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국악극 템페스트. 

원작을 잘 모르기에 보러가는 중 잠깐 검색해서 내용을 살펴 보았다. 
그러나 사실 모르고 봤어도 즐겁게 볼 수 있는 극. 

동생에게 배신을 당하고, 그에 대한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
마무리는 다행히 해피엔딩인 희극이지만 그 이야기가 시종일관 유쾌하게 펼쳐진다. 

국악극을 볼 때마다 언제나 새로움을 느낀다.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방식이 생소해서 그런걸까.
 매번 즐겁게 보지만 이상하게 뭘 봐야하지? 라는 온갖 잡생각이 많아서 그런건가. 

그냥 머리 속을 비우고 보면 더 즐거울 거 같은데 무엇에 핀트를 맞추며 봐야지? 
라는 생각이 왜 드는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복수극이란 소재에도 시종일관 유쾌했던 극. 
어쩜 그렇게 만들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복수란 것 자체를 자연스럽게 허무하게 만들어가는 그런 분위기 등도 그렇고  

하여튼 보다보면 자연스레 킬킬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국악극의 특징일지도.

잔인한 장면도, 슬픈 장면도 지나치게 밑도끝도 없이 가라앉게 하지 않는다.
약간의 희화라던지, 나름 웃음으로 승화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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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느낌을 주는 공연이었다.


무대에는 장치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다.
그저 넓은 판때기 하나와 벽.

그리고 그 위를 종횡무진하는 배우들.

제목은 왕세자 실종사건이지만 실제 왕세자를 찾는 것은 보모 상궁 하나뿐.
다른 사람들은 궁정의 사랑놀음에 놀아났다고 할까.

공연이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개성있고 특이했던 공연.

사실 소재나 구성방식이 특이했던 것은 아니었다.
과거 재생이라든지, 왕과 중전의 갈등이랄지, 뭐 질투랄지, 사극에선 흔히 보던 설정.
그럼에도 새롭게 다가왔던 것은 배우들의 동작이라든가, 효과음 등에서일까.

양 옆에서 갈등을 고조시키는 북소리와 입으로 내는 묘한 바람소리.
배우들의 무대 동선과 동작 등이 흔한 소재 더하기 이질적인 느낌을 줬다고 할까.

여배우들, 특히 중전 홍륜희 배우의 목소리는 참 예뻤다.
최상궁의 연보라 배우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도 괜찮았고.
제일 힘들었을 사람은 시종일관, 우리가 퇴장하는데도 왕세자를 찾는 김혜인 배우였으리라.
무대 한켠에서 서서 계속해서 세자를 부르짖는데..
정말 부모보다도 낫다 싶다.ㅡ.ㅡ 

한 마디도 이 공연을 보고 난 후 느낌은 참 묘하고 독특한 느낌의 공연이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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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의 "조신의 꿈"을 바탕으로 "꿈"을 써 내려가는 이광수,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의 조신과 점점 더 동일시하게 된다.

한때는 2.8 독립선언서를 썼던 인물이었으나 훗날 친일파로 돌아서게 된 이광수.

그리고 해방이 되면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당하며 낙산사로 숨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에 대해 혼란스럽게 되고, 고뇌하게 되고, 그것이 조신의 욕망과 함께 어우러져 그려지고 있다.


춘원 이광수. 솔직히 이 사람의 글은 읽은 적이 없다. 사실 한국소설에 잘 손이 안가는 것도 그이유가 있지만,(한국소설은 왜 이리 불쌍한 사람이 많은지..ㅜ.ㅜ) 일단 매국노, 친일파라는 것역시 이 사람의 소설을 읽게 하고픈 마음을 들지 않게 했다. 솔직히 이름 자체도 많이 꺼림칙하다.


사실 이 연극도 먼저 예매를 하고 나중에 시놉시스를 조금 보게 된 거기도 했지만, 아마 혼자였다면 그닥 손이 가지도 않았을 터.


이광수란 인물과 별개로 연극은 참 훌륭했다. 몇 개의 이야기가 겹쳐져가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고,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고, 무대 활용도 정말 멋졌다.


사실 연극을 이제서야 좀 보게 되었던 터라 많은 경험은 없다. 그렇기에 들어가자마자 보게 되었던 무대 구성에 정말 놀랐다.

관객석보다도 더 넓은 무대. 보통 배경이 움직이는데 비해, 이미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무대 설치. 조그만 무대공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장소에 따른 무대전환이 동시에 가능했다. 연극이 펼쳐지면서 그 무대들은 시대에 따라 등장하는 인물에 따라 낙산사, 숲, 절간, 집필공간 등등 여러 다양한 장소로 변환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무대에 등장하지만 다른 장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그 느낌 역시 좋았다. 이광수가 조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런 장면이랄지.


이광수가 친일파였고, 태평양전쟁에 우리나라 청년들을 참가하라고 독려했단 사실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 어쩌면 친일파라는 사실이 더더욱 알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게 했고. 이 연극을 보면서 사실 따라가게 되는 것은 이광수의 생각 과정이다. 연극 초반에 보면 정말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글 좀 쓰는. 그리고 어찌 보면 소심해보이기도 하고, 부인을 사랑하는 낭만도 아는 것 같고. 그저 보통남자?  해방이 되고 친일파라는 손가락질에 떳떳하지 못한 삶을 숨기고 싶어하는 그런 모습도 보였고. 부인은 연신 이야기한다. 살기위해서 어쩔 수 없었던 것을 어떡하누.. 라며.


처음엔 그런가? 싶었다.


조신의 꿈은 그저 꿈으로 끝나지 않았다. 관음보살 옆의 동자승처럼. 모든 게 꿈이었길 바랐으나 그렇지 않았다.

조신과 동화된 이광수 역시 꿈으로 깨어나고 싶었을지 모르겠다. 꿈으로 치부하고 새로이 살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신의 친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광수의 앞에 칼을 들고 나타난 것은 자신의 잃어버린 양심.

그는 "언제 조국이 있었는가" 라고 외친다.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라고 한다. 자기 합리화.

그의 태평양전쟁의 참가 격려의 글, 말은 그저 "살기 위한 수준"에 그친 게 아니었다.

젊은 날의 양심이 외치는 이광수의 말들은 끔찍했다. 

그건 "그저 살기 위한" 친일이 아니었다.

일본피가 나올 수 있도록 희생하라는 그런 이야기는 완전 적극적이다 못해 구역질이 날 정도의 이야기.


본래 조신의 꿈 이야기는 "욕망은 허무하다."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광수의 "조신의 꿈" 이야기는, 그리고 이광수 본인의 이야기는 "잘못된 욕망"에 대해 말하는게 아닌가 싶다.

단순히 허무한 욕망, 가져서 뭘하나? 그런 것보다는....


많은 생각을 하며 봤다. 그리고 뭔가 꺼림칙한 소재임에도 즐겁게.

원효와 의상의 장면은 익살스럽고 재미있지만 사실 극 전체의 주제를 다루는 것 같고.

적절한 때에 등장, 긴장도 풀어주고, 활력도 주고.


근데 참, 원효는 그야말로 자기 욕망대로 산 인물 아닌가?ㅡ.ㅡ 

요석공주와도 썸씽.

불교 대중화도 시켰고.

그래도 성공했네?^^;;


이해력이 딸려 전체적인 의미는 한 마디로 정리하지 못하겟다.


하지만 조신의 이야기와 이광수, 욕망에 대한 원효와 의상의 이야기.

적절하게 이야기가 감겼다 풀렸다 하면서 긴장감도 좋고, 여러 생각도 들게 만든 연극.

무대도 좋고, 연기도 좋고, 여러 생각도 하며, 꺼림칙하면서도 즐겁게 봤던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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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리 충격적이지도 않다. 
뉴스에서 말하는 왕따의 수준을 생각해 보면 연극의 소재 정도는 그리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다.

다만 이 연극이 조금 다른 건 비난의 대상이 학교가 아니라 학부모에게로 향해서이다. 연극에 나온 부모들은 놀랄만치 우리의 현실의 학부모를 그대로 닮았다.
아니 현실보다 약할수도.ㅡ.ㅡ^

어쩜 그리 종류별로 다 모아놨을까!
학교 운영위 회장이기에 권력이 있는 학부모.
조부모이기에 아직 옛날 사고방식을 가진 학부모.
합리화시키며 의견을 주도적으로 몰아가는 학부모.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학부모.
왕따에서 가해자로 변한 아이의 학부모 등등

이 부모들이 모인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우리 아이는 그럴리 없어요." 

부모가 제일 자신의 아이를 잘 안다고 하지만 의외로 자신의 아이를 잘 모르는 부모들이 많다. 더군다나 아이들은 자신의 불리한 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렸을 땐 거짓말을 의도하지 않았지만 혼날 것을 생각해서 자신도 모르게 빼 놓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아이와 이야기할 때 믿어주라고 하지만 무조건 믿지는 못한다. ㅡ.ㅡ

예를 들어볼까?

아이가 집에 와서 학교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00가 내게 빗자루를 집어던졌어요." 말한다. 그러자 엄마는 화가 나서 교사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전화한다. 그리고 교사는 일단 엄마를 진정시키고 상황 파악을 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왜? 흔히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일은 드물기에. 다음 날 두 아이 다 불러놓고 이야기해보니 이 아이가 먼저 계단청소를 하는 아이를 놀리고 약올리고 욕을 했다는 것. 그러자 다른 아이가 화가 나서 하지 말라는 의미로 빗자루를 던졌다는 것. 

이 이야기에서도 초반에 교장이나 교사들이 굉장히 미적지근하게 대한다. 그리고 계속 상황 파악을 해 보겠다고 한다. 일단 성난 학부모들을 가라앉히려고 하고, 일의 진행을 봐서 해결방법을 모색하는게 그닥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교사의 태도는 연령별로, 학교의 위치별로 굉장히 다르게 나타난다.

교장의 우유부단한 태도는 학교를 책임지는 자의 입장에서 그저 무사히! 학년주임의 무덤덤한 태도속에서는 지나온 세월 속에서 죽은 아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 반, 그냥 무사히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 반이 느껴지고, 이제 갓 신규발령을 받은 교사는 정말 아이들에 대한 실망감과   미움을 아주 솔직하게 표현한다. 학부모인 부부교사의 왕따지도 사례의 예를 들어본 것까지 생각해보면.

이 연극에선 아이들이 직접 등장하지 않고 학부모들의 대화로 이야기가 진행되어간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의 대화로 아이들의 알력 관계가 더더욱 눈에 보인다. 그래서 저렇게 아이들이 된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아이는 누구를 닮겠는가. 자기 부모지.

편모가정이라며 잘 살지 못하는 가정을 대하는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간거지.
그 정보도 어디서 들었겠어. 엄마에게서 들었을테고.
아빠에게서 받은 폭력이 다른 약한 아이에게 풀었을테고.
자신이 교사이면서 엄마인 사람은 학교에서 시달리고 남편에게 시달리니 자기가 남편에게 한 말 그대로 귀찮아서 모른척한 걸테고.
왕따였던 한 아이는 이번엔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을테고.
자기도 왕따 당하기 싫어서 자기엄마처럼 한 아이는 아첨해대었을테고.
그리고 모르는 척 하라는 말에, 사진이나 문자 등을 지우라는 건 누구에게서 들었는가. 자기 부모에게서이다.

결국 아이들은 집단 따돌림 행동으로 질책도 받지 않았다.
잘못을 했는데도, 직접 눈 앞에 밀어넣었어도 자신의 아이는 그럴리 없다며 발뺌하는 부모덕분에 이 일은 유야무야 넘어갈 것이다.

끝에 한 부모의 말이 더 그렇다. 살아가기 위해서 결국은 부정할 수 밖에 없다는 그건 자기합리화이고 어쩌면 자기 위안이다. 죽은 아이는 죽었으니 아비 말대로 없는 셈 치는건가.

끝에 두 부부를제외하곤 아이들을 단도리할 것을 다짐하고 간다. 하는 말들이 걸작이다. 자기 아이는 자기에게 솔직히 이야기한다라고. 그렇게 믿고 싶은 거겠지.

그 아이들이 바뀔 거라고 믿지 않는다. 이번에 다현이란 아버지가 해고되고 그 어미는 식당 일을 구한다던 그 아이가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엄마의 시선은 그대로니까.
엄마의 행동이 어디 용서의 모습을 보여준 행동이었나.

모범을 보여야 할 부모의 모습. 잘못을 했지만 그걸 숨길 방법을 가르쳐 준 부모. 자신의 아이를 감싸줄 것만 생각하는 그 부모들이 결국 괴물을 만들어내었다.

문제는 그 괴물들이 청소년기에만 머무르는 게 아닐거다. 

그저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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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보지 못한 캐스팅들.

사실 홍우진 배우를 맞춰 볼 생각이었는데 친구와 시간이 거의 맞질 않아서 결국 한 번도 보지 못한 캐스팅들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일단 극 자체가 좋고 연기도 다들 좋으셔서 그닥 후회는 안 되는 공연.


지난 번과 제일 달라진 점은 다들 좀 더 유들유들해졌다는 점.

대사가 몇 개 바뀐 것 같기도 하고.

감정 선이 확실하게 더 드러났다고 할까.



-정문성 배우의 김명준은 굉장히 차분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호영 배우의 김명준은 감정이 굉장히 솔직하게 드러나는 편. 

울부짖음도, 냉소적인 모습도, 남을 깔보는 것도 표정에 드러났다. 그래서 김명준이란 사람의 감정선을 쉽게 따라갈 수 있었다.

그만큼 그가 억울하다는 감정이나 궁지에 몰린 끝에 행동하는 모습까지.


- 이 원 배우의 박수환의 넉살은 더욱 더 좋다. 말도 참 많고, 자기 멋에 빠진 행동이 영락없는 고등학생. 안종태의 반성문을 읽는 장면에서 이 원 배우의 표정은 참... 눈동자 하나 깜박이지 않고 정면을 응시한다. 김명준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 그는 최소한 거짓된 행동은 하지 않았다. 김명준과는 달리. 눈치 백단이라 하지만 실제 제일 눈치가 없는 것은 박수환일지도. 몇 번이나 솔직한 자신의 느낌을 말을 하지 않았는가. 그걸 막았던 것은 김명준이고. 김명준이 무릎꿇을 때 소리내어 울었던 것은 박수환. 


-김보강 배우의 안종태는.. 음. 사실 지난 번 김대종 배우의 안종태가 지나치게 인상에 깊게 남아서. 특히 반성문을 읽을 때의 그 느낌만큼은... 


- 박시현 배우의 서민영도 좋았다. 상대방에 대한 비웃음. 눌러찍는 모습은 말이지. 다만 역시 홍우진 배우의 그 선한 얼굴의 비열함의 그 느낌만큼은... 


- 이번 모범생들은 정말 고등학생인 듯한 느낌이 확 났다. 사람 조종해대며 잘난척 독일어를 중얼거리는 김명준마저 울부짖으며 날뛰는 그 모습이 아직 "교문 밖 세상"을 모르는 순진한 고등학생의 유치한 "나 잘났다"의 느낌이 확 들었다. 그러나 그만큼 뭔가 정리되지 않은 듯한 느낌의 공연. 좋았긴 좋았지만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엉뚱한 타이밍에 웃어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그럴지도. 안종태의 대사 중에 웃기는 대사가 몇 있다. 무식한 티 내는 그런 대사들. 그러나 반장을 힘으로 누르려는 그런 장면에서마저 뭔가 타이밍 안 맞는 웃음이 나오다니. 단어 자체는 틀렸을지 몰라도 그 흐름상 웃음이 나오긴 좀 뭣하는 장면이었다. 근데 그런 부분이 몇군데 있어서 산만한 느낌이 들었을지 모르겠다.


-지난 번의 모범생들이 성인이 고등학생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면 이번엔 정말 고등학생이 우왕좌왕 날뛰는 그런 느낌.

어느 쪽이 더 내 취향이라고 말하긴 좀 그렇다. 다들 나름 좋은 부분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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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play DB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보러가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지난 번과 전혀 다른 느낌을 받다니.

그래서 이런 공연들은 계속 반복해서 볼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번 송용진 배우와 안세호 배우의 공연도 굉장히 즐겁게 봤지만,

역시 박시범 배우와 안세호 배우의 캐스팅을 추천하신 지인의 선택이 이해가 되었다.

덧붙여 그날 캐스팅이 바뀐 것을 알게된 지인의 실망감도...^^;;


공연의 시작부터 분위기는 좋았다.

처음에 아무래도 관객의 호응을 요구하는 부분인데 그날은 굉장히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가?^^

한 분은 장동건이라 불렀을 때 대답을 했는데 나중에 그 분의 이름이 나와서 다시 대답하는 해프닝도.^^


박시범 배우와 안세호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든 첫 느낌은 무게감이었다.

어느 한 쪽이 어려보이지도 않고, 철부지이도 않고, 둘 다 전혀 다른 느낌의 성인이란 무게감.

특히 칠수 역은 아무래도 이루어지지 않는 가수라는 꿈을 계속 꿈꾸고, 심지어는 기획사 사장의 딸을 꼬셔서

가수를 해 보려는 어찌 보면 아직도 철이 못 들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말이다.

박시범 배우의 칠수는  세상만사 풍파 다 겪어봤고,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음에도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그런 꿈을 포기 못하는 그런 느낌을 줬다.


안세호 배우의 만수는 열심히 일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잇속을 잘 모르는 어리숙한 사람지만 자기 할 말은 결국 다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에 대비되는 박시범 배우의 칠수는 세상 돌아가는 잇속을 잘 알고, 만수의 꿈을 번번히 깨뜨리는 현실적인 사람이지만

정작 자신은 이루어지지 않을 꿈을 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 칠수와 만수가 어느 한 쪽이 눌리지 않고 대등하게 끌어나가는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연극을 보면서 새로운 느낌이 들었던 또 하나는 대사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는 것.

그리고 대사가 다 들려.ㅜ.ㅜ 그 덕분에 완전히 다른 칠수를 보고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더 들었다.

특히 TV인터뷰를 하자면서 만수를 설득하던 칠수의 대사에 눈물이...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 절망감, 그리고 그 앞에 떨어진 단 하나의 기회라며 그걸 붙잡고 싶어하던 그 심정.

그게 대사에 실려 절절히 전해져왔다.

아무것도 안 되고 결국 둘이 철탑 위에서 부르는 "사노라면"의 느낌이 두 사람의 울부짖음으로 들려왔다.


그럼에도 끝까지 농담을 하며 부리는 오기, 

힘들어도 그렇게 오기를 부리며 나름 즐거움을 찾으며 사람들이 사는게 아닌가 싶기도.

"사노라면"의 노래도 그런게 아닌가 싶고.


처음 봤을 땐 궁지에 몰린 선택이었고, 그나마 그것마저 날씨 뉴스에 묻혀 

정말 보잘것 없는 관심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었다는게 안타까웠다.

반면 이번엔 뛰어내린 것마저 그들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었다.

궁지에 몰린 선택이었지만 이 세상에 도전하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이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하나 알아주진 않지만.

하긴, 언제는 알아주려는 노력을 했나?



역시 보러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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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

굉장히 민감하고 정치적인 대사가 많았던 것도 그렇지만, 그런데 그게 어디에 비유적으로, 간접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대 놓고 표현했다는 점에서 '헉' 했다.

4대강 이야기도 그렇고, 방송국 이름에다, 이명박, 임영박이란 이름까지ㅡ.ㅡ 


그래서 그런걸까?

관객이 적었던 것은 그만큼 민감한 이야기라 보기 편한 이야기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에서 표현하는 쪽으로 정치적인 경향을 가지지 않는다면 상당히 껄끄러웠을 테니.


칠수와 만수라는 제목은 많이 들어봤다.

어설프게 영화제목으로 알고 있었고, 굉장히 오래된 작품이라는 정도만 알고 극을 보러 갔다.

애초 보게 된 것은 예전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라는 뮤지컬에서 최병호 역할을 했던 안세호 배우 때문이었다.

그 분의 연기에 완전히 몰입, 감동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연극을 보러갈 때 안세호 배우의 모습이나 연기를 생각할 때 최병호의 모습을 떠 올렸던게 사실.

근데.. 이거 왠걸,

완전히 정 반대. 순박한 청년 만수의 역할.

내 눈썰미로는 몰라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아주 깜짝. 

어제 감히 지인에게 말은 못했지만 처음 등장할 때 송용진 배우와 안세호 배우를 구분하는데 얼굴을 본 게 아니라 

분위기 보고 구분했다. 아, 이 놈의 눈썰미는 대체.ㅜ.ㅜ 

세상에 어떻게 둘을 헷갈려해...ㅜ.ㅜ


어쨌거나 그 순박한 청년 만수를 보면서 그 '오당신'의 최병호는 떠올릴 수도 없다. 상상이 안 된다.


원래 안세호 배우와 박시범 배우의 연기를 생각하고 예매한 공연이었지만

송용진 배우의 연기 역시 나쁘지 않았다. 

송용진 배우의 칠수의 느낌은 

까불까불하고 허세 많은. 그런 껄렁껄렁한 칠수의 모습.

사실 가수 지망생의 느낌이라기보다 나 한 번 뜨고 싶다라는 느낌을 주는 그런 청년이었다.

참 주변에서 어쩐지 많이 보는 듯한 세상 모르는 철모르는 고등학생의 느낌.


안세호 배우의 순박한 모습은 참.... 뭐라 더 말할 게 없다.

그리고 페인트칠하는 모습이 참 리얼했다...^^;;;(이게 구분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그저 너무나 순박한 모습과 음치 표현에 웃음만 터트릴 뿐.

애써 노래를 망치하느라 정말 수고하심.


연극 이야기를 해 보자면 전체적으로 즐겁게 봤다.

계속해서 웃을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 그럼에도 사실 이야기 자체는 가볍지 않다.

보면서는 킬킬 웃어댔지만 보고 나서 드는 이 씁쓸한 느낌이란.


건물의 벽을 칠하는 페인트공 칠수와 만수.

가수지망생에 꿈이 가득찬, 그러면서 뭣도 없으면서 허세가 가득찬 칠수,

고향집을 먹여 살리며 성실하게 일하는 만수.

이 두 사람을 둘러싸고 일어난 이야기.

시간대로 따져보면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의 이야기가 되나?


자랑스럽게 계약 따 왔다며 무조건 기한 엄수, 할 수 있다를 외치는 사장.

옆에서 살살 아부를 떠는 비서.

근데 왜 이리 연설내용이나 옆에서 추켜세우는게 참 우리 주변의 흔한 보스 스타일.ㅡ.ㅡ 

직원 사정 안 봐주며 무조건 기한 내에 일 하라고, 못하면 무능한 사람. 뭐 흔히 보질 않나.

그러면서 돈이라도 제대로 주면.... 

칠수와 만수의 대화를 들어보면 돈도 주지 않는 것 같고.

비정규직은 제대로 대우도 못 받지.


둘이서 페이트칠하다가 건물의 옥상, 철탑에 가서 신나게 놀다 빨간 페인트 통을 떨어뜨린게 

이 두 사람의 불행의 시작이라 할까.

사실 이 두 사람은 정말 즐겁게 놀다가 잘못 통을 떨어뜨리고, 차를 부서뜨린 죄 밖에 없다.

근데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난데 없이 빨갱이 이야기나, 시위 선동.

심지어는 TV뉴스, 기자마저 둘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다.

허세 가득차고 뭔가 앞에 보여주길 원하던 칠수는 이 기회에 자신을 보여주려 하지만...쯥.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꼼짝달싹 못하다가 결국 둘은 손을 붙잡고 뛰어내리지만....


눈물이 나던 장면은 정작 둘이 뛰어내렸던 부분이 아니었다.

둘이 뛰어내렸는데 그 뒤로 나오던 뉴스.

보잘것 없이 살아왔고, 그나마 죽는 순간만큼은 그래도 멋있게 뛰어내리자였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날씨 뉴스에 묻혀 버렸다. 


보잘 것 없는 삶이었고,

주변의 난리법석에 정말 짧은 순간이었지만 검색어 1위에 마치 영웅처럼 느껴졌는데

그 후엔 이들에겐 관심도 없었다. 이들의 죽음은 그저 묻혀졌다.

날씨가 더 중요했던 모양이었나 보다.ㅡ.ㅡ 


저렇게 보잘것 없었던 인생. 순간 칠수에게 있어 자신이 유명해졌다 한 그 순간 마저 선택이 아니라 남의 손에 의했던 거고,

기회를 그나마 잡으려고 했던 순간도 기회가 아닌 거였고.

죽음마저 중요치 않았던...


오래된 작품이라는데 참 각색이 좋았던 것 같다. 

현재의 모습, 정치를 넣어 표현한 것도 그렇고... 

빨갱이 표현은 참. 옛날 작품에도 이런 비슷한 내용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참 변하지 않는다.

아직도 저 표현이 들어가고....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저렇게 표현될 수 있는 세력이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도 떠 올라 버렸고...쩝.


유쾌하게 웃으며 봤지만 그냥 유쾌하게 흘려 보낼 수 있던 이야기가 아니었던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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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일 
CAST : 정문성(김명준 역)  박정표(박수환 역) 황지노(안종태 역) 홍우진(서민영 역)  
텐바이텐 이벤트 당첨.

생각치 못했던 이벤트 당첨으로 인해 본래 이 날 보기로 했던 다른 공연을 우여곡절 끝에 취소하고 보게 되었다.

지난 번 본 공연 캐스팅에서 김명준 역의 정문성을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모두 바뀐 상태.
공연이 시작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탓인지 배우들간의 호흡이나 흐름이 지난 번보다는 꽤 자연스럽게 이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훨씬 고등학생다운 시시껄렁하거나 말도 안되는 농담 따먹기의 분위기는 더욱 좋고.
그래서 그런지 평범한 고등학생, 성적에 대한 절박함과 불공평함에 대한 불만때문에 가지게 된 나쁜 선택, 그리고 그 결과를 뒷수습하기까지 더욱 더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철없고, 시야가 좁고, 지금 당장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그런 고등학생.
컨닝 후 화장실에서 민영의 셋에 대한 비웃음 이전까지.

박정표의 박수환은 지난 번보다 더욱 보통의 고등학생답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투덜투덜대지만 실제 대담함은 없는.(만약 명준이 없었더라면.) 일반적인 편견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그것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고.
명준처럼 극단적인 선택, 행동 계획도 하지 않는,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고등학생.

사실 지난 번의 김대현의 서민영은 보다 부드러운 반면 숫기 없고, 얌체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반장이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자기 혼자 겉도는 듯한 잘난척 도련님의 이미지의 느낌이었다.
뭐랄까, 약간 왕따 느낌의 반장이라는 것?
그에 비해 홍우진의 서민영 역시 보다 더 자연스런 주변의 아이들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친절하고, 나름 눈치도 있고, 개그도 부리려 하고, 약간의 잘난 느낌도 있는. 

김대현의 서민영은 정당했지만 보다 야비한 느낌이 강한 반면, 홍우진의 서민영은 야비함보단 당당함을 더욱 더 뿜어내는 느낌이었다.

박정표와 홍우진은 초연 멤버라서 그런지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더 깊은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한 번 해 봤기에 더욱 자연스러웠는지도.
어쨌든, 두 분의 연기, 캐릭터의 해석이 더욱 좋았다. 특히 홍우진이 연기하는 서민영은.

그리고, 안종태 역의 황지노.
음, 뭐라고 할까. 황지노 배우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이건 정말 내내 지난 번 김대종의 안종태가 계속 떠올랐다.
그만큼 강렬했던 것일까. 연기를 못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김대종의 안종태가 너무나 강렬해서.
그 우직, 순박한 인상과 마지막의 편지를 읽어나가는 모습은....
그래서 그런지 그 부분에서 감정이입을 못했다.

보고 나온 순간 든 생각은 김대종의 안종태를 다시 보고 싶다는 것.

뒷 맛이 씁쓸하기에 같이 본 분은 이래서 모범생들을 보기가 꺼려진다고 하시지만
난 그래도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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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CAST : 정문성(김명준 역)  김종구(박수환 역) 김대종(안종태 역) 김대현(서민영 역)

모범생들, 제목과는 다르게 "모범"적인 학생들의 전혀 "모범"적이지 않은 이야기.

이야기는 10년 후 결혼식장에서 동창생인 명준과 수환이 만나는 부분부터 시작된다.
만남의 장소는 화장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적절한 장소다.
거울 보고, 몸단장 하고, 옷깃 세우는데 화장실만한 장소가 어디 있겠나.
첫 부분은 마치 수컷들의 뽐내기 겨루기를 연상케했으니까.
자기 자신을 뽐내는 동시에 옆 사람을 의식하고, 견제하는 그 시선이 말이다.
다들 뮤지컬 배우 출신이다 보니 박자감각이나 몸동작이 남달랐던 점도 보너스!


오랜만에 본다고 반가워하지만 말 속엔 가시들. 서로를 깎아내리는 듯한 말투.
그러면서 추억을 되새기기 시작하는데....


약간의 시놉시스를 보고 갔기에 중심 배역, 동창생들이 4명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두 명이 먼저 등장하고 한참을 그 두 명이서 이야기를 끌고 가기에 나름 이후의 이야기에 대해 상상을 펼쳐갔다.
앞으로 이렇게 될 거야... 하면서. 뭐, 결과는 완전 헛다리를 짚었다.
내 예상보다 이야기는 더욱 더 씁쓸했다. 그리고 갑갑했다. 


보통 학창시절을 추억하며 전개해나가는 이야기들은 대개 한 사람이 죽고, 또 비교적 선인과 악인으로 나뉜다.
상황에 의해서든, 타고난 천성에 의해서든. 학교폭력과 왕따 역시 주된 소재이기도 했고.


물론 이 연극 역시 폭력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건 곁다리일 뿐. 중요한 건 이 인물들을 둘러싼 상황이다.
그리고 그 둘러싼 상황이 현실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더욱 씁쓸하고 암담했던 거고.


명준과 수환은 모범생들. 외고에 들어올 실력이니 공부야 잘 했고,
불만이 있긴 하지만 그닥 사고를 일으키지도 않고, 착실한 학생들.
하지만 가정형편때문에 성적을 올리는 데 더욱 더 필사적이게 된 명준이 중심이 되어 둘은 컨닝 계획을 짜게 된다.
그리고, 이들의 컨닝계획을 얼떨결에 알게 된 문제아 종태까지 끌어들이게 된다.


종태는 좀 순박한 캐릭터다. 사고를 일으키긴 하지만 본성은 나쁘지 않고.
적응을 잘 하지 못하고 싸움만 하는 상황에서 친구라면서 꼬시는 둘에 넘어간 것을 보면 좀 외로웠던 듯 싶다.


민영은 정말이지 얄미운 반장. 자기 잘난 줄 아는 캐릭터다.
집은 잘 살지. 성적은 0.3% 안에 들지, 그야말로 모든 걸 다 가진 캐릭터.
그러나 공감과 배려 능력은 제로.


이 연극에서 원인과 결과만 따지면 나쁜 놈은 명준과 수환이다.
컨닝계획을 세웠지, 민영을 협박해서 수학 답안지를 보여주게 만들지,
종태를 꼬셔서 자기 마음대로 움직인 다음 종태에게 모두 죄를 몰아서 희생양으로 만들어버리니까. 원인과 결과만 따진다면.


그러나  이게 단순한 학창시절의 이야기도 아니고 그 뒷맛이 씁쓸한 이야기라는 건 민영이라는 인물때문.  
그리고 민영의 존재는 이야기의 역학구조를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민영이는 일방적으로 당하는 희생양이 아니다. 그는 시종일관 명준 무리를 깔본다.
원래가 태생적으로 다른 인간이라는 게 민영의 말.
"나는 태어날 때부터 너희와는 다른 인간이야. 너희가 대학에 다닐 때 나는 어학연수를 갈테고,
대학원에 다닐 때 난 유학을 가고 있을 거고, 회사에 입사할 때 나는 회사를 차릴 수 있다.
너희와 난, 출발선이 달라" 이건 과장이 아니다.
실제 민영은 돈이 있었고, 머리도 뛰어났다. 더군다나 협박받는 위치에 있으니 그는 도덕적으로도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는 좋은 사람이고, 정의의 입장에서 불의에 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웃는다.
선하고 부드러운 민영이 활짝 웃는 그 순간, 그 미소는 솔직히 굉장히 징그러웠다.
왜냐고? 그건 민영의 생각이 너무나도 역겨웠기에.
그는 자신이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서 자신이 옳은 정의라고 믿는다.
주위를 돌아보지도 않고, 공감하려 하지도 않는다. 공감, 배려심을 가지지 못한게 인간일까?
조금 딴 생각이지만 최근에 읽었던 꼭두각시 서커스 만화의 일그러진, 징그러운 미소가 연상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민영이가 한 말을 그대로 명준이 반복한다는 것.
그는 불공평한 세상에 태어났고,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그렇기에 불리한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민영이와 똑같은 말을 하고, 어느새 그는 민영이와 같은 부류에 들어가고 있었다.
아니, 그 부류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그 부류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 거지.
민영이와 같은 수준이라 자기 암시를 하면서.


처음에 이야기했던 결혼식장. 종태도 수환과 명준을 보러 온다.
그는 결혼은 축하하기 위해 온 것보다 사실 수환과 명준 때문에 온 것이다. 오면서 그 둘을 보지 않길 빌었지만. 


그러나 그 잘난 서민영의 결혼식장에서 수환과 명준은 있었다.
그렇게 모멸감을 받고서도. 그리고 잘났다고 떠들어댔던 서민영은 그 자리에서도 그렇게 잘나게 서 있었다.
아무 것도 바뀐 게 없다.


바뀌었다면 종태의 위치였을까? 수환과 명준의 삶에서 벗어난 종태.

사회의 주류에 편승하고, 그 이상을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 그게 소위 말하는 잘났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모범생들. 그리고 악순환.

요즘 사회의 모습이 느껴지기에, 그래서 더욱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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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3일 공연 캐스팅
 

선화공주 역

문혜원

서동 역

성두섭

해명왕자 역

김대종

고수 역

추정화

남이 역

육현욱

순이 역

김해정


 
밀당이란 뜻을 이해못했던 난 바보.ㅡ.ㅡ 

서동과 선화공주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선화공주 연애비사"

보는 내내 뒤집어졌습니다. 깔깔대고 웃다가 말이지요.
선화공주와 서동을 연애의 초고수로 설정해 서로간의 밀고 당기는 그 과정이 아주 유쾌합니다.
시종일관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방이 이렇게 나올 것이다 추측하며 견제하거나 헛발질하는 그 모습이 말입니다.
시대는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나 ~하오라는 말만 붙일 따름이지 카톡이나 클럽 죽순이나 그런 말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또 그런 부분이 아주 적절한 시기에 치고 들어오니 웃기엔 정말 좋은 작품이지요.

초반부는 캐릭터들의 자뻑 경연대회인줄 알았습니다.
선화공주나 서동의 자신의 미, 매력을 뽑내는 대사나 해명왕자의 자기 과시말들이 말입니다.
중반부엔 남이마저 자신의 우람한(?) 근육을 뽐내니, 캐릭터들이 모두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입니다.
아주 태평스런 표정으로 낯간지런 대사들을 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안 날 수 없습니다.^^

배우들 대다수가 뮤지컬배우 출신이다 보니 틈틈히 나오는 음악이나 박자를 칠 부분에서 리듬감이나 동작이 정말 좋습니다.
누구 하나 뻣뻣한 사람이 없더군요. 덩치 우람한 해명왕자마저 브레이킹 댄스를 출 정도니. 그 부분에선 솔직히 놀랬습니다.^^;;

사실 코믹과 썰렁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똑같은 대사도 어떤 타이밍에 쳐 주는가에 따라 웃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썰렁해서 민망해 죽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이 연극은 그게 기가 막히게 들어갑니다. 대사, 배우들의 동작, 그리고 등장부분에 있어서도... 예를 들어 고수가 진지하게 북을 치며 해설을 하고 있다가 자연스럽게 겉옷을 벗고 다른 역할로 전환을 합니다. 그게 정말 천연덕스럽게 이루어지다 보니 그 부분에서도 웃음이 터져나오더군요. 남이의 1인2역 부분에서도 그렇습니다. 보통 1인 2역이면 퇴장했다가 모르는 척 다시 등장인데 이건 무대 위에서 남이를 놓고 넌 진짜 누구의 시종이냐라고 싸우다가 마치 스파이처럼 정체를 드러내는 것도 그렇고요.

아, 정말 어제 연극을 다시 생각해보면 곳곳에 어찌나 깨알같은 웃음요소가 숨어있는지.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웃음이 나오게 하는 장면이 한 둘이 아니네요.

정말 즐겁고 유쾌한 연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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