이해가 그 장면에서 드러나는데. 아, 뭐라 말하기가 참 미묘하다.

마지막 엔딩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눈물이 난다.
심청가의 심봉사의 눈뜨는 그 장면이 이렇게 가슴이 애닳을 수 있을까.
분명 소리는 기쁜 소리다.
경사가 나는 장면을 표현하고, 그 목소리엔 기쁨이 가득한데. 이게 이 극에선 정말 아이러니지.
심봉사의 애닳을 그 마음. 딸을 보고 싶을 그 마음이,
송화에겐 동생 동호를 보고 싶어할 마음과 겹쳐진다.
심봉사는 결국 눈을 뜨고 딸을 보겠지만, 송화는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동생을 보지 못할테니, 그게 다시 마음이  아파온다.
반면 그토록 기다리던 동생을, 아는 척은 비록 하진 않지만
동생의 북소리에 맞춰 소리를 하니 송화의 기쁘면서도 애절한 것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고.
번쩍! 번쩍 ! 하며 익살맞은 송화의  목소리가 왜 그리도 더 슬픈지.


아마 이 극을 혼자 집 안에서 봤더라면 엉엉 소리내며 울면서 봤을 것 같다.
지금 그 극을 기억하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줄줄 흐른다.
 오늘 정말 힘들었던 건 다른 사람에게 방해될까봐 엉엉 소리가 나는 입을 틀어막는 것.

극도 잘 만든 것 같지만 무엇보다 오늘 정말 감탄하고 박수를 보내고 싶은 건 송화 역을 했던 이자람.
이 분의 소리였기에 더욱 공감이 가고 감정이 이입되었던 극이 아니었던가 싶다.
반면 동호를 연기했던, 어찌보면 대등한 주연이었던 김동현씨는 너무나 노래와 소리가 차이가 났고, 따라서 그 존재감이란게 거의 느껴지지 않았기에.

소리가 중요한 극이었기에 판소리를 하셨던 이자람씨 덕분에 더 극이 산 것 같다.
처음 대사 한 마디를 들었을 때 목소리 느낌이 안 그래도 소리를 하신 분 같았고,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참 대단하신 분이더라.

이자람씨의 서편제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너무나 울어서 진이 빠졌음에도 이상하게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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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3. 4 관람

 


결국 배우 때문에 재관람.

최재웅, 김태한, 구원영 배우 때문에 본 공연.
이 세분이 뮤지컬다운 느낌을 내 주신 분. 다른 분들은.. 흠...

최재웅 목소리야 죽여주고...
김태한은.. 으, 알타를 다시 한 번 찾아보고팠다.

지난 번 윤도현의 경우는 과거 상훈의 모습이 전혀 앳되지(?) 않았는데 조성모는 그런 느낌이 살아났다는 게 좋았다.
하지만 기대하고 있던 노래의 경우는... 영~~
평소 생각했던 조성모의 미성이 아니라 조금 당황스럽기까지.
개인적으로 좋고 싫음을 떠나 그래도 목소리는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서 목소리가 변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그것 치고는 목소리 자체에 감정이 안 들어갔고, 원숙함이나 노련미마저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래도 한 때는 잘나가던 발라드 가수였는데.
저음은 너무나 불안정 했고, 높은 음은 답답하기까지.

서인국은 오히려 괜찮았다. 가수답게 노래를 불렀고, 연기가 어설펐든, 어쨌든을 떠나 오만하고 자기 것을 다 가진듯한 그런 느낌은 이율보다 오히려 나았을 정도.이율은 지나치게 무덤덤했던 반면 서인국의 현우는 그 감정이나 오만함이 드러났다.

리사는 아.. 정말.
어제 세 바퀴에 나온 탓인지 미친 고음이란게 검색어 1위까지 했을 정도이지만 아, 이번에도 역시 이 분의 솔로가 시작하자마자 감정이 와장창 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태한의 탱고춤의 기나긴 손가락의 움직임은 다시금 그 세세한 느낌에 감탄케 했고.
최재웅의 감정 표현은 역시나.
그리고 조성모의 노래에서 변환되어 최재웅의 노래로 넘어갈 때는 그 안정감이 있어서 더욱 좋았고.

노래 자체는 윤도현이 훨씬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댄스의 안무들은 좋게 말하면 복고스럽고, 나쁘게 말하면 촌스런게 제발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게 다시금 느껴졌다.
아니, 두 번째 보니 더더욱 느껴졌다. ㅜ.ㅜ

배우만 보고 즐기기에도 구멍이 너무나 많이 느껴져  아쉬웠던 공연.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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