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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의 "조신의 꿈"을 바탕으로 "꿈"을 써 내려가는 이광수,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의 조신과 점점 더 동일시하게 된다.
한때는 2.8 독립선언서를 썼던 인물이었으나 훗날 친일파로 돌아서게 된 이광수.
그리고 해방이 되면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며 낙산사로 숨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에 대해 혼란스럽게 되고, 고뇌하게 되고, 그것이 조신의 욕망과 함께 어우러져 그려지고 있다.
춘원 이광수. 솔직히 이 사람의 글은 읽은 적이 없다. 사실 한국소설에 잘 손이 안가는 것도 그이유가 있지만,(한국소설은 왜 이리 불쌍한 사람이 많은지..ㅜ.ㅜ) 일단 매국노, 친일파라는 것역시 이 사람의 소설을 읽게 하고픈 마음을 들지 않게 했다. 솔직히 이름 자체도 많이 꺼림칙하다.
사실 이 연극도 먼저 예매를 하고 나중에 시놉시스를 조금 보게 된 거기도 했지만, 아마 혼자였다면 그닥 손이 가지도 않았을 터.
이광수란 인물과 별개로 연극은 참 훌륭했다. 몇 개의 이야기가 겹쳐져가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고,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고, 무대 활용도 정말 멋졌다.
사실 연극을 이제서야 좀 보게 되었던 터라 많은 경험은 없다. 그렇기에 들어가자마자 보게 되었던 무대 구성에 정말 놀랐다.
관객석보다도 더 넓은 무대. 보통 배경이 움직이는데 비해, 이미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무대 설치. 조그만 무대공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장소에 따른 무대전환이 동시에 가능했다. 연극이 펼쳐지면서 그 무대들은 시대에 따라 등장하는 인물에 따라 낙산사, 숲, 절간, 집필공간 등등 여러 다양한 장소로 변환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무대에 등장하지만 다른 장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그 느낌 역시 좋았다. 이광수가 조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런 장면이랄지.
이광수가 친일파였고, 태평양전쟁에 우리나라 청년들을 참가하라고 독려했단 사실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 어쩌면 친일파라는 사실이 더더욱 알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게 했고. 이 연극을 보면서 사실 따라가게 되는 것은 이광수의 생각 과정이다. 연극 초반에 보면 정말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글 좀 쓰는. 그리고 어찌 보면 소심해보이기도 하고, 부인을 사랑하는 낭만도 아는 것 같고. 그저 보통남자? 해방이 되고 친일파라는 손가락질에 떳떳하지 못한 삶을 숨기고 싶어하는 그런 모습도 보였고. 부인은 연신 이야기한다. 살기위해서 어쩔 수 없었던 것을 어떡하누.. 라며.
처음엔 그런가? 싶었다.
조신의 꿈은 그저 꿈으로 끝나지 않았다. 관음보살 옆의 동자승처럼. 모든 게 꿈이었길 바랐으나 그렇지 않았다.
조신과 동화된 이광수 역시 꿈으로 깨어나고 싶었을지 모르겠다. 꿈으로 치부하고 새로이 살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친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광수의 앞에 칼을 들고 나타난 것은 자신의 잃어버린 양심.
그는 "언제 조국이 있었는가" 라고 외친다.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라고 한다. 자기 합리화.
그의 태평양전쟁의 참가 격려의 글, 말은 그저 "살기 위한 수준"에 그친 게 아니었다.
젊은 날의 양심이 외치는 이광수의 말들은 끔찍했다.
그건 "그저 살기 위한" 친일이 아니었다.
일본피가 나올 수 있도록 희생하라는 그런 이야기는 완전 적극적이다 못해 구역질이 날 정도의 이야기.
본래 조신의 꿈 이야기는 "욕망은 허무하다."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광수의 "조신의 꿈" 이야기는, 그리고 이광수 본인의 이야기는 "잘못된 욕망"에 대해 말하는게 아닌가 싶다.
단순히 허무한 욕망, 가져서 뭘하나? 그런 것보다는....
많은 생각을 하며 봤다. 그리고 뭔가 꺼림칙한 소재임에도 즐겁게.
원효와 의상의 장면은 익살스럽고 재미있지만 사실 극 전체의 주제를 다루는 것 같고.
적절한 때에 등장, 긴장도 풀어주고, 활력도 주고.
근데 참, 원효는 그야말로 자기 욕망대로 산 인물 아닌가?ㅡ.ㅡ
요석공주와도 썸씽.
불교 대중화도 시켰고.
그래도 성공했네?^^;;
이해력이 딸려 전체적인 의미는 한 마디로 정리하지 못하겟다.
하지만 조신의 이야기와 이광수, 욕망에 대한 원효와 의상의 이야기.
적절하게 이야기가 감겼다 풀렸다 하면서 긴장감도 좋고, 여러 생각도 들게 만든 연극.
무대도 좋고, 연기도 좋고, 여러 생각도 하며, 꺼림칙하면서도 즐겁게 봤던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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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리 충격적이지도 않다.
뉴스에서 말하는 왕따의 수준을 생각해 보면 연극의 소재 정도는 그리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다.
다만 이 연극이 조금 다른 건 비난의 대상이 학교가 아니라 학부모에게로 향해서이다. 연극에 나온 부모들은 놀랄만치 우리의 현실의 학부모를 그대로 닮았다.
아니 현실보다 약할수도.ㅡ.ㅡ^
어쩜 그리 종류별로 다 모아놨을까!
학교 운영위 회장이기에 권력이 있는 학부모.
조부모이기에 아직 옛날 사고방식을 가진 학부모.
합리화시키며 의견을 주도적으로 몰아가는 학부모.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학부모.
왕따에서 가해자로 변한 아이의 학부모 등등
이 부모들이 모인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우리 아이는 그럴리 없어요."
부모가 제일 자신의 아이를 잘 안다고 하지만 의외로 자신의 아이를 잘 모르는 부모들이 많다. 더군다나 아이들은 자신의 불리한 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렸을 땐 거짓말을 의도하지 않았지만 혼날 것을 생각해서 자신도 모르게 빼 놓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아이와 이야기할 때 믿어주라고 하지만 무조건 믿지는 못한다. ㅡ.ㅡ
예를 들어볼까?
아이가 집에 와서 학교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00가 내게 빗자루를 집어던졌어요." 말한다. 그러자 엄마는 화가 나서 교사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전화한다. 그리고 교사는 일단 엄마를 진정시키고 상황 파악을 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왜? 흔히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일은 드물기에. 다음 날 두 아이 다 불러놓고 이야기해보니 이 아이가 먼저 계단청소를 하는 아이를 놀리고 약올리고 욕을 했다는 것. 그러자 다른 아이가 화가 나서 하지 말라는 의미로 빗자루를 던졌다는 것.
이 이야기에서도 초반에 교장이나 교사들이 굉장히 미적지근하게 대한다. 그리고 계속 상황 파악을 해 보겠다고 한다. 일단 성난 학부모들을 가라앉히려고 하고, 일의 진행을 봐서 해결방법을 모색하는게 그닥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교사의 태도는 연령별로, 학교의 위치별로 굉장히 다르게 나타난다.
교장의 우유부단한 태도는 학교를 책임지는 자의 입장에서 그저 무사히! 학년주임의 무덤덤한 태도속에서는 지나온 세월 속에서 죽은 아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반, 그냥 무사히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 반이 느껴지고, 이제 갓 신규발령을 받은 교사는 정말 아이들에 대한 실망감과 미움을 아주 솔직하게 표현한다. 학부모인 부부교사의 왕따지도 사례의 예를 들어본 것까지 생각해보면.
이 연극에선 아이들이 직접 등장하지 않고 학부모들의 대화로 이야기가 진행되어간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의 대화로 아이들의 알력 관계가 더더욱 눈에 보인다. 그래서 저렇게 아이들이 된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아이는 누구를 닮겠는가. 자기 부모지.
편모가정이라며 잘 살지 못하는 가정을 대하는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간거지.
그 정보도 어디서 들었겠어. 엄마에게서 들었을테고.
아빠에게서 받은 폭력이 다른 약한 아이에게 풀었을테고.
자신이 교사이면서 엄마인 사람은 학교에서 시달리고 남편에게 시달리니 자기가 남편에게 한 말 그대로 귀찮아서 모른척한 걸테고.
왕따였던 한 아이는 이번엔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을테고.
자기도 왕따 당하기 싫어서 자기엄마처럼 한 아이는 아첨해대었을테고.
그리고 모르는 척 하라는 말에, 사진이나 문자 등을 지우라는 건 누구에게서 들었는가. 자기 부모에게서이다.
결국 아이들은 집단 따돌림 행동으로 질책도 받지 않았다.
잘못을 했는데도, 직접 눈 앞에 밀어넣었어도 자신의 아이는 그럴리 없다며 발뺌하는 부모덕분에 이 일은 유야무야 넘어갈 것이다.
끝에 한 부모의 말이 더 그렇다. 살아가기 위해서 결국은 부정할 수 밖에 없다는 그건 자기합리화이고 어쩌면 자기 위안이다. 죽은 아이는 죽었으니 아비 말대로 없는 셈 치는건가.
끝에 두 부부를제외하곤 아이들을 단도리할 것을 다짐하고 간다. 하는 말들이 걸작이다. 자기 아이는 자기에게 솔직히 이야기한다라고.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그 아이들이 바뀔 거라고 믿지 않는다. 이번에 다현이란 아버지가 해고되고 그 어미는 식당 일을 구한다던 그 아이가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엄마의 시선은 그대로니까.
엄마의 행동이 어디 용서의 모습을 보여준 행동이었나.
모범을 보여야 할 부모의 모습. 잘못을 했지만 그걸 숨길 방법을 가르쳐 준 부모. 자신의 아이를 감싸줄 것만 생각하는 그 부모들이 결국 괴물을 만들어내었다.
문제는 그 괴물들이 청소년기에만 머무르는 게 아닐거다.
그저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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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보지 못한 캐스팅들.
사실 홍우진 배우를 맞춰 볼 생각이었는데 친구와 시간이 거의 맞질 않아서 결국 한 번도 보지 못한 캐스팅들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일단 극 자체가 좋고 연기도 다들 좋으셔서 그닥 후회는 안 되는 공연.
지난 번과 제일 달라진 점은 다들 좀 더 유들유들해졌다는 점.
대사가 몇 개 바뀐 것 같기도 하고.
감정 선이 확실하게 더 드러났다고 할까.
-정문성 배우의 김명준은 굉장히 차분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호영 배우의 김명준은 감정이 굉장히 솔직하게 드러나는 편.
울부짖음도, 냉소적인 모습도, 남을 깔보는 것도 표정에 드러났다. 그래서 김명준이란 사람의 감정선을 쉽게 따라갈 수 있었다.
그만큼 그가 억울하다는 감정이나 궁지에 몰린 끝에 행동하는 모습까지.
- 이 원 배우의 박수환의 넉살은 더욱 더 좋다. 말도 참 많고, 자기 멋에 빠진 행동이 영락없는 고등학생. 안종태의 반성문을 읽는 장면에서 이 원 배우의 표정은 참... 눈동자 하나 깜박이지 않고 정면을 응시한다. 김명준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 그는 최소한 거짓된 행동은 하지 않았다. 김명준과는 달리. 눈치 백단이라 하지만 실제 제일 눈치가 없는 것은 박수환일지도. 몇 번이나 솔직한 자신의 느낌을 말을 하지 않았는가. 그걸 막았던 것은 김명준이고. 김명준이 무릎꿇을 때 소리내어 울었던 것은 박수환.
-김보강 배우의 안종태는.. 음. 사실 지난 번 김대종 배우의 안종태가 지나치게 인상에 깊게 남아서. 특히 반성문을 읽을 때의 그 느낌만큼은...
- 박시현 배우의 서민영도 좋았다. 상대방에 대한 비웃음. 눌러찍는 모습은 말이지. 다만 역시 홍우진 배우의 그 선한 얼굴의 비열함의 그 느낌만큼은...
- 이번 모범생들은 정말 고등학생인 듯한 느낌이 확 났다. 사람 조종해대며 잘난척 독일어를 중얼거리는 김명준마저 울부짖으며 날뛰는 그 모습이 아직 "교문 밖 세상"을 모르는 순진한 고등학생의 유치한 "나 잘났다"의 느낌이 확 들었다. 그러나 그만큼 뭔가 정리되지 않은 듯한 느낌의 공연. 좋았긴 좋았지만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엉뚱한 타이밍에 웃어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그럴지도. 안종태의 대사 중에 웃기는 대사가 몇 있다. 무식한 티 내는 그런 대사들. 그러나 반장을 힘으로 누르려는 그런 장면에서마저 뭔가 타이밍 안 맞는 웃음이 나오다니. 단어 자체는 틀렸을지 몰라도 그 흐름상 웃음이 나오긴 좀 뭣하는 장면이었다. 근데 그런 부분이 몇군데 있어서 산만한 느낌이 들었을지 모르겠다.
-지난 번의 모범생들이 성인이 고등학생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 이번엔 정말 고등학생이 우왕좌왕 날뛰는 그런 느낌.
어느 쪽이 더 내 취향이라고 말하긴 좀 그렇다. 다들 나름 좋은 부분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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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play DB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보러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지난 번과 전혀 다른 느낌을 받다니.
그래서 이런 공연들은 계속 반복해서 볼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번 송용진 배우와 안세호 배우의 공연도 굉장히 즐겁게 봤지만,
역시 박시범 배우와 안세호 배우의 캐스팅을 추천하신 지인의 선택이 이해가 되었다.
덧붙여 그날 캐스팅이 바뀐 것을 알게된 지인의 실망감도...^^;;
공연의 시작부터 분위기는 좋았다.
처음에 아무래도 관객의 호응을 요구하는 부분인데 그날은 굉장히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가?^^
한 분은 장동건이라 불렀을 때 대답을 했는데 나중에 그 분의 이름이 나와서 다시 대답하는 해프닝도.^^
박시범 배우와 안세호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든 첫 느낌은 무게감이었다.
어느 한 쪽이 어려보이지도 않고, 철부지이도 않고, 둘 다 전혀 다른 느낌의 성인이란 무게감.
특히 칠수 역은 아무래도 이루어지지 않는 가수라는 꿈을 계속 꿈꾸고, 심지어는 기획사 사장의 딸을 꼬셔서
가수를 해 보려는 어찌 보면 아직도 철이 못 들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말이다.
박시범 배우의 칠수는 세상만사 풍파 다 겪어봤고,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음에도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그런 꿈을 포기 못하는 그런 느낌을 줬다.
안세호 배우의 만수는 열심히 일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잇속을 잘 모르는 어리숙한 사람지만 자기 할 말은 결국 다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에 대비되는 박시범 배우의 칠수는 세상 돌아가는 잇속을 잘 알고, 만수의 꿈을 번번히 깨뜨리는 현실적인 사람이지만
정작 자신은 이루어지지 않을 꿈을 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 칠수와 만수가 어느 한 쪽이 눌리지 않고 대등하게 끌어나가는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연극을 보면서 새로운 느낌이 들었던 또 하나는 대사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는 것.
그리고 대사가 다 들려.ㅜ.ㅜ 그 덕분에 완전히 다른 칠수를 보고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더 들었다.
특히 TV인터뷰를 하자면서 만수를 설득하던 칠수의 대사에 눈물이...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절망감, 그리고 그 앞에 떨어진 단 하나의 기회라며 그걸 붙잡고 싶어하던 그 심정.
그게 대사에 실려 절절히 전해져왔다.
아무것도 안 되고 결국 둘이 철탑 위에서 부르는 "사노라면"의 느낌이 두 사람의 울부짖음으로 들려왔다.
그럼에도 끝까지 농담을 하며 부리는 오기,
힘들어도 그렇게 오기를 부리며 나름 즐거움을 찾으며 사람들이 사는게 아닌가 싶기도.
"사노라면"의 노래도 그런게 아닌가 싶고.
처음 봤을 땐 궁지에 몰린 선택이었고, 그나마 그것마저 날씨 뉴스에 묻혀
정말 보잘것 없는 관심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었다는게 안타까웠다.
반면 이번엔 뛰어내린 것마저 그들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었다.
궁지에 몰린 선택이었지만 이 세상에 도전하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이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하나 알아주진 않지만.
하긴, 언제는 알아주려는 노력을 했나?
역시 보러오길 잘했다.
연극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
굉장히 민감하고 정치적인 대사가 많았던 것도 그렇지만, 그런데 그게 어디에 비유적으로, 간접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대 놓고 표현했다는 점에서 '헉' 했다.
4대강 이야기도 그렇고, 방송국 이름에다, 이명박, 임영박이란 이름까지ㅡ.ㅡ
그래서 그런걸까?
관객이 적었던 것은 그만큼 민감한 이야기라 보기 편한 이야기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에서 표현하는 쪽으로 정치적인 경향을 가지지 않는다면 상당히 껄끄러웠을 테니.
칠수와 만수라는 제목은 많이 들어봤다.
어설프게 영화제목으로 알고 있었고, 굉장히 오래된 작품이라는 정도만 알고 극을 보러 갔다.
애초 보게 된 것은 예전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라는 뮤지컬에서 최병호 역할을 했던 안세호 배우 때문이었다.
그 분의 연기에 완전히 몰입, 감동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연극을 보러갈 때 안세호 배우의 모습이나 연기를 생각할 때 최병호의 모습을 떠 올렸던게 사실.
근데.. 이거 왠걸,
완전히 정 반대. 순박한 청년 만수의 역할.
내 눈썰미로는 몰라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아주 깜짝.
어제 감히 지인에게 말은 못했지만 처음 등장할 때 송용진 배우와 안세호 배우를 구분하는데 얼굴을 본 게 아니라
분위기 보고 구분했다. 아, 이 놈의 눈썰미는 대체.ㅜ.ㅜ
세상에 어떻게 둘을 헷갈려해...ㅜ.ㅜ
어쨌거나 그 순박한 청년 만수를 보면서 그 '오당신'의 최병호는 떠올릴 수도 없다. 상상이 안 된다.
원래 안세호 배우와 박시범 배우의 연기를 생각하고 예매한 공연이었지만
송용진 배우의 연기 역시 나쁘지 않았다.
송용진 배우의 칠수의 느낌은
까불까불하고 허세 많은. 그런 껄렁껄렁한 칠수의 모습.
사실 가수 지망생의 느낌이라기보다 나 한 번 뜨고 싶다라는 느낌을 주는 그런 청년이었다.
참 주변에서 어쩐지 많이 보는 듯한 세상 모르는 철모르는 고등학생의 느낌.
안세호 배우의 순박한 모습은 참.... 뭐라 더 말할 게 없다.
그리고 페인트칠하는 모습이 참 리얼했다...^^;;;(이게 구분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그저 너무나 순박한 모습과 음치 표현에 웃음만 터트릴 뿐.
애써 노래를 망치하느라 정말 수고하심.
연극 이야기를 해 보자면 전체적으로 즐겁게 봤다.
계속해서 웃을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 그럼에도 사실 이야기 자체는 가볍지 않다.
보면서는 킬킬 웃어댔지만 보고 나서 드는 이 씁쓸한 느낌이란.
건물의 벽을 칠하는 페인트공 칠수와 만수.
가수지망생에 꿈이 가득찬, 그러면서 뭣도 없으면서 허세가 가득찬 칠수,
고향집을 먹여 살리며 성실하게 일하는 만수.
이 두 사람을 둘러싸고 일어난 이야기.
시간대로 따져보면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의 이야기가 되나?
자랑스럽게 계약 따 왔다며 무조건 기한 엄수, 할 수 있다를 외치는 사장.
옆에서 살살 아부를 떠는 비서.
근데 왜 이리 연설내용이나 옆에서 추켜세우는게 참 우리 주변의 흔한 보스 스타일.ㅡ.ㅡ
직원 사정 안 봐주며 무조건 기한 내에 일 하라고, 못하면 무능한 사람. 뭐 흔히 보질 않나.
그러면서 돈이라도 제대로 주면....
칠수와 만수의 대화를 들어보면 돈도 주지 않는 것 같고.
비정규직은 제대로 대우도 못 받지.
둘이서 페이트칠하다가 건물의 옥상, 철탑에 가서 신나게 놀다 빨간 페인트 통을 떨어뜨린게
이 두 사람의 불행의 시작이라 할까.
사실 이 두 사람은 정말 즐겁게 놀다가 잘못 통을 떨어뜨리고, 차를 부서뜨린 죄 밖에 없다.
근데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난데 없이 빨갱이 이야기나, 시위 선동.
심지어는 TV뉴스, 기자마저 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다.
허세 가득차고 뭔가 앞에 보여주길 원하던 칠수는 이 기회에 자신을 보여주려 하지만...쯥.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꼼짝달싹 못하다가 결국 둘은 손을 붙잡고 뛰어내리지만....
눈물이 나던 장면은 정작 둘이 뛰어내렸던 부분이 아니었다.
둘이 뛰어내렸는데 그 뒤로 나오던 뉴스.
보잘것 없이 살아왔고, 그나마 죽는 순간만큼은 그래도 멋있게 뛰어내리자였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날씨 뉴스에 묻혀 버렸다.
보잘 것 없는 삶이었고,
주변의 난리법석에 정말 짧은 순간이었지만 검색어 1위에 마치 영웅처럼 느껴졌는데
그 후엔 이들에겐 관심도 없었다. 이들의 죽음은 그저 묻혀졌다.
날씨가 더 중요했던 모양이었나 보다.ㅡ.ㅡ
저렇게 보잘것 없었던 인생. 순간 칠수에게 있어 자신이 유명해졌다 한 그 순간 마저 선택이 아니라 남의 손에 의했던 거고,
기회를 그나마 잡으려고 했던 순간도 기회가 아닌 거였고.
죽음마저 중요치 않았던...
오래된 작품이라는데 참 각색이 좋았던 것 같다.
현재의 모습, 정치를 넣어 표현한 것도 그렇고...
빨갱이 표현은 참. 옛날 작품에도 이런 비슷한 내용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참 변하지 않는다.
아직도 저 표현이 들어가고....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저렇게 표현될 수 있는 세력이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도 떠 올라 버렸고...쩝.
유쾌하게 웃으며 봤지만 그냥 유쾌하게 흘려 보낼 수 있던 이야기가 아니었던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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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공주 역 |
| 문혜원 |
서동 역 |
성두섭 |
||
해명왕자 역 |
고수 역 |
추정화 |
||||
남이 역 |
순이 역 |
밀당이란 뜻을 이해못했던 난 바보.ㅡ.ㅡ
서동과 선화공주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선화공주 연애비사"
보는 내내 뒤집어졌습니다. 깔깔대고 웃다가 말이지요.
선화공주와 서동을 연애의 초고수로 설정해 서로간의 밀고 당기는 그 과정이 아주 유쾌합니다.
시종일관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이렇게 나올 것이다 추측하며 견제하거나 헛발질하는 그 모습이 말입니다.
시대는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나 ~하오라는 말만 붙일 따름이지 카톡이나 클럽 죽순이나 그런 말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또 그런 부분이 아주 적절한 시기에 치고 들어오니 웃기엔 정말 좋은 작품이지요.
초반부는 캐릭터들의 자뻑 경연대회인줄 알았습니다.
선화공주나 서동의 자신의 미, 매력을 뽑내는 대사나 해명왕자의 자기 과시말들이 말입니다.
중반부엔 남이마저 자신의 우람한(?) 근육을 뽐내니, 캐릭터들이 모두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아주 태평스런 표정으로 낯간지런 대사들을 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안 날 수 없습니다.^^
배우들 대다수가 뮤지컬배우 출신이다 보니 틈틈히 나오는 음악이나 박자를 칠 부분에서 리듬감이나 동작이 정말 좋습니다.
누구 하나 뻣뻣한 사람이 없더군요. 덩치 우람한 해명왕자마저 브레이킹 댄스를 출 정도니. 그 부분에선 솔직히 놀랬습니다.^^;;
사실 코믹과 썰렁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똑같은 대사도 어떤 타이밍에 쳐 주는가에 따라 웃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썰렁해서 민망해 죽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이 연극은 그게 기가 막히게 들어갑니다. 대사, 배우들의 동작, 그리고 등장부분에 있어서도... 예를 들어 고수가 진지하게 북을 치며 해설을 하고 있다가 자연스럽게 겉옷을 벗고 다른 역할로 전환을 합니다. 그게 정말 천연덕스럽게 이루어지다 보니 그 부분에서도 웃음이 터져나오더군요. 남이의 1인2역 부분에서도 그렇습니다. 보통 1인 2역이면 퇴장했다가 모르는 척 다시 등장인데 이건 무대 위에서 남이를 놓고 넌 진짜 누구의 시종이냐라고 싸우다가 마치 스파이처럼 정체를 드러내는 것도 그렇고요.
아, 정말 어제 연극을 다시 생각해보면 곳곳에 어찌나 깨알같은 웃음요소가 숨어있는지.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웃음이 나오게 하는 장면이 한 둘이 아니네요.
정말 즐겁고 유쾌한 연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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